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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Outlook] 포스트코로나 뉴노멀…소비자 잡을 키워드는 `디지털·집콕`

최근도 기자
입력 : 
2020-11-05 0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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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社 맥킨지·BCG가 내놓은 코로나19 이후 업종별 소비 분석

식료품·생활용품·홈엔터 부문
글로벌 소비자 지출 확대 예상

여행·레저·영화·의류 침체 지속
디지털 신규 사용자수 계속 증가

인도·필리핀·베트남 등 신흥국
온라인쇼핑 경험 최대 40% 늘어
신흥시장 디지털 관련 업종 주목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9개월이 흘렀다. 여전히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통제가 다시 시행되고 있다. 영국은 5일(현지시간)부터 4주간 이동을 금지하는 2차 봉쇄를 시행했다. 독일도 지난 2일부터 부분 봉쇄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은 소비를 멈추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조금 완화됐던 여름부터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의 소비는 크게 회복됐다. 심지어 일부 화학제품의 경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특수를 누렸다. 위생용품의 재료가 되는 라텍스나 '집콕' 문화 확산에 따라 불티나게 팔린 가전제품의 원료가 되는 ABS플라스틱 등은 마진이 크게 올랐다. 코로나19가 우리의 내일을 위협한다고 해도, 당장 오늘 먹고사는 것, 그리고 소통하고 즐기는 건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지 이전과 조금 방법이 다를 뿐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에서도 소비자를 찾아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달라진 시장 상황과 소비지형을 파악하는 게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이 내놓은 소비자 지형 변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맥킨지, BCG 등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은 코로나19의 흐름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들을 꾸준히 추적해왔다. 코로나19가 만든 변화가 뉴노멀이 된 지금, 이전과는 달라진 소비지형에 대한 통찰을 내놨다.

맥킨지는 지난 3월부터 한국을 포함한 45개국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6일 발간된 설문조사 보고서를 보면,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은 품목별로 서로 다른 기대 소비 값을 보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미국, 중국, 일본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식료품에 대한 소비를 향후 2주간 지금보다 0~14% 가까이 늘릴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보석, 액세서리와 같은 품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크게 입은 유럽 국가들은 30~49%까지 해당 품목에서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코로나19에서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이 해당 품목에서 1~14% 정도만 줄일 것이라고 응답한 것과 대조되는 반응이다. 흥미로운 건 생활용품, 그리고 홈 엔터테인먼트 용품들이다. 생활용품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럽 국가에서 여전히 소폭 부정적인 기대 소비 값을 기록했지만 글로벌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기댓값을 보였다. 홈 엔터테인먼트의 경우에도 미국, 독일, 인도, 중국 등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여전히 여행과 관련된 품목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와 다름없이 중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는 50% 이상 여행 소비를 줄이겠다고 반응했다.

맥킨지가 보고서를 냈던 5월, 7월, 9월을 비교해보면 전체적인 소비심리는 조금씩 살아나고 있고, 생활용품, 홈 엔터테인먼트 등 일부 품목 위주로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높은 관심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여행이나 사치품목에서는 9개월간 변함없이 최악의 소비심리를 보여줬다. BCG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BCG는 여전히 소비자들이 스스로를 집에 가두는 '셀프 코쿤(self-cocoon)' 흐름 즉 집콕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콘텐츠 구독 서비스 △건강보조식품 △가사제품 등 일부 카테고리는 성장을 지속했고, △화장품 △영화 △의류 등의 카테고리는 회복이 지연됐다. 또 디지털 사용량은 계속 급증하고 있으며 신규 사용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가장 일찍 맞고 있는 중국에서조차 경제가 다시 재개된 상황에서도 코쿤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레스토랑 식사를 예로 들어보자. 지난 조사 당시 중국의 레스토랑은 수용 인원의 90% 이상 규모로 영업을 재개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60~70%에 불과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19 자체에 대해서 둔감해진 것도 BCG가 분석한 흥미로운 포인트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태도는 두려움에서 수용으로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감염률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해졌다. 따라서 소비자 정서는 감염률보다 사망률과 더 밀접하게 연관된다.

디지털 사용량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중국 등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모든 시장에서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 최초 경험자가 20%가량씩 증가했다. 온라인을 통한 미디어 소비, e러닝, 전자결제 등도 20~40%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종합하자면 '디지털'과 '집콕' 2개의 키워드로 소비자 변화가 정리된다. 너무도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숫자로 들여다보면 조금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국가별로 회복 속도는 다르지만 소비자들은 하나같이 사치품과 같은 소비보다는 생활용품과 실용성 위주의 소비에 지출 여력을 쏟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집 안에서의 여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온라인이 아직 어색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속속 디지털 세상으로 넘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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