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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비는 100분의 1…세계 야생동물 50년간 69% 감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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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 제비(사진)의 개체 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1987년 10㏊(헥타르)당 2289마리씩 발견되던 제비가 2005년에는 22마리로 줄었다고 밝혔다. [뉴시스]

한국 제비(사진)의 개체 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1987년 10㏊(헥타르)당 2289마리씩 발견되던 제비가 2005년에는 22마리로 줄었다고 밝혔다. [뉴시스]

반세기 만에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 규모가 69%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이런 내용을 담은 ‘지구생명보고서 2022(Living Planet Report 2022)’를 13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WWF와 런던동물학회(ZSL)가 공동연구로 발간했는데, 생물 다양성 상태와 생태계의 건강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지구 생명지수(LPI·Living Planet Index)를 담고 있다. LPI에 따르면 전 세계 5230종의 생물종을 대표하는 3만1821개의 개체군을 조사한 결과,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야생동물 개체군 규모가 평균 69% 감소했다.

특히 열대지역에서 관찰되는 야생 척추동물 개체군이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열대지역이 위치한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연안은 야생동물 개체군 규모가 평균 94% 감소했다. 전 세계에서 손꼽을 만큼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열대지역의 감소세는 생태계가 처한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WWF는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 야생동물 개체군 감소의 주된 요인은 ▶서식지 황폐화 및 감소 ▶과도한 자원 이용 ▶침입종 출현 ▶환경오염 ▶기후변화 및 질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생물종별로는 담수(민물) 생물종 개체군이 평균 83% 감소해 가장 큰 위협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댐이나 저수지에 가로막혀 이동이 제한되는 등 담수 생태계의 연결성이 단절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생물 다양성 감소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보고서 공개 전날(12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87년 10㏊당 2289마리씩 발견되던 제비가 2005년에는 같은 단위면적당 22마리씩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18년 만에 개체 규모가 10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최 교수는 “제비가 감소했다는 건 이들의 주식이자 생태계 기반을 구성하는 곤충이 그만큼 감소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생물 다양성 위기 완화를 위해 ▶자연보전 및 회복 노력의 확대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 및 소비 ▶모든 부문에 걸친 신속하고 철저한 탈탄소화 등을 제안했다.

마르코 람베르티니 WWF 사무총장은 “보고서는 기후위기와 생물 다양성 위기라는 서로 연결된 위기와 관련된 충격적인 수치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며 “자연의 손실 추세를 회복으로 전환하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번영하는 미래를 구현하려면 시스템 차원의 근본적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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