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M] 도시와 미세먼지② "젊을수록 미세먼지에 건강 좌우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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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5.05. 오전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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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미세먼지0 전 지역에서 10년 간 WHO 기준 초과 (클릭)
▶도시와 미세먼지1 ‘미세먼지-질병 밀접 지도’ (클릭)



MBN 데이터취재팀이 연속으로 전해드리고 있는 <도시와 미세먼지>입니다. 0편(프롤로그)과 1편에서 전해드렸던 내용, 한 번 복습(?)하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아래는 대전 서구와 부산 중구, 인천 강화군의 미세먼지 위험도와 질병 위험도를 미세먼지-질병 밀접도와 비교한 표입니다. (미세먼지 위험도=미세먼지 수치와 미세먼지 증감률 종합 / 질병 위험도=호흡기·혈관 질환 5개 수치 종합)



뭔가 이상하죠? 분명히 대전 서구보다는 부산 중구가, 부산 중구보다는 인천 강화군의 미세먼지 위험도나 질병 위험도가 더 높은데, 미세먼지-질병 밀접도는 대전 서구-부산 중구-인천 강화군 순서로 높습니다.

1차 분석이 끝난 당시, 취재팀도 당황했습니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기사를 엎어야 하나?”라는 절망적인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는데, 일단 침착하게 각 수치 간의 관계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다시 말해 지역별로 산출된 ▲미세먼지 위험도 ▲질병 위험도 ▲미세먼지-질병 밀접도 이 세 수치 간의 상관계수를 계산해봤는데요. 총 3개의 상관계수가 나왔죠. 그 결과가 아래와 같습니다. (상관계수가 0.3이상 혹은 –0.3이하면 두 수치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음)



▲미세먼지 위험도와 ▲질병 위험도 간의 상관계수는 –0.005, ▲미세먼지 위험도와 ▲미세먼지-질병 밀접도의 상관계수는 0.081로 큰 의미가 없는 결과였는데요. ▲질병 위험도와 ▲미세먼지-질병 밀접도(상관계수) 간의 수치가 눈에 띕니다.

-0.62, 기준이 ±0.3이라는 걸 고려면 굉장히 높은 수치인데요. 그러니까 특정 지역의 '질병 위험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오히려 그 지역의 미세먼지-질병 밀접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매우 크다는 겁니다.

물론 상식적으로 '질병 위험도가 미세먼지-질병 밀접도를 낮춘다'는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질병 위험도와 미세먼지-질병 밀접도 사이를 연결해주는 ‘미씽링크’가 있다는 뜻이죠.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미세먼지와 질병의 밀접성을 결정하는 건 '나이'

이미 다들 제목에서 눈치채셨죠? 미씽링크는 바로 ‘나이’였습니다. 분석 대상 지역 73곳의 각 평균연령(2011년~2020년 평균)을 대입해보니 문제가 풀렸습니다.

▲미세먼지-질병 밀접도와 ▲평균연령 간의 상관계수가 –0.48. 특정 지역의 평균연령이 낮아질수록, 해당 지역의 미세먼지-질병의 밀접도가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젊은 도시일수록 건강이 미세먼지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는 거죠.



앞서 살펴본 세 지역에 평균연령을 끼워넣어서 다시 한번 볼까요? 정말로 대전 서구, 부산 중구, 인천 강화군으로 갈수록 평균연령이 높아졌네요.

취재팀은 73개 지역의 지난 10년 간의 ▲미세먼지-질병 밀접도와 ▲평균연령을 대상으로 회귀분석을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공식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P값이 충분히 작았기(0.05이하) 때문에 통계적으로 유효한 공식입니다. 이 식에 따르면 평균연령이 30세인 지역은 미세먼지-질병 밀접도(상관계수)가 0.371이고, 평균연령 40세인 지역은 0.095입니다. 4배에 가까운 차이가 나네요.


청년을 위한 미세먼지 질환 대책도 필요하다

정리를 해보자면, 도시의 평균연령이 낮을수록 미세먼지와 질병 사이의 밀접성이 올라간다. 젊은 도시일수록 미세먼지가 시민들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결론입니다. 우리의 상식과는 조금 다르죠.

사실 ‘미세먼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연구들이 의학계에서 많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같은 외부 조건에서 청년층과 중장년층, 고령층을 비교했을 때, 단일한 외부 요인에 대해서는 오히려 청년층의 건강이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거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는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나이가 많아질수록 기저질환 등 ‘이미 존재하고 있는 요인’들이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데 비해, 청년층은 그러한 ‘이미 존재하는 요인’ 자체가 거의 없다”며 “미세먼지와 같은 단일한 외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말씀드릴 것은 저희 취재의 결론이 '미세먼지가 고령층에는 영향을 많이 끼치지 않고, 청년층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가 아닙니다.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 고령층에 비해, 청년층은 미세먼지라는 한 가지 요인만 잘 통제해도 건강 관리가 훨씬 수월하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의 미세먼지 질환 대책도 바뀌어야겠죠. 대부분의 대책이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책의 초점을 고령층에서 청년층으로 옮기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노인복지시설 인근의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해 집중 관리를 하는 등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대책이 있다면, 나이가 더 어린 중장년층과 청년층에게도 미세먼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아무쪼록 MBN데이터취재팀의 이번 보도가 각 연령을 위한, 시민 모두를 위한 맞춤형 ‘핀셋 미세먼지 대책’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 자세한 취재데이터는 KDX한국데이터거래소를 통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민경영 MBN 데이터 전문기자 / business@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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