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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녀·인문남·교육녀 중 가장 취업 힘든 건? 씁쓸한 통계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소재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여성 이모(28)씨는 졸업 후 3년이 지난 지금도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1년여간 영상을 제작·편집하는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한 게 경력의 전부다. 그는 현재 대·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번번이 서류에서 떨어지고 있다. 이씨는 “학교에서 배운 건 실무와 동떨어져 있고, 관련 근무 경험도 미비하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인문계 여성, 취업 가장 안 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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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강민정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과 이선 경제학 박사의 ‘노동시장 진출 결정요인’ 연구 논문에 따르면 이씨와 같은 인문계 전공 여성의 취업 가능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공·성별 등에 따라 취업 가능성을 따져본 결과다. 취업 가능성으로 보면 인문계열 남성, 교육계열 여성이 인문계 여성 다음으로 낮았다.

공학계열 남성, 교육계열 남성, 사회계열 여성도 취업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과 달리 이른바 ‘공대남’이 부진한 건 공학계열 남성의 대학원 진학률이 모든 전공·성별로 비교했을 때 가장 높다 보니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떨어져서다.

취업 상태가 아니면서 적극적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의 '비경제활동' 가능성은 교육계열 여성이 가장 컸다. 이에 대해 강 연구원은 교육계열은 임용시험 등 노동시장 진출 기회가 한정되다 보니 취업 및 구직시장에서 이탈하는 일이 많다고 분석했다.

취업 가능성이 높은 순으로 나열하면 의약계열 여성-의약계열 남성-자연계열 남성-예체능계열 남성-자연계열 여성 순이었다. 예체능계열 여성과 사회계열 남성도 취업 가능성이 높은 편에 속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해 발간한 교육부의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 현황과 2020년 실행한 고용정보연구원의 대졸자 직업이동경로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취업에 전공 영향, 성별보다 커

성별에 따라 비교했을 때 여성이 남성보다 취업 가능성이 떨어지긴 했지만, 성별보단 전공에 따른 차이가 월등히 컸다. ‘의학-자연-예체능-사회(경영 포함)-공학’ 전공 순서로 취업 가능성이 높았다. 자연계열 여성이 사회계열 남성보다 취업 가능성이 높은 식이다. 강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고용시장에서 불리하다”면서도 “이번 연구에선 전공에 따른 차이가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자 했는데 최근 들어선 전공이 성별보다 더 유의미한 차이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성별에 따른 차이가 더 두드러지는 건 인문·교육계열의 여성이 남성보다 많고, 공학계열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많아서다. 예컨대 2020년 4년제 대학 인문계 졸업 여성은 2만4301명으로, 남성(1만3448명)보다 1.8배 많았다. 반대로 공학계열 졸업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3.2배 많았다.

부모소득도 취업 가능성과 연관

강 연구원은 학점·인턴 경험이나 부모의 소득이 취업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 등도 분석했다. 그 결과 졸업생의 학점이 높을수록 취업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턴이나 직업훈련 경험 역시 취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고, 수도권 대학이 비수도권 대학보다 취업에 유리했다. 부모소득과 취업 가능성 사이에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었다. 구직자 부모의 월평균 소득을 구간별로 나눠봤을 때 부모 소득이 높아질수록 취업률도 올라갔다는 의미다. 부모의 소득이 높을 때 대학원 진학 가능성도 더 컸다.

22일 경기 고양시 고양꽃전시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박람회에서 예비 구직자인 일산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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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경제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청년 실업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지난해 한국의 청년(15~29세) 고용률은 44.2%로 OECD 평균(53%)보다 8.8%포인트 낮았다. 한국 특유의 높은 대학진학률로 인해 특히 15~24세의 고용률이 OECD 평균과 큰 차이가 나서다. OECD는 “낮은 청년 고용률은 교육수준과 노동시장의 미스매치가 원인”이라며 “청년들이 저임금 일자리를 피해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취업에 매달리면서 중소기업은 심각한 인력난에 처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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