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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는 이렇다 저렇다 제발 그만 좀 하세요"…왜냐하면

입력 : 
2022-09-21 21:00:02
수정 : 
2022-09-21 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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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세대 연구` 전문가 보비 더피 英 킹스칼리지런던 공공정책학 교수

부모보다 가난해지는 자식세대
미래 불안은 분노로 폭발
세대 `차이` 아닌 `갈등`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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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점 중 하나는 세대 차이다. 위 세대와 아래 세대 간 생각·가치관 등의 차이가 불편함을 낳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불편해도 회사는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일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직장 내 세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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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공공정책학 교수·정책연구소 소장이자 오랫동안 세대(generation)를 연구해온 보비 더피 교수는 매일경제 MK 비즈니스 스토리 인터뷰에서 "세대 구분은 성장 시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인생의 어느 시점에 있는지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며 "직장에서 세대 간 차이를 증명할 뚜렷한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통상 MZ세대가 직장에서 개인 발전을 위한 기회를 추구한다면, 기성세대는 고용 안정성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피 교수에 따르면 이 같은 차이는 MZ세대와 기성세대의 세대별 특성 때문이 아닌 인생의 어느 시점에 있느냐에 따라 비롯된다.

더피 교수는 "기성세대 역시 젊었을 때는 개인 발전 기회를 찾았다"며 "오히려 기성세대와 MZ세대는 직장에 원하는 것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가 연구한 세대 관련 내용은 지난달 국내에서 출간된 '세대 감각: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는 법(The Generation Myth: Why When You're Born Matters Less Than You Think)'에 담겼다. 다음은 더피 교수와의 일문일답.

―세대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세대를 정의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저서에서는) 구체적으로 사회적 세대(social generations)를 다룬다. 사회적 세대는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의 집단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15년에서 20년을 기준으로 세대가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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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감각: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는 법'의 집필 동기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견해서 저서 집필을 결심했다. 20여 년 전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2000년 그의 저서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 The Collapse and Revival of American Community)'이 출간된 직후였다.

이 책은 미국 내에서 젊은 세대일수록 타인과의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알렸다(퍼트넘 교수는 25년 동안 인터뷰 자료 약 50만건을 토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이웃사촌과 교류가 감소했고 사람들이 친구들과 덜 만나며 심지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고 이에 대한 데이터를 내가 갖고 있었다. 퍼트넘 교수의 연구와 비교했을 때 영국은 비슷한 패턴이 약 20년이 지나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후 영국에서 세대 차이에 대한 말이 점차 많아졌는데,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말이었다. 이 같은 현상이 만연하는 가운데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세대 차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전형적 특징이 있다고 간주되는 밀레니얼 세대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세대 감각: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는 법'은 해당 연구를 토대로 집필됐다.

―저서 집필을 위해 조사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결과는 무엇이었나. ▷미국과 영국에서 찾은 결과다. 젊은 사람들과 노인들이 서로 다른 지역에 사는 경향이 최근에서야 등장했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오고 노인이 작은 마을 혹은 시골 지역에 머무른다고 생각하며, 이를 당연하게 여겨왔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이런 현상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1990년대부터 젊은 사람들의 도시 이주가 시작된 것이다. 사람들은 젊은 세대의 도시 이주 현상을 매우 빨리 받아들였다. 새로운 현상이 너무 빨리 받아들여지는 것과 특정 세대와 관련한 성급한 일반화는 세대 간 마찰의 주요 요인이다. 그리고 세대 간 마찰은 세대 간 연결에서 발생하는 좋은 점을 놓치게 만든다.

―저서에서 "진짜 문제는 세대 간 전쟁이 아니라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젊은이와 노인의 분리(separation)"라고 주장했다. 세대 간 분리는 세대 간 전쟁과 어떻게 다른가. ▷현재 사람들의 물리적 거리 확대는 많은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 신체적 분리뿐만 아니라 디지털 세계에서도 세대 간 분리가 이뤄지고 있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는 각자 다른 플랫폼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세대 간 갈등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또 세대 간 전쟁 신호는 매우 미약하다. 아직까지도 각 세대는 가족 안에서 연결돼 있다. 우리는 부모님과 조부모님을 사랑한다. 그들과 '전쟁'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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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사람들은 직장에서도 세대 간 차이가 많이 발생한다고 느낀다. ▷그렇다. 하지만 사실 직장에서 세대 간 차이를 증명할 뚜렷한 증거는 없다. 물론 젊은 직장인들과 상대적으로 나이가 더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원하는 것은 다르다. 예를 들어 젊은이들은 스스로 발전하는 기회를 더 찾지만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고용 안정성을 원한다. 하지만 이는 인생 어느 시점에 있는지에 따라 발생하는 차이다. 직원들이 자라온 시기와 환경 등에서 비롯된 세대 차이에서 오는 게 아니다. 현 기성세대 직장인들도 젊었을 때는 개인 발전의 기회를 더 많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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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세대 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가 있나. ▷저서에서도 소개한 데이비드 코스탄자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교수 외 4인의 연구가 있다. 해당 연구 결과는 2012년 '비즈니스와 심리학 저널(Journal of Business and Psychology)'의 '업무 관련 태도의 세대 차이: 메타 분석(Generational Differences in Work—Related Attitudes: A Meta―analysis)' 논문에 실렸다.

