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1분기 60대 이상 5만7천명 거래소 가입, 4천억원 투자
온라인 거래 서투른 금융소외층…당국은 보호않고 뒷짐
온라인 거래 서투른 금융소외층…당국은 보호않고 뒷짐
60대 이상 노년층이 이들 4대 거래소에 가상화폐를 사겠다며 맡긴 돈은 4070억원이다. 한 사람당 711만원을 예치금으로 맡긴 것이다. 전 연령 평균 예치금인 354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또 노년층의 올해 1분기 가상화폐 거래량은 3252만7598회로 전체(19억3025만건)의 1.7%를 차지했다. 노년층의 경우 다른 연령보다 더 많은 돈을 가상화폐에 투자하면서 거래는 적게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노년층이 이 같은 가상화폐를 다루는 온라인 환경에 익숙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30일 찾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빗썸 강남센터에는 60대 이상 투자자들이 태블릿PC는 물론 노트북까지 들고 와서 애로사항을 해결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로그인 등 전산 오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노년층을 위해 빗썸과 코인원 등 거래소들은 지난달부터 오프라인 고객센터를 열어 가상화폐 매매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노년층은 온라인 거래가 서툴러 주문을 내다 실수를 할 수 있고 코인시장 특성상 노후자금을 몽땅 날릴 수도 있다"며 "금융당국이 이러한 소외계층에 대해서는 별도로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금융권에도 가상화폐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올해 초부터 가상화폐가 급등하면서 중장년층의 문의가 시작됐고, 최근에는 고령층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의 설명이다.
이들의 공통된 질문은 가상화폐를 투자자산으로 볼 수 있는지, 투자를 할 경우 어떻게 하는지, 이익·손실 가능성은 어떻게 되는지 등이다.
여기에 가상화폐 투자를 통해 거액을 번 사람들이 PB센터를 찾는 모습도 등장했다.
"2천만원 투자후 1천만원 더"…2030보다 과감한 '6070 코린이'
빗썸 강남센터 가보니
"부산에서 KTX 타고 왔어요"
노년층 고객으로 사무실 북적
"입금 오류 뜨는데 해결 좀…"
앱 기본기능 헷갈려 하기도
전문가 "시장 너무 과열돼
노후자금 한번에 날릴 수도"
빗썸 고객센터 앞에서 만난 60대 투자자 박상환 씨(가명)는 "로그인과 투자 자금 입출금 방법, 거래가 읽는 법 등 기본적인 내용을 문의하러 왔다"며 "현재 계좌에 2000만원 정도를 넣어서 투자하고 있는데 수익률이 좋아 1000만원을 더 넣어 원금을 늘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어 "대면 상담 창구가 없을 때는 '가상화폐라 서비스도 가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60대 이상 투자자들에게는 대면 상담 창구가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코인원 관계자는 "입금 오류 등 문제로 방문하는 젊은 층 비중도 꽤 높지만 기본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고객이 더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고령층이 가상화폐에 관심을 가지면서 기존 금융권에도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
특히 잘못 투자해서 손실을 봤다며 막무가내로 은행 프라이빗뱅커(PB)에게 추천 종목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 시중은행 전문위원은 "가상화폐를 대부분 투자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명확한 고평가·저평가 기준이 없기 때문에 위험도가 높은 상품이라고 안내하고 있다"며 "시장이 너무 과열돼 고령층은 노후자금을 한 번에 날릴 위험이 크고 이렇게 손실 난 부분은 쉽게 복구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문일호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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