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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째 자소서 수십장 쓰는 20代…고깃집 알바도 41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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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기준 사상 최대치…청년층에 더 가혹한 `일자리 재난`
20대 후반은 신규채용 중단에
20대 초반은 `알바 증발` 타격
청년 고용보험 가입 6.3만명↓

정부는 일자리 대책 내놨지만
커리어 도움 안되는 비정규직
◆ 실업급여 5월 1조 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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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이 모씨(22)는 최근 집안 사정이 안 좋다는 얘기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 나섰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무거운 불판을 날라야 해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동네 고깃집 아르바이트 자리가 하나 생기자마자 경쟁자 41명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는 이미 다 잘라버렸고, 새롭게 나온 아르바이트 자리도 워낙 사람이 많이 몰려 숙련자만 들어갈 수 있는 형편"이라며 "집안 사정이 안 좋은데 일자리도 없으니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 수도권 명문대학을 졸업한 김다정 씨(28·가명)는 올해 3월 인턴 계약이 종료된 후 수십 개의 자소서를 쓰는 중이다. 기업들의 채용 규모가 크게 줄어 주요 기업이면 가리지 않고 서류를 제출하고 있지만, 지난해보다 합격률이 뚝 떨어져 걱정이 크다. 28곳 중 합격은 2곳에 불과했다. 김씨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필기나 면접을 온라인으로 실시하면서 대상 인원수를 크게 줄인 것도 합격률 하락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하반기에도 당장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학원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를 벌 계획이다.

코로나19가 20대 고용시장을 '정밀타격' 중이다. 숙박·음식업점이 아르바이트생 숫자를 줄이자 20대 초반들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연기하자 20대 후반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 5월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2월부터 4개월 연속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이 여전한 가운데 실업급여가 '밑 빠진 독'으로 변해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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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고용노동부 '5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162억원으로 사상 최초 월간 기준 1조원을 돌파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만3000명 감소했다. 1년 새 6만명가량 감소한 건데 대부분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3월 이후 고용보험 가입 자격을 상실한 이들이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20대 실업을 쪼개 보면 25세 미만은 도·소매업 일자리가 줄어든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며 "25세 이상은 신규 채용이 줄어든 게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업종별로 보면 29세 이하는 도·소매업(1만1000명)과 교육 서비스(2000명), 숙박·음식점(1000명)에서 주로 실직했다. 25세 이상은 신규 채용 벽이 높아짐에 따라 로스쿨 등 '우회로'를 찾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법학적성시험(LEET) 지원자는 1만2000명을 넘어 2009년 도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로스쿨 시험을 신청한 서울 소재 대학교 4학년 김 모씨(24)는 "상반기 공채를 진행한 대기업이 몇 군데 없고 문과가 쓸 수 있는 직무도 제한돼 내가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었다"며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에 7월에 있을 법학적성시험을 벼락치기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40대 이상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증가했다. 40대는 3만2000명, 50대는 10만6000명 늘었고 60세 이상은 14만1000명 증가했다. 권 실장은 "재정일자리 사업들이 재개되면서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며 "학교 개학으로 돌봄 사업이 재개되고, 병원 같은 곳에서 돌봄 수요가 많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대 인구가 적고 40대 이상 인구가 많은 것이 일부 기인하지만 공공일자리에 주로 40대 이상이 포진한 영향이 크다.

정부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으로 55만개 이상의 공공일자리 중 15만개를 청년 일자리로 채울 방침이다. 비대면·디지털 분야에서 확보되는 일자리가 총 15만개인데, 이 중 5만개가 청년 디지털 일자리다.

[김태준 기자 / 송민근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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