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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사 64% "AI 보조 교사 도입을"

고민서 기자
입력 : 
2021-05-14 17:48:51
수정 : 
2021-05-14 23: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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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 40돌` 매경·교총 설문

학생 수준별 맞춤 수업 기대
◆ AI 교사 시대 성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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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있는 A중학교 2학년 수학시간. 교단 앞에서 교사가 개념 설명을 하는 동안 책상 위 노트북에 설치된 센서로 인공지능(AI) 보조교사가 아이들의 학습 태도와 문제 푸는 과정을 관찰하고 있다. 몇몇 학생이 문제 풀이에 어려워하는 모습을 감지한 AI 보조교사는 수학교사가 보는 노트북으로 학생들의 풀이 상황을 알려준다. 그러자 수학교사는 AI 보조교사가 제시한 수준별 설명 자료를 학생 개인 노트북 모니터에 띄우고, 제각기 난도가 다른 문제를 게임 형식으로 풀게 해 흥미를 유도한다. 한 교실에 학습 수준이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 있지만 교사는 AI 도움으로 '수포자(수학 포기자)'를 줄이며 수준별 수업을 이끌어 갈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 학교가 마주하게 될 교실 수업의 모습이다. 이미 미국, 핀란드 등 선진화된 일부 교육 현장에선 고도화된 에듀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AI 교사가 수업에 보조교사로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4일 매일경제신문이 교총에 의뢰해 전국 초·중·고교 교사 1091명을 대상으로 'AI 시대 미래 교육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4.3%가 '공교육에 AI 교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원격수업의 한계로 지목됐던 학습 결손과 학력 격차 문제를 교육용 AI를 활용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학생의 흥미와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학습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잠자는 교실'을 깨울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국내 공교육 시스템에선 아직까지 AI 등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이 이제 막 걸음마 수준이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교사 가운데 36.7%는 '에듀테크를 접목한 교수학습법에 대해 모른다'(거의 모른다 26.1%, 전혀 모른다 10.6%)고 응답했다. '잘 알고 있다'고 한 교사는 15.5%에 불과했다. 47.8%는 '조금 알고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교사 10명 중 8명(76.8%)는 '현재 학교 수업에서 에듀테크를 활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장은 "지금의 학교는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학교마다 교육 현장에 맞는 양질의 에듀테크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설문 결과 교사들은 '미래학교에서 더욱 강조될 교사의 역할'로 '인성교육과 공동체·협동·협업 역량 교육'(복수응답·73.1%)을 가장 많이 꼽았다.

[고민서 기자]

AI 활용교육 年40%대 급성장…코로나發 학습격차 메운다

부실 원격수업 'X포자' 없게

수학문제 수준별로 내주고
서툰 그림도 그럴싸하게 '도움'
"학생들 자신감 생겨 수업 집중"

에듀테크시장 폭발적 성장

흥미 유발로 공교육에 새 기회
K에듀 플랫폼 2025년 도입
교사들, AI 활용 능력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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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학습기를 통해 학생들에게 수준별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공교육 현장에서 개인별 맞춤 학습을 위해 에듀테크를 접목한 수업을 하는 곳은 일부 선도 학교 등에 불과하다. [사진 제공 = 아이스크림에듀]
지난달 서울 A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는 구글의 인공지능(AI) 그리기 도구인 오토드로를 활용한 미술 수업이 진행됐다. 아이들은 태블릿 PC를 통해 저마다 머릿속으로 생각한 그림을 그리고는 이내 신기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AI가 실시간으로 그림을 파악해 아이가 의도했을 법한 다양한 완성본을 결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수업을 이끈 지도 교사는 "아이들 생각만큼 손이 따라가지 않아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AI가 도와주니까 그림 그리기에 어려워하던 아이들도 자신감을 갖고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는 등 수업 집중도가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에듀테크가 교육 현장에 빠르게 침투하며 수업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원격수업을 경험한 교사 중에서는 학습 결손·학력 격차를 해결할 대안으로 에듀테크를 활용한 미래 교육에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방향의 획일적인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AI를 활용해 학생 개개인의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 미래 필수 역량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혁신 수업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래 인간 교사 역할이 AI 보조교사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학생별 '개별화된 맞춤 수업'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교육기술 시장조사기관인 메타리(Metaari)에 따르면 에듀테크 시장에서 향후 5년간 급성장이 예상되는 이러닝 분야는 로봇 교사(44.6%)와 AI 기반 교육(41.9%·디지털 교육 콘텐츠에 AI 기술을 접목해 개인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사교육 시장이 '개인별로 특화된 교육'을 거의 전담하는 상황에서 공교육을 되살릴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AI 기반의 맞춤형 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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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B중학교 역사 교사는 구글 트렌드나 네이버 데이터랩 등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사회 현안 프로젝트 수업을 짜고 있다고 했다. 이 교사는 "교재 외에 원격 학습 도구들을 활용해 학습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적화된 수업 방식을 고민하게 됐다"며 "아직까지 역사 과목 특성을 살린 AI 플랫폼이 없는 듯해 당장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반의 역사 토론 수업을 강구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종전에는 '역사'를 배우고 외우는 지식 전달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독도 역사 문제와 같은 현안에 대한 최신 빅데이터 정보를 종합해 토론하며 해결 방안을 찾는 수업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공교육에서 AI 활용은 무엇보다 '학습 소외' 학생들이 발생하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도입된 반강제적인 원격수업으로 학생 간 학습 격차가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AI 기술을 교육에 접목하면 수업에 흥미를 잃고 제때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구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광주 C초등학교에서는 정규수업 과정을 따라가지 못해 보충 학습이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AI 튜터를 쓰고 있다. 학생들은 AI 기술이 적용된 학습기를 통해 각자 진도율에 따라 개념을 익히거나 문제를 풀며 부족한 수업을 메운다.

