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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뱃살이 노리는 장기 ‘대장’… ‘젊은 대장암’ 발병률 1위 한국

박지훈 기자
입력 : 
2022-12-09 15: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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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적으로 50세 미만에 발생하는 조기 발병 대장암(젊은 대장암)이 증가하고 있다. 대장암은 국내 암 발생률 4위, 사망률 3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경계가 필요한 질병이다. 미 콜로라도대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의학 저널 ‘랜싯(Lancet)’에 발표한 최신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20~49세의 대장암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조사 대상 42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는 호주(11.2명), 미국(10명)보다도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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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 필수

만 45세 이전이라도 대장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으면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북삼성병원 데이터관리센터(이정아, 장유수, 류승호)·소화기내과(박동일, 박수경) 공동연구팀은 대장내시경 검사 연령과 사망률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07∼2017년 건강검진을 받은 만 18세 이상의 건강한 성인 52만8046명을 대상으로 2019년까지 추적 관찰을 시행했다. 그 결과,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그룹은 받지 않은 그룹보다 총 사망 위험이 33%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만 45세 미만과 만 45세 이상으로 나눠보면 각각 14%, 29%의 효과가 관찰됐다.

대장암에 의한 사망 위험만 보면 대장내시경을 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그룹에 견줘 45세 미만에서 53%, 45세 이상에서 48%의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다만 연령이 낮은 그룹에서 오히려 효과가 더 크게 분석된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추적 관찰이 더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입장이다.

연구팀은 “우리나라도 20~49세 연령층에서 대장암 발생률이 높아지면서 젊은 성인에 대한 대장암 검진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사망 감소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면서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대장내시경 검사가 50세 미만 나이에서도 전반적인 사망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처음으로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동일 교수는 “젊은 층에서 대장암이 증가하는 만큼 45세 미만이라도 대장암 위험도가 높은 사람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할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만 50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무료 국가대장암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대변에 혈액이 묻어나오는지 확인하는 분변잠혈 검사를 매년 시행해 양성이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사증후군 상태에 따른 조기 발병 대장암의 위험도
대사증후군 젊은 대장암 유발 원인

대사증후군이 조기 대장암 유발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대표적인 생활 습관 질병인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높은 중성지방혈증, 낮은 고밀도콜레스테롤(HDL), 혈압상승, 공복혈당장애의 5가지 항목 중 3개 이상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대사 장애가 지속되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대장암의 위험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① 허리둘레: 남자 90㎝, 여자 85㎝ 이상 ② 중성지방: 150㎎/㎗ 이상 ③ 고밀도 지방: 남자 40㎎/㎗ 미만, 여자 50㎎/㎗ 미만 ④ 혈압: 130/85㎜Hg 이상, 혹은 고혈압약 투약 중 ⑤ 공복 혈당: 100㎎/ℓ 이상, 혹은 혈당조절약 투약 중)

진은효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교수, 이동호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하여 대사증후군 상태에 따른 젊은 대장암의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성인 977만 명의 건강 상태를 2019년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50세 미만의 성인 8320명(0.15%)에서 대장암이 발생했다. 50세 미만의 성인에서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정상인에 비하여 젊은 대장암 발병 위험이 20% 높아졌고, 대사증후군을 진단하는 5가지 항목이 하나씩 증가할 때마다 발병 위험도가 7%, 13%, 25%, 27%, 50%로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복부비만이 가장 강력한 단일 위험인자로 나타났다.

대장 위치

심한 복부비만이 있는 경우(허리둘레: 남성 100㎝, 여성 95㎝ 이상) 정상에 비해 젊은 대장암의 위험도가 53%까지 상승하고, 고도비만(BMI 30㎏/㎡)에서도 정상에 비해 젊은 대장암의 위험도가 45%까지 상승했다. 대사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 염증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슐린 저항성, 만성 염증,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아디포카인(adipokine) 등이 대장암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젊은 대장암은 특히 좌측 대장(원위부 대장, 직장)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 연구에서는 대사증후군의 상태에 따라 정상과 비교하여 원위부 대장암(1.37배)과 직장암(1.32배)이 현저하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조기 발병하는 대장암과 대사증후군 및 비만과의 관련성을 입증한 첫 번째 대규모 코호트 연구로 의미가 있다. 진은효 교수는 “젊은 사람에서 대사증후군의 발생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대사증후군이 있는 고위험군에서는 적절한 선별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조기 발병 대장암의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7호 (2022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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