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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요즘 대학 새내기는…"미팅이요? 차라리 주식할래요"

이진한,명지예 기자
이진한,명지예 기자
입력 : 
2021-03-01 17:51:04
수정 : 
2021-03-02 07: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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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투자 동아리 인기 상한가

동아리 신입회원 모집 경쟁률
7대1 넘을 정도로 투자 열풍

과거엔 취업스펙 쌓으려 가입
이젠 돈 버는 방법 배우려 동참

군대서 적금들어 종잣돈 마련
부모님 노후자금으로 투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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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권 대학교 주식투자 연합 동아리 'SURI' 회원들이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구 한 오피스텔에 모여 투자 토론을 하고 있다. [명지예 기자]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오피스텔. 서울권 대학 가치투자 연합동아리 'SURI' 회원들이 방학 특별활동으로 기획한 '기업분석 스터디' 커리큘럼에 맞춰 코스피 상장주인 롯데쇼핑의 사업 전망을 분석했다. 이들은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한 방역 지침에 따라 온·오프라인으로 나눠 만나 해당 기업에 장기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를 따졌다. SURI 회장 남예준 씨(25)는 "방학 동안 회원 각자가 기업 한 곳의 재무제표를 집중 분석해 기업 10여 곳에 대한 밸류에이션(valuation) 과정을 이미 마쳤다"며 "새학기 신입 회원 모집 경쟁률은 작년 7대1보다 높아질 것 같아 바빠지기 전에 어떤 회사에 투자할지 미리 결정해 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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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대졸자 취업 시장이 얼어붙은 반면, 주식시장은 활황을 보이면서 대학 내 주식 동아리 인기가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집값 급등으로 젊은이들이 내집 마련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지자 주식투자가 자산을 불릴 수 있는 현실적이고 유일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 주식투자 동아리는 지난해 3월 이후 신입 회원 경쟁률이 오르고 활동 회원도 급증하고 있다. 전국 36개 대학 소속 40개 투자 동아리 연합체인 '전국 대학생 투자동아리 연합회(UIC)'는 지난해 동아리별 활동 인원이 전년에 비해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려대 가치투자연구회 'RISK'의 임우택 회장(26)은 "2019년도까지 신입생 지원이 30~40명이었고 이 중 20명가량을 선발했다"며 "지난해 1학기 때부터 지원자가 크게 늘어나 지금은 한 기수에 60명씩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익대 중앙 금융동아리 'VOERA' 회원으로 지난달 졸업한 우종현 씨(27)도 "예전에 동아리 경쟁률은 1대1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주식투자 인기로 갑자기 4대1로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신입생 회원들이 동아리에 가입하는 이유도 변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증권·금융 등 관련 업계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일환으로 동아리 활동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들 업체는 '투자 동아리 활동 경험'을 수시 채용 시 우대 사항으로 공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식투자 자체'에 관심이 있는 신입 지원자가 늘었다.

대학생 투자 동아리는 리서치팀과 투자팀으로 나뉘어 있는 기성 투자사 모습과 비슷하다. 리서치팀은 종목별 투자 포인트와 리스크를 분석하고 가치평가 모델에 따라 투자 가치를 평가한 뒤 리포트를 작성한다. 동아리 공식 활동 외에 소모임 형식의 자발적 스터디도 자주 진행되고 있다. 홍익대 금융 동아리 관계자는 "동아리 투자 리포트 발표 날이면 직장에 다니는 선배들도 온다"고 말했다.

일부 동아리는 투자팀을 통해 자체 펀드도 운용한다. 또 수천만 원대 거금을 굴리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고려대 투자 동아리 관계자는 "2009년부터 학회 펀드 투자를 시작해 지난해는 4000만원 규모로 운용했다"며 "자금은 설립 당시 펀드를 토대로 신입 회원이 들어오면 1인당 출자금 3만원을 받아 펀드에 입금한다"고 말했다.

동아리 회원들은 대부분 개인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동아리에 가입할 때 '1주 매수하기' 등 과제를 통해 주식 거래를 자연스럽게 시작한다. 자금을 1000만원가량 넣은 학생도 있다. 한 동아리 관계자는 "군대에 입대하면 매달 20만원가량 군 적금을 들어 제대할 때 500만원 정도로 돈을 불린 뒤 시드머니로 삼는 회원도 있다"며 "간혹 부모님 노후 자금 일부를 받아 수천만 원으로 개인 투자를 하는 대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학생 동아리는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빚투(빚 내서 주식투자)' 등 부작용을 경계하고 있다. 남예준 씨는 "투자 동아리는 가치투자를 지향해 단타로 빠질 수밖에 없는 '빚투'는 지양하고 있다"며 "다만 단타를 추구하며 신용·미수 거래 등 레버리지(담보)를 최대한으로 잡아 수억 원대를 투자하는 대학생도 간혹 있다"고 우려했다.

[이진한 기자 /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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