또 한 고등학교 사회과 교사는 장애인을 이해하는 인권교육을 진행하며 가상현실(VR)에서 장애를 체험하고 느낀 점을 토의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장애인에 대해 말로 듣고 글로 배웠던 내용을 간접 체감하며 더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교 단위라면 진로·적성이나 취업 준비에도 AI 코치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학창 시절 학생 개개인의 흥미와 소질, 학습의 속도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최적화된 진로·적성검사를 종합적으로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 교사는 학생 상담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 시간을 아낀 덕분에 학생 개개인에 대한 멘토링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지금은 사교육에 고비용을 지불해서라도 대입 컨설팅을 받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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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교육 환경이 급격히 바뀌는 과정에서는 교사의 역할도 대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교육부는 AI 기반의 다양한 에듀테크 시스템이 공교육에 활용될 수 있도록 'K에듀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2024년 개발을 완료하고 2025년부터 초·중·고등학교 교육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학교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적용한 미래교육이 시행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그린스마트 미래 학교 계획을 추진해 2025년까지 18조5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으로 40년이 넘은 노후 학교 건물 중 2835개동(약 1400개 학교)을 개축 또는 새 단장(리모델링)하게 된다. 이외에도 이화여대를 포함한 전국 38개 교육대학원에서는 현직 교원을 대상으로 한 AI 융합교육 석사과정을 통해 향후 5년간 매년 1000명씩 선도 교사 50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물론 인프라스트럭처를 개선하고 교원의 역량을 키우는 것만으로 AI 시대의 미래 공교육을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입시 위주의 '정답 맞히기 경쟁'에서 벗어나 학생과 교사·AI가 소통하며 학생 개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제도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제영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장]

해외선 이미 AI융합교육…학생들 학업 성취감 높아

에듀테크 어디까지 왔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인 살만 칸이 2014년에 만든 '칸랩 스쿨(Khan lab school)'은 미래 학교의 모델로 대표되는 성공 사례다. 칸랩 스쿨은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교육과정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인공지능(AI)이 추천한 맞춤형 교육으로 개인별 교육 과정에 중점을 둔다. 학년 자체가 없기 때문에 중학생도 실력이 부족하면 초등학교 수준의 내용을 배운다. 반대로 실력이 월등하면 상급 단계 학습 진도를 소화할 수 있다.

특히 칸랩 스쿨 학생들은 관심사와 학습 수준에 맞는 다양한 수업을 골라 듣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학습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도달하는 즐거움을 맛본다. 수업도 강의식이 아닌 프로젝트 기반 학습과 협력 학습, 문제해결 학습 등 학생이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다 보니 잠자는 학생을 찾아볼 수가 없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학교 현장의 디지털 교육 대전환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만 하더라도 민관이 협업하는 'AI 융합 교육'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이미 공립·사립·대안학교 등에서 폭넓게 선택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에듀테크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핀란드 등 교육 선진국으로 거론되는 주요 국가에서는 민간 기업이 만든 교육용 로봇이나 AI 기반 학습 소프트웨어 등을 공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장려하는 분위기다. 이를 통해 이들 국가에선 공교육과 사교육이 AI 융합교육을 성장시키려는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영국에선 현지 초등학교 1200여 곳이 학생의 학습 진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해주는 '서드 스페이스 러닝(Third Space Learning)'을 도입한 바 있다. 교사는 이 시스템이 제공하는 학생별 학습 데이터를 통해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을 확인하며 수시로 교육 난도를 조정한다. 심지어 미국은 교육용 오픈마켓에서 학교가 필요로 하는 에듀테크 서비스를 구매해 수업에 적용하는 사례가 흔하다. 사교육 조장 우려가 있다며 공교육에 민간 기업의 에듀테크 유입을 제한하는 국내 상황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AI 시대 미래 교육을 다양한 에듀테크를 활용해 지식을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창의적 교육이 이뤄지는 하이브리드 러닝(Hybrid Learning)으로 정의하고 있다.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창의적 교육은 교사 주도로 학생들과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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