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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플라스틱 불법 투기가 만든 '쓰레기산'…결국 우리 삶을 위협한다

재활용 쓰레기를 가득 싣고 온 분리수거 차량에서 스티로폼 박스가 던져지고 있다. 박스가 솟구칠 때마다 부서진 하얀 알갱이들이 함께 날렸다. 스티로폼 가루는 바다에서도 큰 문제를 일으킨다. 하얀 알갱이를 먹이로 착각한 물고기들은 배가 부른 채 말라 죽는다.

재활용 쓰레기를 가득 싣고 온 분리수거 차량에서 스티로폼 박스가 던져지고 있다. 박스가 솟구칠 때마다 부서진 하얀 알갱이들이 함께 날렸다. 스티로폼 가루는 바다에서도 큰 문제를 일으킨다. 하얀 알갱이를 먹이로 착각한 물고기들은 배가 부른 채 말라 죽는다.

쓰임을 다한 플라스틱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눈물 흘릴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플라스틱을 먹고 살게 될 아이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거대한 ‘쓰레기 산’이 생겼다. 어디에서 온 건지, 누가 쌓았는지 모른다. 오르지도 못하는 이 산은 플라스틱과 폐자재, 비닐로 만들어져있다. 비라도 내리면 썩지도 않는 산에서 부서져 나온 미세 플라스틱과 악취 나는 물이 길 건너편 논으로 흘러간다. 논에는 지난여름의 태풍도 견뎌낸 잘 익은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불법 투기업자가 땅 주인 몰래 쓰레기(오른쪽 하얀 부분)를 버리고 도망쳤다. 시청에서 이 업자에게 폐기물 처리 조치 명령을 6차에 걸쳐 보냈지만, 답이 없다.  폐기물 더미 옆으로 익어가는 벼들이 보인다.

불법 투기업자가 땅 주인 몰래 쓰레기(오른쪽 하얀 부분)를 버리고 도망쳤다. 시청에서 이 업자에게 폐기물 처리 조치 명령을 6차에 걸쳐 보냈지만, 답이 없다. 폐기물 더미 옆으로 익어가는 벼들이 보인다.

지난 5일 찾은 경기 남부 A 시의 한 적재창고엔 낯익은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다. 천정이 무너진 컨테이너에도 쓰레기는 가득 차 있었다. 이곳저곳 고여 있는 기름 뜬 웅덩이에선 악취가 났다. 경기도는 쓰레기 투기업자가 몰래 버리고 도망친 이곳에 약 1천 t의 쓰레기가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 1t당 처리 비용이 보통 25만원 정도니 이것들을 치우려면 2억5000만원이 필요하다. 지난 4년 동안 확인된 불법 쓰레기 산만 전국 320여곳, 159만t이다. 오롯이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면 세금 3975억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100여곳의 쓰레기 산이 새로 만들어졌다.

쓰레기가 가득 실려 있는 트럭이 버려져 있다. 쓰레기를 버리다 도망 간 건지, 버려진 쓰레기를 담다 지쳐서 포기한 건지 알 수 없으나 트럭은 하나의 큰 쓰레기 처럼 보였다.

쓰레기가 가득 실려 있는 트럭이 버려져 있다. 쓰레기를 버리다 도망 간 건지, 버려진 쓰레기를 담다 지쳐서 포기한 건지 알 수 없으나 트럭은 하나의 큰 쓰레기 처럼 보였다.

불법으로 버려진 쓰레기에는 건축 자재와 산업 폐기물도 있지만 대부분 우리의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물건들로 이뤄져있다.

불법으로 버려진 쓰레기에는 건축 자재와 산업 폐기물도 있지만 대부분 우리의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물건들로 이뤄져있다.

쓰레기 투기가 줄지 않는 이유는 불법으로 얻는 이득이 처벌보다 크기 때문이다. 폐기물 불법 투기는 최고 징역 2년 혹은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벌금이 쓰레기 처리 비용보다 싼 데다, 불법 폐기물을 치우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조항이 없다. 결국 정부가 직접 폐기물을 치우고 구상권을 청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처리 비용 약 200억원 가운데 환수액은 약 2억원(1%)에 불과하다. 돈은 불법 투기 업자들이 벌고 세금으로 불법 폐기물을 치워주는 꼴이다.

불법 투기 업자가 쓰레기를 알차게 꽉 채워 놓았다. 천정이 무너진 채 버려져 있는 컨테이너 주변으로 가을 꽃과 풀이 자라고 있다.

불법 투기 업자가 쓰레기를 알차게 꽉 채워 놓았다. 천정이 무너진 채 버려져 있는 컨테이너 주변으로 가을 꽃과 풀이 자라고 있다.

채워졌다 비워지는것이 반복되는 적치장으로 한때 유용하게 쓰였을 법한 플라스틱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채워졌다 비워지는것이 반복되는 적치장으로 한때 유용하게 쓰였을 법한 플라스틱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쓰레기 산’보다 우리 생활에 더 밀접한 문제도 있다. 분리 수거된 쓰레기를 담당하는 자원 순환센터의 업무량과 처리량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수원시 자원 순환센터를 관리하는 수원 도시공사는 “보통 찬 바람이 부는 9월 말부터는 시민들의 1회용 음료 소비량이 줄어 플라스틱의 반입량도 주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늘어난 배달과 포장으로 오히려 반입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찾은 센터에는 쓰레기를 가득 실은 트럭이 줄지어 들어와서 빈 차로 나갔다. 음식물이 그대로 묻어있는 플라스틱과 이물질이 들어 있는 유리병,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은 박스 등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쓰레기는 작업의 속도를 떨어뜨린다. 쓰레기가 넘쳐나니 이곳에서 처리가 끝난 쓰레기를 수거해가던 업체들도 수거량을 줄였다. 결국 처리됐건 처리되지 않았건 쓰레기는 계속 쌓이고 있다.

각지에서 수거되온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수원 자원 순환센터에 쌓여있다.

각지에서 수거되온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수원 자원 순환센터에 쌓여있다.

부피가 크고 쉽게 부서지는 스티로폼은 보관이 힘들다. 밀봉했던 테이프와 운송 송장이 제거된 재활용에 적합한 ‘순수 스티로폼’ 형태의 쓰레기는 드물다.

부피가 크고 쉽게 부서지는 스티로폼은 보관이 힘들다. 밀봉했던 테이프와 운송 송장이 제거된 재활용에 적합한 ‘순수 스티로폼’ 형태의 쓰레기는 드물다.

세계자연기금(WWF)과 호주 뉴캐슬 대학이 진행한 연구를 보면 ‘인간은 매주 미세플라스틱 2000여개를 먹고 있다’고 한다.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신용카드 한 장 정도의 무게인 5g이다. 1년이면 500ml짜리 빈 페트병 25개(1개 평균 10g)를 먹어 치우는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주로 마시는 물을 통해 인체로 들어오며, 어패류 및 소금을 통해서도 섭취된다. 예전엔 동물과 식물 보호를 위해 환경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가 살기 위해, 사람을 살리기 위해 쓰레기 불법 투기를 막아야 하며 처리 기준에 맞춰 제대로 된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스티로폼의 분해시간은 500년 이라고 한다. 이 사진 그대로 유지된다면 분해까지 약 499년 남았다는 뜻이다.

스티로폼의 분해시간은 500년 이라고 한다. 이 사진 그대로 유지된다면 분해까지 약 499년 남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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