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지구, 이렇게 더웠다… “가장 더운 3개년 중 한 해”

윤기은 기자
영국국가기상서비스 ‘멧 오피스’의 역대 지구촌 평균 온도 그래프. 멧 오피스 제공.

영국국가기상서비스 ‘멧 오피스’의 역대 지구촌 평균 온도 그래프. 멧 오피스 제공.

지난해는 2016년, 2019년과 함께 지구가 가장 더웠던 해였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5곳에서 관측한 기상 자료를 취합해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은 약 14.9도로,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2도 높아졌다”며 “라니냐(동태평양의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이상현상)가 없었더라면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은 더욱 높았을 것”이라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더위는 가뭄, 화재, 빙붕 등 자연재해를 불러왔다.

러시아 베르호얀스크의 지난해 여름 풍경. 베르호얀스크의 6월 평균 기온은 약 13도, 1월 평균 기온은 약 -45도다. 러시아정부 트위터(@Russia) 제공.

러시아 베르호얀스크의 지난해 여름 풍경. 베르호얀스크의 6월 평균 기온은 약 13도, 1월 평균 기온은 약 -45도다. 러시아정부 트위터(@Russia) 제공.

웃옷을 벗은 사람들과 수영복만 입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이곳은 북극과 가까운 시베리아 지역이다. 러시아 베르호얀스크에서는 지난해 6월20일, 기온이 38도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시베리아는 이상기온 현상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곳이다.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대기감시국(C3S)에 따르면 시베리아 지역의 2020년 6월 평균 기온은 전년보다 5도 올랐으며, 시베리아에 있는 강의 얼음은 지난해 “예외적으로 일찍” 녹았다. 얼음과 눈이 녹으면서 기온을 높이고, 높아진 기온이 다시 얼음과 눈을 녹이는 ‘상승작용’으로 시베리아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악순환되고 있다.

스웨덴 말뫼 해안 표면에서 지난해 11월27일 연기가 올라오고 있다. 말뫼|AP연합뉴스

스웨덴 말뫼 해안 표면에서 지난해 11월27일 연기가 올라오고 있다. 말뫼|AP연합뉴스

바다도 더위를 타고 있다. WMO에 따르면 지난해 해양 표면 80% 이상에서 폭염 현상이 나타났다. 사진에서는 바다 수온이 공기 온도보다 뜨거워 물안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스웨덴 말뫼 해안가의 수온은 6도, 기온은 3도였다. 덴마크, 중국 칭다오 근처 바다에서도 수온과 기온차가 커 바다에서 김이 올라오는 현상이 포착됐다. 과학학술지 ‘대기과학발전’(Advances in atmosphere sciences)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바다는 1.5L 주전자 13억개를 가열할 수 있을 만한 열을 흡수했다.

브라질 중서부 마투그로수두술에서 가뭄으로 인해 늪지가 말라 지난해 11월 악어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악어 사체가 발견된 곳은 세계적인 늪지 ‘판타나우’에 포함되는 곳이다. UOL 캡쳐.

브라질 중서부 마투그로수두술에서 가뭄으로 인해 늪지가 말라 지난해 11월 악어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악어 사체가 발견된 곳은 세계적인 늪지 ‘판타나우’에 포함되는 곳이다. UOL 캡쳐.

브라질 마투그로수두술의 농부들은 11월15일 늪지에 악어떼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 농부는 “장기간의 가뭄으로 물이 마른 데다 최근 들어 계속되는 화재 때문에 악어들이 이곳으로 몰려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습지 판타나우가 있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일부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들었고, 브라질 삼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브렌트우드의 산에서 지난해 8월17일 불이 타오르고 있다. 브렌트우드|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브렌트우드의 산에서 지난해 8월17일 불이 타오르고 있다. 브렌트우드|AP연합뉴스

국제시민단체 크리스천에이드는 수개월 간 지속된 미국 서부의 산불로 42명이 목숨을 잃었고, 200억달러(약 22조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라니냐로 미 서부가 40도 이상 덥고 건조한 환경이 됐고, 이 때문에 산불이 크게 번졌다고 보고 있다.

영국 브라이턴 해변에 지난해 7월31일 피서객이 몰려있다. 브라이턴|AP연합뉴스

영국 브라이턴 해변에 지난해 7월31일 피서객이 몰려있다. 브라이턴|AP연합뉴스

폭염에 시달린 영국 시민들은 코로나19에 아랑곳하지 않고 피서를 떠났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7월 런던 히스로 공항 근처 기온이 37.8도까지 올라가는 등 역대급 폭염 기록이 나왔다. 같은달 스페인 북부 산세바스티안의 기온은 관측 이래 최고치인 42도까지 올랐다. 이탈리아 14개 도시에 폭염에 따른 비상경계령이 내려졌고, 프랑스 정부는 101개구역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남극 포니에만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 덩어리와 조각들이 지난해 2월3일 바다 위에 떠 있다. 포니에|로이터연합뉴스

남극 포니에만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 덩어리와 조각들이 지난해 2월3일 바다 위에 떠 있다. 포니에|로이터연합뉴스

남극에서는 매년 1940억톤의 얼음이 녹고 있다. 이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7760만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극지연구소의 연구 결과 남극 빙하에서 녹은 물이 1만7000㎞ 이상 떨어진 동아시아의 기온을 0.2℃ 이상 끌어올린다.

산불로 화상을 당한 코알라가 지난해 1월19일 호주 판다나에 있는 야생동물 비상대응센터에 있다. 판다나|로이터연합뉴스

산불로 화상을 당한 코알라가 지난해 1월19일 호주 판다나에 있는 야생동물 비상대응센터에 있다. 판다나|로이터연합뉴스

호주 동부 펜리스의 1월8일 기온은 48.9도, 같은날 수도 캔버라의 기온은 44.0도였다. 2019년 말부터 5개월에 걸쳐 번졌던 호주 산불은 34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숲 180만ha(약 1만8000㎢)를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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