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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완전히 바뀐 소비생활 설문조사해보니… 응답자 절반 온라인 쇼핑 결제 금액 높아져 “상황 개선되면 야외 활동·외식 늘리겠다”

박대의 기자
입력 : 
2020-05-29 17: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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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방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 모 씨(32)는 모든 우선순위를 회사에 맞춰두고 살아왔다. 3년 전 결혼을 계기로 집을 장만했고, 2년 전엔 아이가 태어나면서 경제적인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판단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직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늦은 취업으로 입사 동기들에 비해 나이가 많다는 점도 윤 씨가 조바심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였다.

윤 씨의 우선순위는 코로나19 이후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퇴근 후 약속이 하나둘 취소됐다. 2월 중순 대구를 시작으로 확진자가 급증한 뒤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했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지인들과의 시간은 줄고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윤 씨의 첫 재택근무는 어색함의 극치였다. 식탁에 자리를 잡고 일을 시작했지만 밥 먹는 자리에서 일하기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동료와 함께 일하는 성향인 윤 씨가 원격으로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린이집도 문을 닫아 아이가 밖에 나가지 못해 답답해하는 걸 보는 것도 힘겨웠다.

하지만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출퇴근 시간이 줄어든 만큼 평소 아내에게 미뤘던 가사를 하거나 개인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마트에 갔지만 이제는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졌다.

#2 프리랜서로 방과후 강사 일을 하는 김 모 씨(35)는 지난달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지난해 학교 2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올해는 새로 개교하는 학교에서도 수업을 맡게 되면서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심각단계로 격상되고 휴교가 길어지면서 지난 2월 마지막 주부터는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생계비 지원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그 돈으로 코로나19 이전처럼 생활할 수는 없다. 언제 일자리가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김 씨는 어떻게 해야 아껴 쓸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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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와 같이 소득이 줄어든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는 것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수입 감소에 따른 소비 형태 변화는 최근 매일경제와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취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8.2%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소비패턴과 소비행동이 변했다고 답했다. 소비의 변화는 수입 감소가 영향을 줬다. 전체 응답자의 55.3%가 수입이 줄었다고 답했다. 감소폭은 10~20%대가 35.3%로 가장 많았으며 절반 이상 줄었다는 응답도 30.6%에 달했다. 소비를 줄였다는 응답은 62.9%로 수입이 줄어든 경우보다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변화된 소비행동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설문조사에서 39.5%의 응답자가 코로나19로 바뀐 소비패턴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영유아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구에서 소비행동의 변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제한된 소득 내에서 물품 구매의 우선순위를 더욱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74.4%가 소비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특히 60대(84.1%)와 성인자녀를 둔 가구(84.8%)에서의 비중은 높게 나타났다. 김기주 한국리서치 이사는 “코로나19로 소비행동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소득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며 “위기 극복 이후에도 바뀐 소비패턴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변화를 느끼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수치로 확인되면서 전염병 확산 이전과 이후의 삶의 변화를 추적해야할 필요성을 높여준다. 한국리서치 설문조사에 따르면 77.0%의 응답자가 코로나19 이후 일상이 바뀌었다고 응답했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과 접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일상화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의 생활 변화는 소비패턴까지 변화시키면서 앞으로 산업 구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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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보내는 시간 늘어나

코로나19로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자연스럽게 함께 지내는 가족과의 시간도 늘어났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은 67.5%에 달했다. 2인 이상 가구로 한정할 경우 79.7%가 가족과의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상황 변화는 개개인들에게 기존 삶의 방식을 성찰하면서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52.7%의 응답자가 나와 가족의 미래를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재난 상황으로 외부 환경이 급변할수록 자신의 방어막이 되는 가족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자녀를 둔 가정에서 이 같은 경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중고생 자녀(64.3%), 성인자녀(61.1%), 초등학생 자녀(57.6%), 영유아 자녀(49.8%) 순이었다. 미혼가구(40.2%)와 비교하면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가족의 소중함이 커졌다는 응답도 52.1%를 기록했다. 특히 신천지 집단감염의 피해를 입은 대구·경북지역에서 57.6%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가족에 대한 인식 변화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고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재난상황 극복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전체의 55%에 달했다. 재난상황을 겪으면서 가족과의 유대감을 통해 안정감을 찾은 것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를 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집안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염병 예방을 위한 집안 청결에 평소보다 높은 관심을 보였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응답은 65.1%를 기록했다. 특히 실내 청소에 대한 관심이 66.7%로 높게 나타났다. 실내 청소에 대한 관심은 응답자 중 82%가 코로나19 극복 이후에도 유지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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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위생에 대한 관심도 Up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가족의 안전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이 확인됐다. 공기청정기 등 가정환경 관련 가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응답은 54.9%였으며 실제로 구입한 응답자도 28.1%였다. 코로나19 사태가 회복된 후에도 가정환경 관련 가전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70.9%에 달했다.

