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한류 열풍` 부는 대학가
작년 국문학 대학원생 중
외국인 유학생 1683명 달해
한국드라마 등 한류열풍에
해외 대학서 한국학도 인기
작년 국문학 대학원생 중
외국인 유학생 1683명 달해
한국드라마 등 한류열풍에
해외 대학서 한국학도 인기
러시아에서 온 보브코바 예브게니아 씨(24)는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에서 한국어문학을 전공한 후 고려대에서 국어국문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언어에 관심이 많았는데 우연히 친구를 따라 한국어를 공부하다 보니 전공까지 하게 됐다"며 "학습자로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던 게 아니라 전문적으로 한국인이 배우는 국어학, 국문학을 배우고 싶어 대학원까지 도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어는 러시아어나 서양 언어와 비교할 때 어순, 어족이 모두 다르고 한국에서만 쓰는 독특한 언어이기 때문에 재밌다"며 "한글 창제의 원리인 천지인에 대해 배울 때도 굉장히 놀랍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최근 K팝과 한국 드라마 등이 이끄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학'이나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 국어국문학과 석·박사 학위과정을 밟는 학생들 중 외국인 유학생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다. 13일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어·국문학 계열 대학원과정에 재적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1683명으로 전체 재적 학생 4331명 중 약 39%를 차지했다. 10년 전인 2011년 외국인 유학생 수가 1209명일 때와 비교해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 학생과는 다른 특별전형을 거쳐 정원 외로 대학원에 입학하게 된다. 특히 올해 1학기 SKY 대학(서울대·고려대·연세대) 국문과 대학원 과정을 밟는 유학생은 총 183명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국문과 대학원은 이번 학기 재적 인원 총 115명 중 절반에 가까운 41명이 외국인 학생이라고 밝혔다. 출신 국가 역시 미국·중국·영국·독일·핀란드·인도네시아·투르크메니스탄 등 18개국으로 다양했다.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 역시 재학생 143명 중 외국인이 45명, 연세대는 277명 중 외국인이 97명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학생은 학부 때부터 한국어나 한국문학을 전공한 후 국내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전혀 다른 전공을 공부하다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들도 있다. 중국에서 온 황성진 씨(24)는 학부 시절 광고학을 전공하며 마케팅과 디자인 수업을 듣던 중 중국과 한국문학을 접하게 됐다. 조선족인 황씨는 점차 한국문학에 호기심을 느끼게 됐고 학부 3학년 당시 진로를 정하면서 유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황씨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전공을 바꿔서 왔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려 하고, 한국인의 민족문화를 정서적으로 연구하기에도 적합한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학·국문학 등을 전공한 외국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 등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콘텐츠로 인기를 얻기도 한다. 구독자 112만명을 거느린 인기 유튜버 '소련여자'는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국립대에서 동양학 학사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금이 기자 / 명지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