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IT·과학

"갑자기 숨이 안 쉬어져요" 2030 위협하는 공황장애

입력 : 
2022-12-06 16:12:40
수정 : 
2022-12-06 18:03:46

글자크기 설정

지난해에만 20만명 병원 찾아
74%는 발병 전 스트레스 경험
치료·운동 병행하면 관리 가능
사진설명
공황장애는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현대인에게 흔한 정신질환이다. 평생 동안 공황장애를 앓을 확률은 1~4%로 정신질환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공황장애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지난해 2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공황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30~40대가 가장 많았고, 증가 추세는 10~20대 청년층이 가장 가파르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젊은 층에 공황장애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취업 불안, 대인관계 단절 등 스트레스가 늘어남과 동시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편견, 오해가 줄어든 결과"라고 해석했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치 않게 나타나는 불안 증상'이라고 정의된다. 원인은 뇌의 비정상적인 각성 반응이다. 뇌에서 스트레스를 관장하는 편도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고장나 평온한 상태에서도 각성 상태를 유지하면서 온몸에 비상이 걸린다.

사진설명
【게티이미지뱅크】
공황장애는 공황발작으로 드러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몸의 변화, 즉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거나 △땀이 나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공황발작이 반복되거나 공황발작이 무서워 버스,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 '예기불안'이 심해 한 달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으면 공황장애로 본다.

사실 공황발작이 아무런 이유 없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스트레스, 알코올 섭취, 수면 부족 등 유발 요인이 존재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 중 스스로 자각하기 가장 어려운 '방아쇠'는 스트레스다. 최근 이태원 참사 후 터널이나 엘리베이터처럼 어둡고 좁은 공간에 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불안해하는 것도 공황발작일 수 있다. 백 교수는 "과거 트라우마를 경험했거나 정신질환으로 병원 진료를 받는 환자는 더욱 면밀한 관찰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2019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공식학술지에는 우리나라 12개 의료기관이 참여해 한국인 공황장애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을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황장애 환자 74.2%가 첫 공황발작 경험 직전에 한 가지 이상의 스트레스 사건을 경험했다. 업무상 과로(17.6%)가 가장 많았고 신체질환(9.7%), 가족(9.6%), 경제적 문제(8.7%), 대인관계(8.6%), 배우자나 이성 상대와의 갈등(8.0%), 학업(5.3%), 가족이나 지인과의 사별(3.1%) 순이었다.

술 역시 위험하다. 30대 김 모씨는 과음 후 숙취가 덜 풀린 상태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다 갑자기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꽉 조여 죽을 것만 같은 공포를 느꼈다. 곧장 응급실로 달려갔지만 그 역시 최종 진단명은 알코올로 말미암은 공황장애였다.

앞선 국내 12개 의료기관의 연구 결과, 특히 남성 공황장애 환자의 22.6%에게서 첫 공황발작 직전 음주량 증가가 관찰돼 여성(4.9%)보다 훨씬 높았다.

다행히 공황장애는 생명을 위협하는 병은 아니다. 인지행동, 약물 등 치료법이 다양하고 반응률도 높아 적극 관리하면 대부분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일단 치료하면 재발 위험도 낮아진다.

인지행동치료는 심리치료의 일종이다. 공황장애 특징을 이해하고 호흡법 등을 통해 스스로 긴장을 이완하는 법을 터득해 증상 개선을 도모한다.

약물치료는 6개월 이상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함께 투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항불안제 중 많이 쓰는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은 불안이 심한 초기 3개월 정도 투여하지만, 단계적으로 용량을 줄이다 투여를 중단해 중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공황장애는 심장병, 갑상선기능항진증, 천식, 저혈당 등과 혼동하기 쉽다.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교란되면 공황장애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평균적으로 공황장애 환자 100명 중 2명가량이 몸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입원 후 검사를 받는다.

백 교수는 "공황 증상은 몸의 이상을 경고하는 알람 신호"라면서 "공황장애 치료에 성실히 임하면서 유산소운동, 근육을 이완하는 복식호흡, 필라테스 등의 운동을 하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매경헬스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