[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목회데이터연구소(지용근 대표)는 목회자·기독교인이 궁금해할 만한 데이터를 조사하는 전담 기관이다.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범극우 진영을 규합할 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교회가 비대면 예배로 전환할 때,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목회하는 목사들의 삶이 궁금할 때,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궁금할 때 교인들과 비신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해 왔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교계 기관의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교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회 일반 조사와 빅데이터를 통한 조사 결과를 분석한다. 최근 한국 사회가 관심 있어 하는 주제는 무엇인지, 코로나19 때문에 국민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주요 통계는 무엇인지 뉴스 큐레이션도 제공한다. 지용근 대표는 각종 데이터와 조사 결과를 일반 목회자와 대중에게 좀 더 널리 알리기 위해 2019년 목회데이터연구소를 세웠다. 한국교회가 통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데이터에 기반해 미래를 준비하려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지 대표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갤럽에 입사한 이후 지금까지 30년 이상 여론조사 기관에 몸담아 온 전문가다. 대학생 때 선교 단체에서 예수를 영접한 후 선교 단체 간사를 꿈꾼 적도 있는 신앙인이기도 하다. <뉴스앤조이>는 9월 2일 역삼동 목회데이터연구소 사무실에서 지 대표를 만나 한국교회와 데이터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지용근 대표는 2016년 지앤컴리서치를 세우고 2019년 목회데이터연구소를 설립한 후, 교계 관련 여론조사 및 데이터 소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주어진 달란트로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독실한 기독교인인 지용근 대표는 2016년 지앤컴리서치를 세우고 2019년 목회데이터연구소를 설립한 후, 교계 관련 여론조사 및 데이터 소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주어진 달란트로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지용근 대표는 미국 교회 이야기부터 꺼냈다. 미국 교회는 1990년대부터 데이터에 기반한 교회 전략을 수립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지인에게 '교회 성장 컨설팅'에 대해 강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미국 갤럽 사례를 조사하던 중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 한국에는 교회 관련 리서치 문항이 없었고 조사도 활성화하지 않았다. 만들어진 질문지가 없어서 미국 갤럽 보고 번역해서 쓰던 시절이다. 어느 날 한 미국 교회 주보를 봤는데 한 면이 설문지더라. 그날 목사님 설교 평가지였는데 교인들이 예배 끝나고 체크해서 냈다. 신기했다. 갤럽에 컨설팅을 의뢰한 교회였는데, 컨설팅하다 보면 교인들 의견도 들어 봐야 하니까 그렇게 한 거다. 갤럽은 그걸 가져가서 데이터 처리하고 분석해 당회로 보내 준다. 미국은 그런 처치 컨설팅이 활성화해 있다. 듣기로는 미국 처치 컨설턴트가 5000명 이상 활동한다고 하더라."

반면 한국 상황은 정반대였다고 했다. 지용근 대표는 "그때만 해도 교회에 관해 뭘 조사한다고 하면 '사탄'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20년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2004년 창립한 글로벌리서치를 떠나 1년간 쉬다가 2016년 지앤컴리서치를 창립했다. 지앤컴리서치가 2016년부터 교계 관련 여론조사를 맡기 전까지는, 교계 관련 데이터를 수집·조사하는 전담 기관은 없다시피 했다.

교단과 교계 단체는 각종 인식 및 현안 조사를 뒤늦게 의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소강석 총회장)이 미래 목회 전략 수립을 위한 설문 조사를 시행했고, 올해 예장통합(신정호 총회장)은 코로나19 이후 목회자 인식 추적 조사를 의뢰했다. 올해 6월 양 교단은 공동으로 소형 교회 목회자 이중직 인식 조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지용근 대표는 최근 이 같은 흐름이 생겨난 것은 긍정적이라며, 한국교회에 데이터를 보고 읽고 분석할 줄 아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아직까지 상당수 목회자가 '감'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에드워드 데밍이라는 컨설턴트 사장이 한 말이 있다. 미국 달러에도 쓰여 있는 'In God we trust' 뒤에 하나를 덧붙인 거다. 'All others must bring data.' '우리를 믿게 하려면 데이터를 가져오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게 정설이다. 기업은 신제품을 만들면 반드시 소비자 조사를 해서 시장조사 데이터를 보고서와 함께 올린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 이후 모든 정책 결정에 여론조사 보고서가 붙어서 올라간다.

