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명은 소중합니다 3부 ④ 자살 유가족의 고통
10명중 8명 이상 우울증 경험
97%가 일상생활에 지장 겪어
70%는 주변에 사망사실 숨겨
WHO 기준 13만명 초위험군
사별 3개월 이내가 골든타임
10명중 8명 이상 우울증 경험
97%가 일상생활에 지장 겪어
70%는 주변에 사망사실 숨겨
WHO 기준 13만명 초위험군
사별 3개월 이내가 골든타임
하지만 A씨의 상처는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아들이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A씨는 유가족을 위한 사업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지만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다면 아들 결혼에 영향을 주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2018년 9월 어느 일요일 딸을 잃은 B씨는 그때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리다. 한밤중에 경찰이 집으로 찾아와 "혹시 없어진 사람이 없냐"고 물어 확인해보니 딸이 사라진 사실을 안 것이다.
딸을 떠나보내고 난 뒤 B씨에게는 딸의 어려움을 알지 못했고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찾아왔다. B씨는 모든 일을 중단했다. 이듬해 B씨 가족은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인해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상처를 고백하는 것도 유가족에겐 힘든 일이다. 설문 결과 유족 10명 중 7명(71.9%·87명)이 자살에 대한 편견이나 주변의 충격과 자책 등을 고려해 자살 사망 사실을 알리지 못한 대상이 있다고 답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족과 같은 결정을 할 위험도 훨씬 높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 사람이 자살했을 때 최소 5명에서 최대 10명까지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잠정 통계 기준 국내 자살 사망자는 1만2889명이다. WHO 기준을 적용하면 최소 6만4445명, 최대 12만8890명이 초고위험군에 속하는 자살 유족(Suicide Survivor·자살생존자)에 들어간다.
하지만 자살 유족들은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간 1만명 이상 극단적 선택을 하지만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하는 비율은 1000명(1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자살 유족들이 겪는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초기에 보다 개입해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양두석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가천대 교수)은 "유가족 문제가 우리 사회의 제일 큰 아픔이다. 유족들은 평생 마음속에 암덩어리를 지고 살든가 또 다른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며 "유족은 초고위험군이기 때문에 심리 상담, 법률 상담, 복지 서비스 등을 적기에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언제가 적기냐에 대해서는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있다. 2018년 삼성서울병원이 보건복지부 의뢰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족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지원은 사별 후 3개월 안에 이뤄져야 효과가 있다.
[기획취재팀 = 문지웅 팀장 / 박윤균 기자 / 차창희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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