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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늘었다, 초단시간 알바 역대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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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김모(22)씨는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주 12시간씩 일하고 있다. 하루 4시간씩 주 3일 오후에 출근한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데 왕복 30분이 넘는 통근 시간에 교통비까지 써야 하지만, 종일 근무를 하지 않으면서 주 15시간을 넘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곳은 거의 찾을 수가 없다. 김씨는 “하루 5~6시간씩 일하면 더 효율적이긴 할 텐데 요즘은 주 15시간 이상 알바를 잘 구하지 않는다”며 “방학 때는 이런 식의 알바를 2~3개씩 한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초단시간 근로자가 역대 최대로 늘었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주 15시간 미만을 일하는 근로자는 179만6000명으로,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153만5000명)과 비교하면 17% 증가한 수치다. 2013년 81만2000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당 근무시간이 1~15시간 미만이면 초단시간 근로자로 분류한다.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퇴직금·주휴수당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1년 넘게 일을 계속해도 퇴직금은커녕 휴가도 쓸 수 없다는 의미다. 산재보험을 제외한 4대보험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이렇게 처우가 불안정하지만, 초단시간 근로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고용시장 전체가 위축되면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곧장 급증했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21.7%가 증가하는 등 2년째 증가세가 가파르다. 초단시간 근로자가 늘어난 데다 주 36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로자까지 늘면서 통상근로자(주36시간 이상 근로·1234만2000명)보다 단시간 근로자(주1~36시간 미만 근로·1559만명)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단시간 근로자를 산업별로 보면 사업·개인·공공서비스 분야에서 9월 113만8000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노인 일자리 등 공공 일자리도 여기에 포함된다.

도소매·숙박음식업의 경우 초단시간 근로자가 36만3000명을 기록했는데 증가율로 따지면 1년 전보다 23.7%(7만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 음식점·카페 등의 채용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초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선호가 커졌다는 풀이가 나온다. 자영업자들이 거리두기로 인한 매출 감소를 경험하면서 인건비 부담감을 크게 느꼈다는 것이다. 예컨대 주 15시간 이상 일할 경우에는 주휴수당을 줘야 한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1인당 최저시급(9160원)과 별개로 매주 2만7480원의 주휴수당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지난달 알바연대가 발표한 ‘알바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주 15시간 미만 알바가 전체의 3분의 1로, 주 15~40시간, 40시간 이상을 일하는 근로자보다 많았다.

이런 현상은 인건비를 아끼려는 자영업자 쪽 요인뿐 아니라, 알바 대다수를 차지하는 10~30대 젊은 세대의 특성도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취업·인사관리 기업 인크루트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단기근로 전문 일자리 매칭 서비스 ‘뉴워커’는 론칭 1년여 만에 개인·기업 회원이 107만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뉴워커 회원 중 남성의 59%, 여성의 62%가 10~30대로 나타났다.

정연우 인크루트 홍보팀장은 “1~2일만 일하거나 원하는 시간대에 자유롭게 가능한 일을 선호하는 구직자가 많다”며 “노동 자율성이 높다 보니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순히 시급을 따지기보다는 자기 시간이 확보되거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는 경향이 MZ세대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어 “한국은 그간 제조업 중심의 노동제도를 유지했는데, 이젠 초단기 근로자도 노동시장에서 법의 보호를 받게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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