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22일 개최된 산업경쟁력포럼에서 인구 감소가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가미래연구원 제공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22일 개최된 산업경쟁력포럼에서 인구 감소가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가미래연구원 제공
"지금까지는 중소기업만 구인난 문제를 겪었습니다. 대기업은 사람을 뽑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죠. 하지만 대기업도 3년만 지나면 상황이 달라질 것입니다."

인구학 전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2일 국가미래연구원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하는 제64회 산업경쟁력포럼에 발제자로 나서 이 같이 말했다. '인구학으로 예측하는 미래산업 방향'을 주제로 개최된 이번 포럼에서 조 교수는 "신규 채용이 불가능한 시대가 온다"고 경고했다.

조 교수는 최근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는 이유를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연령대인 25~34세 내국인 인구의 감소 추이를 바탕으로 설명했다. 이들 인구가 2015년 약 700만명에서 지난해 650만명으로 줄었기 때문에 중소 제조업체 중심으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문제는 2026년부터다. 조 교수는 "2025년까지는 25~34세 내국인 인구가 650만명대로 유지되다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90만명 줄어든다"며 "2026년은 대기업도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하는 '경쟁의 서막기'로 칭할 수 있다"고 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제공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제공
조 교수는 이어 "2030년부터 2035년까지는 25~34세 인구가 추가적으로 90만명 줄어 기업이 새로 뽑을 청년 인구가 2021년 대비 약 170만명 줄어든다"며 "이는 현재로서는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정해진 미래로, 2030년이 되면 대기업도 '올해는 과연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를 고민할 '무한경쟁기'가 닥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층 인구 감소로 인해) 기업이 기술력만으로는 글로벌 1등이 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이 산업화되려면 사람들 삶 속에 먼저 들어가 상용화돼야 하는데, 인구가 줄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술을 개발해도 상용화되지 못해 산업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기업이 개발한 기술이 어떤 시기에, 어떤 채널을 통해, 어떤 연령대가 사용하는지가 산업화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글로벌 1등을 달리고 있는 한국 기업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미국 시장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성장에 최적화된 인구구조는 청년층과 중장년층이 노인 인구보다 많은 '기둥형' 구조"라며 "미국은 40년 뒤에도 기둥형 인구구조를 유지하는 한편 인종 다양성까지 늘어나 성장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선 "한국 못지않게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라며 "인구학적으로만 보면 중국은 더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