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도 지갑 여는 ‘명품 불패’…코로나에도 멈춤 없는 ‘명품 런’

윤지원 기자

소득 양극화 속 소비도 양극화

명품 브랜드 샤넬이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한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미리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길게 서 있다.  연합뉴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한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미리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길게 서 있다. 연합뉴스

작년 백화점 매출 9.8% 줄었지만
해외유명브랜드는 15%나 증가
구매 열기, 주식 투자로 이어져

여행 제한도 사치재 소비에 영향
젊은층에선 소득 수준 상관없이
명품 즐기는 ‘야누스 소비’ 확산

30대 A씨는 최근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모에헤네시그룹 주식을 매수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호황을 맞은 명품 브랜드가 장기적 투자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말마다 백화점에 늘어선 긴 줄을 보고 ‘명품 불패’ 확신이 강해졌다. 사람들이 새벽부터 백화점 앞에서 대기하다 개점하자마자 달리는 ‘명품런’은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시장의 높은 명품 수요는 명품 브랜드 주식 구매로까지 번지고 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통화에서 “루이뷔통 등 명품 주가가 최근 1년 동안 상승하고 있다. 북미나 유럽에서 명품 브랜드 실적은 2년 연속 나쁘지만 아시아에서 거둔 좋은 실적과 함께 홍콩 등 큰손들의 주식 투자도 늘었다”고 말했다.

■ 비싼 가방, 차 앞에 지갑 여는 2030

국내에서도 지난해 명품 등 사치재 소비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년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 3사 57개 점포의 총매출은 전년보다 9.8% 감소했다. 하지만 해외 유명 브랜드(명품)는 매출이 전년보다 15.1% 늘어 성장세를 이어갔다.

정부의 강도 높은 방역 조치도 명품관으로 가는 소비자의 발길을 막지 못했다. 명품 매출은 코로나19 첫 전국적 확산이 발생한 지난해 3월에만 전년 동월 대비 -19.4% 떨어졌을 뿐 다른 달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있던 8월과 12월은 각각 27.6%, 9.1% 매출이 상승했다.

차량도 수입 승용차가 잘 나갔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조사 결과, 수입 승용차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27만4859대(점유율 16.7%)가 팔렸다. 역대 최다 판매량이다.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와 더불어 외제 차량이 불티나게 팔린 것이다.

사치재 주요 소비층은 2030으로 분석된다. 롯데백화점의 2030의 명품 매출 비중은 2018년 38.2%, 2019년 41.4%, 지난해 44.9%로 매년 상승 추세다. 현대백화점의 연령대별 2020년 명품 구매 비중을 보면 20대 7.8%, 30대 21.4%로 2017년 4.8%, 17.4%에서 껑충 뛰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2030 소비층이 늘면서 그들을 공략하는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구매도 30대 소비가 높다. 지난해 수입차 개인 판매분 17만5691대 가운데 30대와 20대가 각각 5만5859대, 9667대로 전체의 37%를 차지했다.

2030도 지갑 여는 ‘명품 불패’…코로나에도 멈춤 없는 ‘명품 런’

■ 소득 양극화…“사치재 살 돈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사치재에 대한 높은 수요를 지난해 가계소득, 소비성향, 지출 등과 연계해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평균 소비성향(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69.6%로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100만원을 벌면 69만6000원만 쓴다는 의미인데, 이는 통계 작성 이래 4분기 기준 최저 기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의 평균 소비성향이 70~80%인 것을 감안하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전체 집단의 소비성향은 줄었지만 일부 계층에선 소득은 늘고 지출은 줄어 지갑이 두둑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상위 20%의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한 721만4000원으로 전 계층에서 유일하게 늘었다. 소득 하위 20% 근로소득이 59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3.2%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상위 계층에서는 소득은 늘어났으나 대면서비스 및 여행 지출은 크게 줄었다. 2020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 음식점, 여행 등에서 줄면서 2.0% 감소했다.

지출에서 아낀 돈은 저축으로 가거나 사치재 소비 등으로 전환됐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지난해 가계 저축률이 전년도 6%에서 10%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코로나19는 소득이 비교적 낮은 가구엔 큰 경제적 충격을 줬지만 화이트칼라, 직장인 등 비교적 고소득층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며 “소득 양극화 상황에서 해외여행이 제한되고 대면서비스 지출이 줄면서 저축을 하거나 사치품 소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소득이 늘어난 상위 20%만 사치재를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생필품 등은 최저가를 고집하면서 고가 상품엔 지갑을 여는 ‘야누스 소비’, 상위 계층에 속한 듯한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 명품을 소비하는 ‘파노플리 효과’ 등은 모두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명품을 즐기는 최근 2030 소비 트렌드를 표현하는 용어들이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 회복되면 그간 거리 두기로 억눌린 인간관계 결핍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회적 유대감이 강조되는 현상이 등장할 것”이라며 “사회경제적 지위를 과시할 때 즉시적이고 강렬한 효과를 내는 사치품 소비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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