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환경·다음세대 안고 코로나 이후 대비해야

교회, 환경·다음세대 안고 코로나 이후 대비해야

[ 연중기획V ] 'V' (2) vague(희미한, 모호한)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1년 03월 24일(수) 08:15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이 바이러스가 이렇게 오랜 기간 세계 모든 이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 경험의 끝이 어떻게 끝날지(혹은 이 경험이 끝나기는 할 지), 끝난 후의 세상은 어떻게 변할 지 우리는 이 미증유의 사태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백신이 보급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 우리의 관심은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에 맞춰져 있다. 코로나19 기간 내내 어려웠던 교회들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교회 상황이 어떻게 변할까에 대해 신경이 곤두서있다. 포스트코로나에 대해 세계의 석학들, 혹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전문용어를 써가며 장문의 글 혹은 언변을 쏟아놓는다. 그러나 그들이 화려하고 유식한 말 끝은 대부분 "예측하기 어렵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로 끝나기 일쑤다. 우리 앞에는 희미하고 모호한(vague) 길이 놓여있다.

#오랜 거리두기 지침으로 주일성수에 대한 교인들 생각 변화



일단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교회 상황에 대한 예측은 밝지 않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른 대면예배 제한으로 많은 교인들은 대면예배가 아닌 온라인예배 혹은 가정예배, 아니면 TV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 기간이 길어지면서 교회에서 드리던 주일예배를 향한 열망들이 식어가고, 더 편한 방식의 예배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목회데이터연구소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교회 출석자 중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교회를 안 가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4월 조사시 2%에서 7월에는 6%로 증가됐으며, '필요한 경우만 교회에 출석하겠다'는 응답도 4월 13%에서 7월 17%로 증가했다.

온라인예배가 익숙해진 성도들은 '주일예배는 반드시 교회에서 드려야 한다'는 인식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이 질문에 4월 조사 때는 41%가 '주일 성수를 위해 주일예배는 반드시 교회에서 드려야 한다'고 답했지만 3개월 후인 7월에는 29%만이 이와 같은 대답을 했고, 61%의 교인들은 '온라인예배나 가정예배로도 주일성수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교회 중직자들마저도 같은 질문에 39%만이 '주일예배는 반드시 교회에서 드려야 한다'고 답했고, 59%가 '온라인 혹은 가정예배로도 주일성수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기간 기독교인 이미지 더 하락



여기에 코로나19 기간 중 집단감염의 빌미를 여러 차례 제공했던 교회에 대한 대사회적 이미지는 더욱 싸늘해졌다.

지난 2월 질병관리청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 1년간 전체 확진자 중 종교 전체(불교·천주교 등) 감염자는 8.2%였다. 그러나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 1월 12~15일 실시한 '코로나19 정부방역조치에 대한 일반국민 평가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48%가 코로나 확산의 원인이 교회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 국민들은 교회에 대해 실제 보다 더 큰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독교 일각에서는 이러한 오인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헌법소원에 나서기도 했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좀처럼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위와 같은 설문조사에서 정부의 대면예배 제한조치에 대해 국민의 86%가 "공익을 위해 종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결과가 이에 대한 방증이다.

지난해 6월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실시한 '종교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이후 개신교인의 이미지는 '거리를 두고 싶은(32%)', '이중적인(30%)', '사기꾼 같은(29%)'로 나타나 코로나 이후 국민적 이미지가 급격히 하락했음을 보여준 바 있다.(가톨릭이나 불교 신자 이미지는 '온화한', '따뜻한', '윤리적인', '절제하는' 등의 긍정적 이미지가 가장 높은 답변이었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코로나19에 대한 목회자 인식조사'에서 코로나19 종식 후 교인이 감소할 것 같은가를 묻는 질문에는 49%가 '감소할 것 같다'고 답변했으며, 감소할 것 같다고 응답한 목회자들에게 감소 예상 비율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종합하면 20% 정도가 감소할 것 같다는 평균값이 나왔다.

