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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10곳 중 7곳 적자…적자 4200억 사상 최대

문광민 기자
입력 : 
2021-06-13 17:43:23
수정 : 
2021-06-13 23: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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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직격탄 맞아 재정 흔들
◆ 사립대 재정적자 사상최대 ◆

지난해 전국 사립대학 10곳 중 7곳이 운영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들 대학의 적자 규모는 총 4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실상 사상 최대 적자폭으로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에 따라 악화일로를 걷던 사립대 재정 상태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됐다.

13일 매일경제가 전국 사립대학의 2020회계연도(2020년 3월~2021년 2월) 결산공고(교비회계)를 분석한 결과, 118개 대학 중 85곳(72%)이 적자 상태로 나타났다. 전년도 71개 사립대에서 총 2727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적자 대학은 14곳, 적자 규모는 54% 늘어났다.

교비회계에서 운영수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부문은 한국어학당·평생교육강좌 등 단기 수강료와 학교 시설물 등 각종 대여·사용료, 기숙사비 등 교육부대수입 등 3개 항목이었다. 작년 3개 항목의 운영수익은 전년 대비 각각 34%, 46%, 26% 감소했다.

A사립대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로 외국인 대상의 한국어학당은 개점휴업인 대학이 많았다"며 "전면 비대면 수업 실시로 학내 시설물의 대여도 줄고, 재학생의 기숙사 이용도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살림이 빠듯해지자 대학들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지난해 118개 사립대학 중 76곳이 대학 본연의 기능인 연구 활동에 지출하는 비용을 전년 대비 평균 12% 줄였다. '코로나19 특별장학금'을 편성하기도 했지만, 사립대 63곳이 기존 교내장학금을 평균 4% 줄였다. 89개 사립대는 시설관리비, 복리후생비 등 '고정비'라 일컬어지는 관리운영비를 평균 8.5% 줄였다.

이 같은 대학의 지출 축소 노력도 사상 최대 적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118개 대학의 지난해 전체 운영비용이 운영수익을 크게 웃돌면서 사립대학은 총체적 적자 상태에 빠졌다.

재정 바닥 드러낸 사립大들…연구비·장학금부터 깎았다

유학생 안오고, 기부금 마르고…대학 재정위기 '한계 상황' 어학원 등 단기수강료 34% 뚝
시설물 대여료 수입도 반토막 등록금 동결·코로나 장기화에
사립대 운영수익 5000억 급감 대학들 결국 허리띠 졸라매기
작년 연구비 평균 12%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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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학기부터 서울 A사립대학 한국어학원은 외국인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단기 어학연수생이 크게 줄고, 어학원 주요 수강자인 학부 1~2학년의 유학생들도 국내 입국을 미루는 사례가 많았던 탓이다. A사립대학 어학원 등록자 수는 지난해 내내 예년의 절반 이하에 머물렀다. A사립대학 관계자는 "올해 어학원 운영 상황은 작년보다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날이 언제 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B사립대학은 지난해 1학기에 전면 비대면수업이 실시되면서 기숙사가 텅 비었다. 2019년만 해도 약 1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B사립대학 기숙사는 빈방 없이 학생들로 꽉 찼으나, 작년 4월엔 기숙사 입사 학생이 두 자릿수에 불과했다.

B사립대학 관계자는 "기숙사가 비어 있더라도 건물 용역비와 관리비 등은 고정적으로 나간다. 기숙사 수입이 줄어든 만큼 손실이 크다"고 했다.

지난해 1학기부터 세 학기 연속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은 2009년 등록금 동결 정책 시행 이후 '마른 수건'을 짜며 재정을 운영해 온 국내 사립대학들의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13일 매일경제가 국내 사립대학 118곳의 '2020학년도 교비회계 운영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대학의 운영수익은 전년보다 3.4%(5519억원) 줄어든 15조5507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운영비용은 15조6763억원으로 전년보다 2.2%(3600억원) 줄어드는 데 그치며 전체 대학의 운영 차액(운영수익-운영비용)은 마이너스 상태로 돌아섰다. 교비회계는 대학이 교육·연구 등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발생하는 세입·세출을 기록하는 회계다. 교비회계상 운영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은 대학이 교육·연구기관으로서 고유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재정적 결함이 나타나고 있음을 뜻한다. 학교법인의 수익 사업이나 부속 병원 운영에 따른 수익이 뒷받침된다면 교비회계상 운영 적자를 메울 수 있겠지만 국내 대다수 사립대학은 등록금 수입 외엔 고정적인 수입원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사립대학 운영수익의 60%는 등록금에서 나온다. 지난해 사립대 118곳의 학부·대학원 수업료 수입은 총 9조4212억원(학부 7조6202억원·대학원 1조801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수업료 수입만으론 대학의 고정비용인 인건비와 관리운영비를 충당하지 못한다. 지난해 전체 사립대학에서 인건비 7조2589억원, 관리운영비 2조8870억원 등 총 10조1460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사립대학 운영수익이 크게 줄어든 이유로는 △비학위과정 외국인 유학생 감소 △평생교육 강좌 축소 △기숙사 운영 차질 △학교 시설 임대 차질 △기부금·전입금 감소 등이 꼽힌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18개 사립대학 중 106곳에서 '단기수강료' 수입이 줄었다. 106곳 단기수강료 수입은 전년 대비 총 1700억원(37%) 감소했다. 단기수강료 수입은 비학위과정 수업에서 발생한 수입으로 한국어학당과 최고경영자과정 수강료 등이 대표적이다. 단기수강료 수입 감소폭이 큰 사립대는 연세대(136억원)를 비롯해 고려대(93억원), 경희대(93억원), 중앙대(68억원), 한양대(67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학교 시설물을 임대해 얻은 '대여료·사용료' 수입이 감소한 사립대는 112곳으로 집계됐다. 112곳 대여료·사용료 수입의 전년 대비 총 감소 규모는 1932억원(49%)에 달했다. 역시 연세대(204억원)를 비롯해 이화여대(114억원), 원광대(68억원), 경희대(66억원) 순으로 전년 대비 감소폭이 컸다.

지난해 사립대학 70곳에서 기부금이 감소했다. 이들 대학에서 교비회계상 기부금 수입은 전년 대비 총 804억원(27%) 줄어들었다. 기부금 감소폭은 고려대(159억원), 영남대(73억원), 동덕여대(67억원), 연세대(66억원), 동아대(62억원) 순으로 컸다.

사립대학 재정 압박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교원 등 대학 구성원들에게 돌아간다.

지난해 사립대학 76곳은 연구비 지출을 전년보다 평균 12% 줄였고, 63곳은 교내장학금 지출이 전년 대비 평균 4% 줄었다. 상황이 심각한 대학에선 올해 예산에서 급여를 12개월분이 아닌 8개월분만 편성하는 등 교직원들에게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일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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