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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행시 수석은 해수부, 차석은 농식품부 MZ세대 공무원 "에이스보다 워라밸"

이희조 기자
류영욱 기자
입력 : 
2023-03-09 17:43:17
수정 : 
2023-03-09 22: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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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등 주요부처 기피 심화
격무에 인사적체까지 심각해
세종살이보다 서울 외청 인기
韓銀에서도 저연차 퇴사 러시
◆ 공무원 기업행 러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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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무를 피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선호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공직사회 분위기도 급변하고 있다. 공직사회의 '허리' 격인 과장급 공무원들이 인사 적체, 민간에 비해 낮은 임금을 이유로 줄지어 민간기업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만연한 가운데 공직 입문 때부터 편한 부처를 선호하는 경향도 짙어졌다. 핵심 부처에서 '나랏일'을 하겠다며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 공직사회에 발을 들이는 사례는 희박해졌다. 공무원 연금 개혁으로 과거보다 연금 급여 수준이 떨어진 점, 대다수 부처가 서울이 아닌 세종시에 있다는 점은 전반적인 공직 선호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9일 관가에 따르면 지난해 행시 67기 5급 공개채용에서 일반행정직 수석으로 합격한 A씨는 해양수산부에 지원해 현재 기획조정실에서 일하고 있다. 차석 합격자 B씨는 희망대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배치돼 농촌경제과에서 근무 중이다. 주요 경제부처에 입직해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보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분야에 몸담겠다는 인식과 워라밸을 찾는 풍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행정고시 성적 최상위권이 해수부나 농식품부를 지원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부처에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주요 경제부처는 시기를 가리지 않고 일이 몰리고 야근이 잦을 수밖에 없다. 그 밖의 부처는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적고 정시 칼퇴근이 가능한 날도 많다. 예를 들어 대전에 위치한 통계청은 야근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돌발적 업무가 없는 부처이기 때문이다.

힘든 부처를 기피하는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노동 강도에 따른 차별적 보상이 없다는 점이다. 애초에 돈을 추구하며 공직을 택한 것은 아니더라도 굳이 같은 급여를 받으며 힘든 부처를 찾아갈 이유는 없다는 게 MZ세대의 사고방식이다. 정부 부처도 성과에 따른 차별 보상을 도입하고 있지만 민간기업에 비하면 흉내 내기 수준이다.

비슷한 이유에서 젊은 공무원의 공직사회 이탈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20대 5급 공무원 중 "기회가 된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절반이 넘는 61.6%(2021년 조사 기준)에 달했다. 6~7급은 44.6%, 8~9급도 43.6%로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보였다.

한때 '꿈의 직장'이라 불렸던 한국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강도 높은 업무에 어울리지 않는 임금 수준 등이 겹치며 저연차 행원들의 이탈 러시에 속도가 붙고 있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한은에서 20대 직원 9명이 퇴사했다. 한은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인 두나무나 카카오뱅크, 신용평가사, 회계법인 등 전문성을 살리는 금융계로 주로 직장을 옮긴다"고 말했다.

[이희조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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