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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100세시대 가장 무서운 '치매'… 골고루 먹어야 예방한다

이병문 기자
입력 : 
2023-06-06 16: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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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기대수명이 크게 늘고 100세 장수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치매(알츠하이머병·인지증)'가 가장 두려운 질환이 됐다. 치매 종류는 70여 가지에 달한다. 대뇌피질의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면서 지적 능력이 저하되는 신경퇴행성(알츠하이머) 치매, 뇌피질과 뇌간이란 부위에 비정상적인 단백질 덩어리가 쌓여 뇌세포 손상을 일으키면서 발생하는 루이소체 치매, 뇌졸중 후 생기는 혈관성 치매, 인지 기능보다 성격과 행동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 전두측두엽 치매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93만5086명(추정치·2023년 1월 말 기준)이다. 65세 이상 인구 901만명의 약 10.38%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와 식·생활 습관이 비슷한 일본은 630만명, 65세 이상 인구 3600만명(전체 인구의 약 30%)의 약 17.5%(후생노동성 추정)가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는 환자의 약 70%가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으로, 뇌가 위축돼 서서히 인지 기능이 상실된다. 현재 근본적인 치료약이 없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은 1960년대 시작됐다. 미국연구제약공업협회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약 150종류가 개발됐지만 치료 효과가 인정된 것은 현재 아두카누맙을 비롯해 갈란타민, 리바스티그민, 도네페질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들 치료제 가운데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아두카누맙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정하고 있다. 올해는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아두카누맙보다 진일보한 치매 치료제 '레카네맙'을 출시한다. 레카네맙은 18개월간의 임상 3상 결과 위약 대조군보다 인지 저하를 27%나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 출시 가격은 미국 기준 약 2만6500달러(3500만원)여서 일반 치매 환자가 복용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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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뇌 노화에 따른 치매는 일상의 식사가 깊게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며 많은 연구가 이뤄져왔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NCGG)도 일본인의 노화 과정을 20년 이상 추적해 역학 연구로 치매 예방과 식습관이 서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고 인정한다. 일본 닛케이 굿데이는 오쓰카 레이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 노화역학연구부 박사의 도움을 받아 "식사와 영양은 뇌 노화와 관련이 있고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 기사를 실었다.

뇌와 식사에서 섭취하는 영양소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최근 연구 결과는 △뇌의 주요 에너지원은 포도당이지만, 그 밖의 영양소도 뇌에 흡수돼 뇌 기능에 영향을 준다 △먹은 것을 소화·흡수하는 장과 뇌에는 서로 작용하는 '장뇌 상관관계'가 있어 식사에 의한 장내 세균총의 변화가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뇌 건조 중량의 절반은 지질(脂質)로 구성돼 있으며, 세포막에는 DHA(도코사헥사엔산·등 푸른 생선의 기름에 많이 함유돼 있는 다가불포화지방산)와 아라키돈산(불포화지방산의 하나)이 많고, 이들은 생체 내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식사를 통해 섭취할 필요가 있다 등이 핵심이다.

뇌는 신체 기능을 조절하거나 대화나 사고 같은 지적 기능, 혹은 희로애락이나 정서 같은 정신적 기능을 발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뇌의 주요 에너지원은 식사에서 섭취한 탄수화물이 체내에서 대사돼 생기는 포도당이다. 어른의 뇌 중량은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량 중 20~25%를 뇌가 소비한다.

이 때문에 뇌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에너지원이 되는 포도당 이외 영양소도 필요하다. 대사와 정보 전달에는 비타민B군과 엽산, 칼슘, 아연 등이 작용한다. 또 뇌 구조와 신경전달물질의 재료로는 지방산과 아미노산이 사용된다. 이들 영양소는 대부분 일상적 식사를 통해 몸 안에서 대사돼 혈액으로 뇌에 공급된다.

오쓰카 박사는 "뇌에 '혈액뇌관문'이라는 역할을 하는 부위가 있다. 과거에는 분자의 큰 물질이나 영양소가 기본적으로 혈액뇌관문을 통과할 수 없다고 말해왔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 혈액뇌관문에는 다양한 영양소를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다수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용체는 열쇠 구멍과 같은 것으로, 수용체가 있다는 것은 거기에 열쇠가 되는 영양소가 들어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식사로 섭취한 영양소가 뇌에 얼마나 들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용체에서 많은 영양소가 뇌로 들어가 뇌 대사에 관여하거나 뇌 구조나 신경전달물질 재료로 이용되는 것이 확실해졌다. 최근 혈액뇌관문의 영양소를 흡수하는 기능은 나이가 들면서 쇠약해져 인지 기능 저하를 비롯한 뇌 기능 장애에도 관여한다는 연구 보고도 나오고 있다.

