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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퇴후엔 쿠팡맨, 레고 되팔아 덕테크 … Z사원 생존법은 '부캐'

홍혜진 기자
양세호 기자
입력 : 
2023-01-10 17:45:58
수정 : 
2023-01-10 22: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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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관 : Z기자·Z직장인 메타버스인터뷰 매경·진학사 캐치 공동기획
◆ Z세대 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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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에 다니는 여성 A씨(27)는 퇴근 후나 휴일이면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가 된다. 그는 "쿠팡이츠에서 초창기 라이더를 영입했을 때 일을 시작했다. 하루에 15만원을 번 적도 있다"며 "친구를 추천하면 보너스도 있고, 생각보다 수입이 쏠쏠해 퇴근하면 거의 배달을 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기자 4명이 취업포털 '진학사 캐치'와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Z세대 직장인과 취업준비생 등 20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했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통하는 Z세대는 가상 공간에서 솔직하게 미래에 대한 고민과 계획, 좋은 직장과 직업의 조건을 풀어놨다. 저성장 시대를 맞아 더 이상 안정적인 자산·소득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Z세대에게 '재테크는 필수, 사이드잡(부업)은 대세'였다.

서울시에서 청년 정책을 기획한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장은 "청년에게 종신직장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라며 "본인의 경쟁력을 키워 포트폴리오를 쌓아간다는 개념으로 부업이나 사이드잡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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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25·여성)는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2년 차 사원이다. 그는 부업을 3개나 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프리랜서 모델로 일하며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관리해온 인스타그램에서 제품을 홍보하고 협찬을 받는다. 몇 개월 전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해산물 판매도 시작했다. B씨는 "포항에서 홍게나 과메기를 공급받아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한다"고 말했다. 2년 차 엔지니어 C씨(27·남성)는 퇴근 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취업준비생의 자기소개서를 첨삭해 주거나 참고할 만한 자료를 판매하는 일을 부업으로 하고 있다. 올해 기술교육 업체에 취직한 D씨(25·남성)는 전공을 살려 영어 번역으로 부수입을 올린다고 말했다.

B씨는 부업을 하는 이유로 수입원 다변화와 자아실현을 들었다. 그는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 수입만으로는 생활이 빠듯하다"며 "부업을 하면 본업만으로는 부족한 수입을 늘릴 수 있고, 한 조직에 국한되지 않고 나만의 영업을 하면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충격을 받으면서 부업하는 국내 근로자 수는 급격히 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 작년 1~3분기 기준 분기별 평균 부업자 수는 54만7000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46만3000명) 대비 18.1% 증가했다. 특히 20·30대 부업자는 10만7000명으로 2017년 같은 기간 7만8000명보다 37.2% 증가해 40·50대 부업자 증가율(1.4%)을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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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과 부업을 병행하는 Z세대 'N잡러'의 등장은 불안정한 급여와 갈수록 하락하는 고용 안정성이 낳은 결과다. 임금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데 경기 침체 위기가 오면서 고용 안전성까지 흔들리는 탓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과거 고성장 시대에 회사 성장이 곧 직원 성장으로 이어졌다면 지금은 이 연결고리가 약해진 점이 부업 열풍을 유발하고 있다"며 "자기계발과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Z세대 특징을 이해하고 회사 내에서 사내벤처 같은 형태로 직원 개인의 성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필수로 자리 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수익화하는 Z세대도 많다. SNS에서 많은 폴로어를 거느린 '인플루언서' 반열에 들면 각종 업체에서 광고비 격인 협찬을 받을 수 있다. 제품 사용기를 계정에 올리고 업체에서 건당 광고비를 받는 식이다. 유통 기업에서 근무하며 인플루언서와 제조업체를 연결하는 업무를 맡은 E씨(26·여성)는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인스타그램 기준 폴로어 1만명 정도이면 인플루언서로 보고 있다"며 "일단 인플루언서가 되면 게시물 한 건마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협찬을 받을 수 있어 이를 목표로 SNS를 하는 Z세대가 많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가 만난 Z세대는 20명 중 18명이 재테크를 하고 있거나 기회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취업준비생 F씨(27·여성)는 "코인과 주식은 물론이고 요즘 같은 고금리 시대에 맞게 예금과 적금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년 차 마케터 G씨(26·남성)는 "매일같이 금리가 높은 예·적금 상품을 찾아다니고 있다"며 "주식도 조금씩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의 투자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관심사를 활용해 수익을 내는 점도 Z세대 특징이다. Z세대 인터뷰 대상자들은 취미활동을 하며 수익을 내는 '덕테크(취미활동을 일컫는 덕질과 재테크의 합성어)' 세계를 소개했다. 자신이 푹 빠져 있는 분야 수집품을 싼 가격에 사고 비싼 가격에 팔며 차익을 버는 것을 말한다. 정보기술(IT) 개발업체에 다니는 3년 차 프로그래머 H씨(29·남성)는 "한창 주식을 하다가 장이 하락한 뒤로 지금은 한정판 콘솔 게임을 사고파는 덕테크에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치열하게 부업과 재테크에 나서며 '한 푼이라도 더 벌기'에 몰두하는 목표를 묻자 '내 집 마련'이라는 답이 제일 많았다. G씨는 "노후 대비 같은 먼 미래의 일보다 일단 지금 나가는 월세를 줄이는 게 급선무"라며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모르지만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A씨는 "내 집 마련은 Z세대 모두의 목표"라며 "앞으로 부동산 거품이 더 꺼지면 매수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금리가 높은 점이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체에 다니는 2년 차 직장인 I씨(28·남성)는 "작년 고점에 집을 산 친구들은 울상"이라며 "올해 부모님과 함께 재개발 지역 임장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홍혜진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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