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목회자 '번아웃' 주의보

연말연시 목회자 '번아웃' 주의보

목회데이터연구소, 최근 조사 결과 '목회자 36%가 최근 3개월 번아웃 경험'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2년 12월 26일(월) 09:51
연말연시를 맞아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며 무력해지는 상태인 '번아웃(Burnout)'을 경험하는 목회자가 많은 것으로 확인돼 목회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최근 구독자를 대상으로 지난 5~18일 '최근 3개월 동안 목회자가 경험한 신체적/정신적 증상'에 대해 물은 결과 508명의 응답자 중 36%가 '번아웃' 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우울' 16%, '불안' 11% 등을 느낀다고 응답한 경우도 각각 16%, 11%에 이르고, 공황장애 및 섭식장애 등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7%로 나타나 많은 목회자들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로하거나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27~30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가 기아대책,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주)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예장 교단 소속 담임목사(유효표본 981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제 3차 '한국교회 코로나 추적조사 결과'에서도 담임목사 10명 중 3명은 현재 번아웃 상태에 있는 것 같다는 응답을 했었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목회자들이 만성적인 피로 상태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조사에서 교회규모별로 살펴보면 500명 이상의 대형교회 목회자의 경우 무려 절반 가까이(47%)가 '번아웃'을 겪고 있다고 답했으며, 전체적으로도 10명 중 3명(31%)이 현재 번아웃 상태에 있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번아웃 이유로는 '재정적으로 회복이 어려워서/교인이 계속 줄어들어서'가 38%로 가장 많이 지적됐고,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26%)', '육체적 건강이 안 좋아서(18%)', '교인들과의 갈등이 심해서(13%)', '가정/자녀 문제가 심각해서(2%)' 순으로 응답됐다.

목회자 '번아웃' 이유는 교회 규모별로 차이를 보였다. '99명 이하'의 교회 목회자는 50% 이상이 '재정적으로 회복이 어려워서/교인들이 계속 줄어서'를, 그 외 '100~499명'과 '500명 이상' 교회의 경우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를 가장 많이 꼽아 주된 스트레스 요인이 달랐다.

심리치료 전문가들은 번아웃 증후군의 증상으로 △속이 텅 빈 것 같다는 생각과 회의감 △숙면을 취해도 피로가 누적 △업무량이 많은 것 같고 열정이 없어짐 △감정 소모가 심해지며 우울감에 시달림 △만성적인 두통, 감기와 같은 증상 △쉽게 짜증 나고 화가 남 △기력이 없고 약해진 느낌 등을 꼽으며, 목회자의 경우에도 이러한 증상이 심한 경우 전문적인 상담사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목회자 번아웃을 방지하기 위해 황영태 목사(안동교회)는 목회자 휴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황 목사는 "목회자의 직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을 돌보는 일이다 보니 결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데다가, 그 일 자체도 감정 노동이기 때문에 번아웃의 위험이 크다"며, "목회자는 교인들에게 교회 일에 더 열심히 헌신하고 충성해야 한다고 가르치기 때문에, 자신이 쉬는 것은 이에 반한다고 생각되기가 쉽다. 그래서 힘들어도 말 못하고 자신이 지친 줄 알지도 못한 채 번아웃이 되고 만다"고 경고한다.

황 목사는 "용수철을 과도하게 당기면 회복력을 상실하는 것처럼, 번아웃에 빠지면 회복하는데 수년 혹은 수십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로 인해 목회를 그만두게 되는 이들도 많다"며, "휴가 기간은 자신이 하나님의 사역에 쓰임 받을 수 있도록 재충전하고 준비하는 시간이다. 지금까지는 성도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다면, 이제는 자신을 돌보고 자신의 영혼을 먹여줄 차례다. 평소에 자지 못했던 잠을 충분히 잔다든지, 보고 싶었던 영화나 듣고 싶었던 음악, 읽고 싶었던 책을 읽고 여행을 하는 등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자신을 격려하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선의 목회자들은 목회자 개인이 교회에 휴가를 요구하거나 정신 치료를 받는 것을 노출하는 것을 어려워 하기 때문에 목회자 케어를 위한 총회나 노회 차원의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총회가 주최한 '한국교회 포스트 코로나19 인식변화' 발표회에서 500명 이상의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50% 정도가 번아웃으로 힘들어 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류영모 직전 총회장은 "공황장애나 우울증 등 질환을 앓고 있는 목회자가 갈수록 많아져 총회 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2~3년마다 목회적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치료를 받는 시스템을 갖추고 목회자의 정신건강을 위한 연구도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총회 차원의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노회 차원에서 목회자를 육체적 정신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시스템을 만든 케이스는 있다. 서울노회의 경우는 모든 목회자가 시무 7년째에는 의무적으로 3개월 동안 안식월을 가지도록 결의하고 규칙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안식월을 갖기를 원하는 목회자가 노회에 안식월 지원서를 제출하면 서울노회에서는 노회 내 목사 또는 목회지원실에서 강사를 파송해준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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