집에서 즐기는 형태도 다양해졌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보편화되면서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이용(64%)이 늘었고, 실내운동(44.5%), 게임(36.9%) 등도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집에서 즐기는 비중은 높아졌다. 그중에서도 요리에 대한 관심은 급증했다. 코로나19 이후 직접 요리하는 빈도가 늘었다는 응답은 주중이 53.4%, 주말이 53.0%로 나타났다. 가정간편식(HMR)을 이용한 식사가 주중(39.9%)과 주말(39.4%) 모두 직접 요리하는 것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이면서 요리에 대한 관심은 소형 가전에 대한 수요로 이어졌다. 에어프라이어, 커피머신 등 주방 소형가전 사용이 늘었다는 응답은 50.4%였다. 요리는 다른 실내 활동에 비해 코로나19 극복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응답자 중 69.8%는 에어프라이어, 커피머신 등 집에서 주방 소형가전 사용 정도를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쇼핑 및 구매행동에 변화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이후 큰 변화가 발생했으며 극복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쇼핑 및 구매활동이 변했다는 응답은 65%에 달했다. 쇼핑에 대한 습관적인 관심과 욕구가 줄고 목적 지향적 쇼핑과 구매 행동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49%는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쇼핑에 대한 요구가 감소했다고 답했으며 쇼핑 품목을 사전에 정해두는 계획적인 소비가 강화됐다는 응답은 56%에 달했다. 필수 품목만 구매한다는 응답은 6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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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오프라인 매장은 타격 덜 받아

온라인 시장이 큰 것도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증명됐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온라인 쇼핑 횟수가 증가했다는 응답은 40%로 나타났다. 특히 감염병에 취약한 영유아자녀 가구의 경우 58%가 온라인 쇼핑을 늘렸다고 답했다. 온라인 쇼핑 1회당 평균 결제 금액이 늘었다는 응답도 51%로 나타났다. 이전보다 일반 오프라인 매장 구입 품목을 온라인에서 사게 됐다는 응답은 39%였다.

온라인은 오픈마켓과 소셜 커머스의 성장이 두드러진 가운데 기존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온라인몰과 홈쇼핑몰을 이용하는 횟수가 증가했다는 응답은 각각 27%, 25%로 나타났다.

오프라인이라 해서 무조건 감소한 것은 아니다. 마트 등 매장 체류 시간이 큰 대형 포맷은 위축됐지만 체류시간이 짧고 접근성이 좋은 소형 포맷은 상대적으로 위축 정도가 약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대형마트 이용이 줄었다는 응답은 59%였지만 편의점은 35%, 슈퍼마켓은 33%에 그쳤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안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외부 활동에 대한 갈망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관계를 중요시하고 여가, 오락, 자기계발 등 소비·생산적인 활동을 가정에서 보내는 데 익숙해졌지만 외출의 제약만 사라지면 외부 활동도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외부 모임은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리서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80.0%가 직장 동료와의 회식이나 지인과의 모임이 줄었다고 답했다. 감소폭은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주말 외식(83.9%), 주말 카페활동(83.2%), 나들이(74.9%), 등산·낚시 등 실외활동(70.1%) 등이었다. 가족행사(84.7%), 경조사(84.1%) 등 코로나19 이전에는 필히 참석했던 행사들도 발길을 끊은 경우가 많았다.

타인과 접촉이 줄면서 외모를 가꾸려는 수요는 급감했다. 의류(59.9%), 신발·액세서리(59.1%) 등 10명 중 6명이 패션에 대한 소비를 줄였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실내 활동은 현재 상황이 개선될 경우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줄인 회식이나 모임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69.4%에 달했다. 의류 구입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하겠다는 응답도 56.7%을 기록하면서 패션 시장도 다소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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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직원이 자택에서 협업 메신저 팀즈를 활용해 팀원들과 영상회의를 하고 있다.
▶가정간편식 수요는 다소 주춤해질 것 예상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증한 대다수의 실내활동은 회복 후 외부 활동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이용(49.7%), 혼술 등 가정 내 음주(48.6%) 등 절반을 넘지 못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인기가 높아진 실내 운동(48.2%), 온라인 게임(40.4%) 등도 지속하겠다는 답이 낮은 수치를 보였다. 반면 나들이(78.8%), 주말 외식(77.8%), 주말 카페활동(76.9%), 실외활동(71.2%) 등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실시하겠다고 응답했다. 가족행사(79.9%), 경조사(77.7%) 등도 높게 나타나며 각종 행사들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외출이 원상태로 회복되면서 급증한 가정간편식 수요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19로 늘어난 HMR 구입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47.3%에 그쳤다. 식사 빈도도 주중(46.8%), 주말(44.6%)로 코로나19 기간에 비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김기주 한국리서치 이사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성장세를 이어온 간편식 시장은 비상상황에서도 쉽게 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도 급격히 성장했지만 사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외부 활동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간편식의 우수한 품질이 알려진 상황이어서 시장이 위축되지는 않고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성장세로 돌아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박대의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7호 (2020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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