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로자는 연평균 1915시간 일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5위에 오를 만큼 세계적으로 '과로하는 나라'다. 오랜 시간 일하는 반면 휴가는 적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근로자의 평균 연차는 15.2일, 이 중 실제로 소진하는 연차는 11.6일이다. 연차 소진율은 76.1%에 그치고 있다. 정규직 직장인은 1년 이상 일하면 연 15일 유급휴가가 생긴다. 2년마다 1일씩 휴가가 늘어나 장기 근속자는 최장 25일이 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온전히 사용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쪼개 쓰거나 남겨서 연차보상비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휴가는 근로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측면은 물론이고 경제 전반으로도 효과가 크다. 가뜩이나 수출 한파에 소비 부진까지 덮친 한국은 여가활동을 확산시킴으로써 소비 활성화를 촉진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만성 적자인 여행수지를 개선하는 데도 휴가효과가 크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 한국 사회는 휴가를 통한 국내 소비 진작과 여행수지 개선이라는 효과를 고스란히 날리고 있는 셈이다.
10일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내 임금 근로자가 100% 연차를 소진하면 경제 전체에 미치는 생산유발효과가 연간 10조4000억원에 이른다. 휴가를 통해 국내 여행, 음식, 문화, 오락, 스포츠 등 여가활동 전반에서 일어나는 소비효과다. 다만 국내 경제 파급효과만을 추정하기 위해 해외여행 기간 현지 지출이 아닌 국내에서 발생하는 항공비, 면세품 구입비를 포함했다.
이에 따라 휴가 촉진을 통한 소비 확대는 부작용이 적고 경제의 선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효율적인 경기부양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근로자의 평균 연차인 15.2일의 생산유발효과는 무려 44조1000억원에 달한다. 휴가가 국내 여가활동 확산으로 이어지면 가뜩이나 수출과 함께 소비도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서 내수 진작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조사팀장은 "휴가를 통한 소비는 제조업 못지않은 전후방 산업 유발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20년간 국제수지를 통해 개별수지가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여행수지가 1억달러 늘어날 때 경상수지는 1억8800만달러 불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 등 상품수지가 0.94억달러, 해외배당 등 본원소득수지가 1억1000만달러 증가하는 것에 비하면 여행수지 영향력이 훨씬 큰 것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휴가를 통한 부수적 경제효과가 크다"며 "직접적인 소비 진작효과와 함께 간접적으로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현 기자 / 양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