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살 아이도 삼성전자 주식 지녔다…이제 '1인 1계좌'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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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25. 오후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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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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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차 직장인 송모(35)씨는 지난해 9월 생애 처음으로 주식에 투자했다. 여윳돈 350만원으로 삼성전자 주식 60주를 샀다. 그 전까진 은행 예·적금만 기웃거렸을 뿐, 주식 투자엔 관심 없었다. 그러다 회사 동료들이 주식으로 재미를 봤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만 돈을 못 버는 게 아닐까'란 불안감에 투자를 결심했다.

지난달엔 두 살짜리 딸의 주식 계좌까지 만들었다. 삼성전자 주식 5주, 현대차 1주를 사줬다. 송씨는 "20~30년 묵혀두면 아이한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까 싶어 주식 계좌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부모 개미'의 대열에까지 합류한 것이다.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가 4000만개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서울 시내 한 건물 외벽에 증권사 간판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주식계좌 4022만개 '사상 최대'
그야말로 '국민 주식 시대'다. 개인 투자자의 주식 투자 열풍에 힘입어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가 4000만개를 돌파했다. '1인 1계좌'가 현실이 됐을 만큼 주식이 범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두 사람만 모이면 주식 얘기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4022만1075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수는 5182만명, 이 중 20세 이상은 4312만명이다. 성인 1인당 1개꼴로 주식 계좌를 가진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출렁이던 지난해 3월 6일 3000만 개를 넘어선 뒤 1년 만에 1000만 개가 늘었다. 올 들어 개설된 계좌만 450만 개에 이른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 6개월간 한 번 이상 거래한 적 있는 증권 계좌를 가리킨다. 이 계좌가 늘었다는 건 한동안 주식에 손을 놓았던 투자자가 매매를 재개했거나 신규 투자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계좌가 늘어난 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후 '동학 개미 운동'에 뛰어든 '주린이'(주식+어린이)가 급증한 결과로 분석된다. 월급만 모아선 집 한 채 사기 힘들어진 데다, 저금리로 재산 증식마저 어려워지자 너나 할 것 없이 증시로 몰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인기 공모주 청약 열풍도 계좌 개설 수 증가에 한몫했다.
급증하는 주식거래 활동계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30 투자자 급증…여성 4년 만에 두 배로
물론 투자자 한 명이 여러 계좌를 가진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1인당 평균 계좌 2~3개를 보유했을 것으로 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좌 4000만개 돌파는 주식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건 물론 복수 계좌와 미성년자 계좌 증가 등 시장 환경의 변화까지 반영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중복 계좌를 뺀 개인 투자자는 지난해 말 기준 910만7228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299만명가량(48.9%) 늘었다. 특히 20~30대가 많이 증가했다. 30대가 181만명으로 1년 새 74만명 급증했고, 20대는 107만명으로 69만명 늘었다. 20세 미만 미성년자는 9만8612명에서 23만3710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여성 투자자가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여성 개미는 388만8787명으로, 1년 새 147만명 늘었다. 2016년 말(194만명)과 비교하면 4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이 293만명에서 521만명으로 77.8%(228만명) 늘어난 것보다 증가율이 높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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