뇌 건강은 장내 세균의 영향도 받는다. 뇌에서 장으로, 장에서 뇌로 상호 정보 전달이 이뤄지는 것을 '장뇌 상관관계'라고 한다. 긴장하면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하는 것도 장뇌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현상 중 하나다. 뇌가 스트레스를 느낄 때 그 정보가 장으로 전달돼 장 기능에 영향을 미쳐 복통이나 설사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장에서 생긴 어떤 변화가 뇌로 전달돼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오쓰카 박사는 "장뇌에 서로 정보를 전달하는 경로에는 면역계, 내분비계, 장관 신경계(미주신경·迷走神經, 10번째 뇌신경)가 관련돼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 건망증센터가 128명의 장내 세균을 조사한 결과, 치매 환자는 비치매 환자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상재균인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 비율이 낮았다. 이는 먹는 것에 따라 장내 세균이 변화해 뇌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리가 식사로 섭취하는 영양소는 장에서 소화 흡수된 뒤 대사와 미주신경을 통해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일상의 식사와 뇌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은 뇌를 구성하는 물질에서도 알 수 있다. 뇌는 건조시켜 수분을 제거하면 무게의 50~60%가 지질이다. 특히 세포막에는 다가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약 60%를 DHA가 차지하고 있다. 뇌 전체의 지방산 비율을 봐도 11%는 DHA라고 한다. DHA는 등 푸른 생선 등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지방산이다.

세포막의 지방산 구성은 부위와 연령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DHA는 전두전야의 회백질(신경세포체가 모이는 영역)에, 다가불포화지방산인 아라키돈산은 해마에 비교적 많다. 불포화지방산은 탄소 간 이중결합 개수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이중결합이 두 개 이상이면 '다가불포화지방산(polyunsaturated fatty acid·PUFA)'이라고 부른다. 이중결합이 한 곳일 때는 '일가불포화지방산'이다. 다가불포화지방산은 이중결합의 첫 위치가 세 번째인 n-3계와 여섯 번째인 n-6계로 분류하며 DHA는 n-3계, 아라키돈산은 n-6계다. 전두전야는 뇌 앞쪽에 있는 전두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위로 뇌의 사령탑이다. 해마는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로 모두 뇌의 인지 기능에 깊이 관여한다.

뇌 세포막에는 왜 DHA, 아라키돈산 등 다가불포화지방산이 많을까?

오쓰카 박사는 "어디까지나 가설이지만 뇌는 다른 세포와의 연결이나 신경전달물질 등 네트워크를 좋게 하기 위해 세포막을 부드럽게 할 필요가 있고, 이 때문에 다가불포화지방산이 많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뇌 속 DHA나 아라키돈산은 노화에 의해 감소한다거나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뇌 세포막을 구성하는 인지질인 DHA나 아라키돈산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DHA는 몸 안에서 거의 합성할 수 없는 필수 지방산이다. 아라키돈산은 리놀산이 몸 안에서 대사되면서 합성되는데, 광의로는 필수 지방산이다. 따라서 DHA와 아라키돈산도 대부분 식사로 섭취할 필요가 있다. DHA는 꽁치, 고등어, 참치 등 푸른 생선의 지질에 많이 함유돼 있다. n-3계 다가불포화지방산에는 DHA 외에 에이코사펜타엔산(EPA)이 있다. EPA도 고등어, 정어리 같은 등 푸른 생선 기름에 풍부하다. 동맥경화를 억제해주는 DHA나 EPA는 바다에 서식하는 플랑크톤에서 생성되기 때문에 물고기 섭취량이 적으면 부족해지기 쉽다.

아라키돈산은 고기, 생선, 달걀 같은 동물성 식품에 풍부하다. 아라키돈산에는 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이 섭취하면 해롭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뇌에 아라키돈산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라키돈산은 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양소다.

그렇다면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발병을 막고 뇌 건강을 지키는 식사에는 어떤 게 있을까?

그동안 연구 결과를 보면 '지중해식'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지중해식은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음식 문화를 뜻한다. 제철 채소와 과일, 어패류 외에 콩, 견과류, 통곡류를 많이 먹으며 음식을 만들 때 주로 올리브오일을 사용한다. 닭고기, 치즈, 요구르트 등 유제품, 레드와인도 적당히 섭취한다.

한국과 일본에서 주로 먹는 쌀밥에 된장국(국물), 생선이나 고기, 야채 중심의 반찬은 어떤가.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는 콩과 콩 제품, 채소와 해조류, 우유와 유제품을 많이 포함하고 쌀 중심의 곡류는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성과를 내놨다. 일본의 경우 어류, 채소류, 버섯류, 해조류, 절임류, 콩 제품, 녹차를 많이 섭취하는 사람일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낮았다.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는 수십 년 동안 장기종단역학연구(NILS-LSA)를 통해 노화 과정과 노년병 발병 요인 및 예방법을 찾고 있다. 연구 결과 유제품이나 녹차 섭취량이 많은 사람은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낮았지만, 곡류 섭취량이 많으면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높았다. 연구센터는 같은 곡류라도 쌀에는 인지 기능과의 상관성이 보이지 않았지만, 우동이나 소면 같은 면류 섭취량이 많은 사람에게 인지 기능 저하를 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오쓰카 박사는 "그 이유를 검토해보면 면류 자체가 인지 기능을 떨어뜨린 게 아니라 우동이라면 우동만, 소면이라면 소면만, 단품으로 해결하는 식습관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일수록 인지 기능이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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