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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6070 노후자금까지 `코인 한탕` 가세했다

문일호,이진한 기자
문일호,이진한 기자
입력 : 
2021-05-02 18:04:35
수정 : 
2021-05-02 20: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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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1분기 60대 이상 5만7천명 거래소 가입, 4천억원 투자
온라인 거래 서투른 금융소외층…당국은 보호않고 뒷짐
◆ 노년층까지 번진 코인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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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대 노년층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액을 크게 늘리고 있다. 올해 들어 3개월 동안 국내 60대 이상 노년층이 4000억원가량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의 전유물로 보였던 가상화폐 투자에 노년층까지 가세하면서 코인광풍이 모든 연령층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을 활용한 투자에 서툰 노년층의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금융당국은 가상화폐가 '투자'가 아닌 '투기'일 뿐이라며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2일 가상화폐 업계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에 국내 4대 가상화폐거래소(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에 가입한 60대 이상 인구는 5만7280명으로 조사됐다.

60대 이상 노년층이 이들 4대 거래소에 가상화폐를 사겠다며 맡긴 돈은 4070억원이다. 한 사람당 711만원을 예치금으로 맡긴 것이다. 전 연령 평균 예치금인 354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또 노년층의 올해 1분기 가상화폐 거래량은 3252만7598회로 전체(19억3025만건)의 1.7%를 차지했다. 노년층의 경우 다른 연령보다 더 많은 돈을 가상화폐에 투자하면서 거래는 적게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노년층이 이 같은 가상화폐를 다루는 온라인 환경에 익숙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30일 찾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빗썸 강남센터에는 60대 이상 투자자들이 태블릿PC는 물론 노트북까지 들고 와서 애로사항을 해결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로그인 등 전산 오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노년층을 위해 빗썸과 코인원 등 거래소들은 지난달부터 오프라인 고객센터를 열어 가상화폐 매매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노년층은 온라인 거래가 서툴러 주문을 내다 실수를 할 수 있고 코인시장 특성상 노후자금을 몽땅 날릴 수도 있다"며 "금융당국이 이러한 소외계층에 대해서는 별도로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금융권에도 가상화폐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올해 초부터 가상화폐가 급등하면서 중장년층의 문의가 시작됐고, 최근에는 고령층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의 설명이다.

이들의 공통된 질문은 가상화폐를 투자자산으로 볼 수 있는지, 투자를 할 경우 어떻게 하는지, 이익·손실 가능성은 어떻게 되는지 등이다.

여기에 가상화폐 투자를 통해 거액을 번 사람들이 PB센터를 찾는 모습도 등장했다.

"2천만원 투자후 1천만원 더"…2030보다 과감한 '6070 코린이'

빗썸 강남센터 가보니

"부산에서 KTX 타고 왔어요"
노년층 고객으로 사무실 북적

"입금 오류 뜨는데 해결 좀…"
앱 기본기능 헷갈려 하기도

전문가 "시장 너무 과열돼
노후자금 한번에 날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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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고령층에도 코인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방문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한주형 기자]
지난달 30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빗썸 강남센터.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오프라인 고객센터 중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이곳에는 영업시간 내내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왔다. 전체 8개 창구 중 3곳이 열려 있고 이곳에 자리 잡은 투자자들은 로그인 등 투자에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 바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센터 방문자들의 주류는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이들은 너나없이 태블릿PC와 노트북PC, 스마트폰 등을 꺼내 애로사항을 풀기 바빴다. 이날 아침 부산에서 KTX를 타고 상경했다는 김주승 씨(가명·68)는 "한 달 전부터 로그인이 잘 안돼 방문했다"며 "비대면 고객 상담 서비스로는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몇 주 동안 고생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어 "투자한 금액이 수백만 원 정도여서 큰 손해를 본 것은 아니지만 최근 급등락 양상을 보인 시장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화가 났다"며 "지난 월요일부터 오프라인 센터가 다시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올라오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빗썸 고객센터 앞에서 만난 60대 투자자 박상환 씨(가명)는 "로그인과 투자 자금 입출금 방법, 거래가 읽는 법 등 기본적인 내용을 문의하러 왔다"며 "현재 계좌에 2000만원 정도를 넣어서 투자하고 있는데 수익률이 좋아 1000만원을 더 넣어 원금을 늘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어 "대면 상담 창구가 없을 때는 '가상화폐라 서비스도 가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60대 이상 투자자들에게는 대면 상담 창구가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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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소에서 20·30대가 아닌 60·70대 고령층을 만나기가 더 쉬운 것은 뜻밖이었다. 그만큼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세대를 가리지 않고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 여파로 신규 가입 고객도 크게 늘면서 한동안 운영하지 않았던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오프라인 고객센터 문을 속속 열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온라인 환경에 익숙지 않은 60대 이상 투자자들은 전화 상담 등 비대면 환경에서 쉽게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풀었다며 반색하기도 했다.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중 현재 오프라인 고객센터 영업을 재개한 곳은 빗썸과 코인원이다. 빗썸은 지난해 11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프라인 고객센터를 닫고 콜센터를 통해 고객 문의에 대응했다가 대면 상담을 요청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지난달 26일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2019년 7월 몸집 줄이기 차원에서 오프라인 객장을 폐쇄한 코인원도 고객 문의가 급증하면서 기존의 카카오톡 1대1 채팅 상담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달 말 오프라인 상담을 재개했다.

코인원 관계자는 "입금 오류 등 문제로 방문하는 젊은 층 비중도 꽤 높지만 기본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고객이 더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고령층이 가상화폐에 관심을 가지면서 기존 금융권에도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

특히 잘못 투자해서 손실을 봤다며 막무가내로 은행 프라이빗뱅커(PB)에게 추천 종목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 시중은행 전문위원은 "가상화폐를 대부분 투자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명확한 고평가·저평가 기준이 없기 때문에 위험도가 높은 상품이라고 안내하고 있다"며 "시장이 너무 과열돼 고령층은 노후자금을 한 번에 날릴 위험이 크고 이렇게 손실 난 부분은 쉽게 복구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문일호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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