그렇다면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 또한, 이전의 설문조사 결과들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같은 설문에서 코로나19를 겪으며 느낀 '한국교회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로는 '예배의 본질에 대한 정립(67%)', '교회 중심의 신앙에서 생활신앙 강화(41%)', '교회의 공적인 역할(취약계층/자립대상교회 지원 등)(28%)' 등의 순으로 응답됐다.

또 다른 설문(지난해 6월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실시한 '종교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는 국민이 원하는 종교의 역할로 '다양한 봉사 활동의 주체(51%)', '사회적 약자 보호(50%)', '시민들의 심리적 불안감 해소(39%)', '노약자/장애인 돕기(34%)', '사회적 갈등 중재(28%)', '사회적 가치 수호, 인권보호(27%)' 등의 응답이 나왔다. 이러한 응답들은 교인들이, 그리고 사회가 교회에 바라는 모습들이다. 이 답변들은 국민들이 코로나를 지나면서 교회에 갖는 바람이라는 점에서 교회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안들이라 할 수 있다.



#모호함(vague)이 선명함(vivid)이 되길



코로나19를 1년 이상 겪고 있는 우리는 이제 서서히 눈치를 채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우리는 그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교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교회는 실추된 대사회이미지로 인해 전도가 쉽지 않을 것이고, 주일날 교회에서 예배 드리는 인원도 줄어들 것이다.

우울한 전망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면 유럽의 기독교와 같이 성도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대사회적 영향력이 줄어드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리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우울한 전망을 희망으로 돌리기 위해서 무엇보다 교회는 코로나19가 왜 발생하게 됐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가장 크게 고통받고 피해를 입은 이들은 누구인지를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교회는 코로나19가 기후위기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지적하는 석학과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엔트로피 법칙', '노동의 종말' 등의 저자인 세계적 석학 제러미 리프킨은 코로나 발발은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야생동물의 터전을 침범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넘어왔다는 주장이다.

현재 지구는 온난화, 이상 기후 등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는 현재 팬데믹으로 인해 그 시급성과 중요성이 다소 가려지고 있지만 사실 바이러스의 문제보다도 더 큰 위험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교회는 경제 발전을 최우선시 하며 환경을 훼손해온 기존의 삶의 방식에 대해 반성하며, 그 어느 기관이나 단체보다 기후위기에 앞장 설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교회가 에너지를 쏟고 있는 비본질적인 문제들 대신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에 발 벗고 나선다면 사회를 변화시키고, 대사회적 이미지도 쇄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 다음세대 돌봄, 코로나 블루 치유하는 교회



또한, 최근에는 코로나19로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하는 다음세대들의 학습손실, 그리고 또래 집단과 교류하지 못하면서 잃어버린 사회성 발달의 기회, 장기간 고립으로 인산 스트레스, 심리적 불안, 신체활동 부족 등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한국교회는 다음세대가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을 10년 이상 겪고 있다. 지난해 105회 총회에 보고된 통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영아부와 유아부는 10% 후반대, 유치부, 유년부, 초등부는 30%대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심각한 것은 소년부와 중고등부가 40% 내외의 감소율을 보이며 초등부 이전 연령대보다 급격하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다음세대 선교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교회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의 문제에 더욱 열정을 갖고 뛰어들어 사역을 전개한다면 한국교회의 미래에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코로나19로 대면교제의 기회를 잃고, 소속감마저 잃어버리고 있는 교인들을 위해 진정한 공동체가 되어주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8월 한 설문조사에서 20대 청년의 70% 이상이 '코로나 블루'를 경험하고 있다고 답할 정도로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에 대해 정서적으로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모호한(vague)' 때일수록 교회가 본질에 충실한 가운데 세상의 길과는 다른 길을 선택하고, 약자와 고통 받는 자를 돌보며, 섬기고 나눈다면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뚜렷한(visible)', 그리고 '선명한(vivid)'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이미 여러 지표들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국교회가 건강하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전과 같은 길을 가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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