 

하지만 목회자들은 데이터가 아니라 감에 의존해 이야기한다. 짜증이 날 정도로 얼토당토않은 데이터를 얘기할 때가 있다. 목회자들 사이에서 대학생 복음화율이 5%라는 얘기가 돈 적이 있다. 우리가 학원복음화협의회와 5년마다 조사하는데, 복음화율이 15% 정도 나온다. 목사들은 왜 5%라고 말하는지 근거를 대지 못한다.

 

데이터를 알아야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 데이터가 없으면 아무런 전략을 못 세운다. 예를 들어 이번 6월에 조사한 '크리스천 청소년 신앙' 조사 결과를 보면, 부모가 모두 크리스천이고, 부모의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들이 교회를 더 열심히 다니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더 열심히 교회를 다녔다. 이렇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교회가 돌봄의 포커스를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 데이터를 봐야만 대책을 세울 수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매주 개신교인이 참고할 만한 통계를 소개한다. 교계를 대상으로 한 조사뿐 아니라 사회 일반을 대상으로 한 조사 데이터도 다양하게 소개한다. 목회데이터연구소 갈무리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매주 개신교인이 참고할 만한 통계를 소개한다. 교계를 대상으로 한 조사뿐 아니라 사회 일반을 대상으로 한 조사 데이터도 다양하게 소개한다. 목회데이터연구소 갈무리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목회자들이 참고할 만한 조사 결과도 매주 뉴스레터로 발행한다. 각종 조사의 의의와 크리스천에게 미치는 시사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일례로, 목회데이터연구소 4월 23일 뉴스레터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해 한국교회는 이기적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설문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4월 14일 장로회신학대학교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내놓은 조사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당시 설문에서 '개신교가 코로나19에 대해 잘 대처했다'는 응답은 목회자 그룹에서 80%가 나온 반면, 비개신교인은 12%에 그쳤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결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할 때 '일부 교회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일 뿐 대다수 교회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는 것은 별로 소용이 없다. 이런 경우 교회가 사회 전체를 위해 희생하는 공익적 활동을 더 활발히 하고, 세상의 언어로 공감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교회를 향한 (비판적) 프레임이 약화하거나 깨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독교인과 목회자 인식뿐 아니라, 사회 변화를 추적하는 것도 중요하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의뢰받은 조사 결과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은 데이터를 발굴해 기독교인들에게 제공하는 일도 맡고 있다. 매주 국책 연구 기관 보고서나 신문 기사를 보면서 어떤 통계를 제공할지 직원들과 주 1회 토론하고 위클리 리포트를 발간한다.

9월 첫째 주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내놓은 리포트는 '지방 소멸'이다. 감사원이 2021년 7월 내놓은 '인구 구조 변화 대응 실태 감사 보고서' 등을 토대로, 향후 소멸 위험 지역과 지방 청년의 유출 등을 다뤘다. 보고서는 "2019년 기준 지방 교회 비중이 70%에 달하는 한 교단의 경우는 50년 이내에 소멸 위기를 겪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문을 보면 통계가 자주 나온다. 사실 기자들도 보도 자료를 보고 쓰는 거라 통계를 잘 모른다. 보도 자료도 완성도가 높지 않다. 보도 자료 쓴 사람도 의뢰자이지 수행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풀 리포트를 읽어야 한다. 예를 들면 보건사회연구원이 낸 '노인 실태 보고서'는 원문이 약 4500페이지다. 그런 걸 읽다 보면 어떤 부분에서 '이런 데이터는 목회자들에게 필요한 건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보도 자료 쓰는 사람이나 연구한 사람이나 교회에서 일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목회자들이 풀 리포트를 직접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다. 그런 데서 중요한 데이터를 빼내서 목회자와 교인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이러한 관점에서 △워킹맘 실태 △통일 의식 조사 △기후 위기 실태 △코로나 이후 새로운 트렌드 △초등학생의 성인 영상물 및 도박성 게임 이용률 증가 실태 등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장기적인 목표는 한국교회 구성원들이 사회 전반적인 현상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용근 대표는 그런 점에서 자신의 롤 모델을 미국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로 꼽았다. 정치·경제·문화·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조사를 시행하고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흐름을 소개하는 미국 최고 권위의 비영리 조사 기관처럼 되는 게 그의 꿈이다.

"한국교회가 이 일의 중요성과 의미를 깨닫고 투자해서 일반 사회와 한국교회를 들여다보는 깊은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 여론조사하면 ARS 돌려서 '누구 지지하느냐'는 선거 조사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언젠가 그런 준비가 되면,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가서 '퓨리서치코리아'를 만들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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