연구진은 총 1만996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20개 연구조사를 메타 분석(유사한 주제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고찰하는 연구 방법)했다. 이를 통해 업무 만족도와 조직에 대한 헌신, 이직 계획 등과 관련해 세대의 차이를 알아봤다. 구체적으로는 베이비부머 이전 세대, 베이비부머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의 차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해당 부문에 대한 세대 간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직장에서 세대 간 차이를 증명할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왜 직원들은 세대 간 차이가 있다고 느낄까. ▷좋은 질문이다. 장밋빛 회상 효과(rosy retrospection effect)가 일부 원인이다. 실제보다 과거를 더 좋게 기억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젊었을 때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짜증나게 했는지 잊는다. 과거에 직장 동료들이 늘 동기가 부여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잊는다.

현재 영국에서 이에 대한 연구조사를 하고 있는데, 지금 내리막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인류 역사에 늘 있어왔던 현상이다. 소크라테스 시대에도 사람들은 현재 가장 최신 세대들이 최악의 세대라고 여겼다.

―직원들이 직장에서 원하는 것은 결국 비슷한 것일까. ▷그렇다. 저서에서도 인용한 '밀레니얼 세대가 일터에서 원하는 것'의 저자 제니퍼 딜의 말을 빌려 설명하겠다. 딜 저자는 과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팟캐스트에 출연해 "근본적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기성세대들이 항상 원해왔던 것을 바란다. 일이 흥미롭고 보수가 좋으며, 자신이 좋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커리어 향상을 위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이고, 주기적으로 동료들이 자신이 한 일을 감탄하면서 이에 대해 고맙다고 말하며, 자신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직장"이라고 말했다.

―기성세대는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이 직장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나.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이 직장에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기성세대의 전형적 역할이다. 부모들은 자식이 잘되고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게 돕는다. 하지만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마음은 자식을 위한 마음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래 세대 사람들의 필요성을 채우는 데 돕고 싶은 마음이 가슴 깊숙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젊은 세대 사람들과 연결하는 시간을 내고 그들의 멘토가 돼야 한다. 바쁜 현대 사회 직장에서 이를 행하기 쉽지는 않지만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

―직장에서 기성세대와 MZ세대들이 서로 오해하는 점이 있다면. ▷고용주(기업)를 볼 때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들이 '브랜드 가치'나 '사회적 목적'만 두고 고용주를 평가하거나 관심을 갖는다는 (기성세대의) 오해가 있다. 물론 고용주의 브랜드 가치와 사회적 목적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현 젊은 세대만이 특성이 아니다.

시대 트렌드에 따라 해당 요소들의 중요성이 더 부각된다. 그러기에 직원 모두를 브랜드 가치 높이기와 사회적 목적 달성에 가담시켜야 한다. 또한 현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가 기성세대보다 더 게으르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이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직장에서 세대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세대'라는 개념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고용주들은 개개인에 대해 알아가고 교류해야 한다. 직장에서 세대 관련 근거 없는 믿음에는 위험이 따른다. 바로 특정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고용주의 책임은 묻지 않게 된다.

가령 직원 유지 문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세대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은 고용주가 직원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 자사의 영향을 배제하게 만든다. 오직 해당 직원이 속한 세대 특성으로 문제가 발생했다고 여기고 직원을 탓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고용주는 자사에 문제 발생 요인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현실적으로 직장에서 세대 간 협업은 어떻게 잘 이뤄질까. ▷현재 이를 이루기는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재택근무 등으로) 사람들이 떨어져 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직원들은 서로를 이해하기 더 어렵고 세대별 고정관념이 더 강해진다.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진 채 각기 다른 세대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것은 좋은 시작이 아니다. 이에 따라 연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시간을 들여 사람들과 교류하고 연결해야 한다. 다른 세대 사람들을 (바로) 이해할 것이라고 간주해서는 안 된다.

―직장 내 다양성·포용성이 화두다. 하지만 기업 다양성 프로그램은 대개 성별이나 인종과 관련된 것이다. 세대에 관한 다양성·포용성 프로그램은 많이 없는 듯하다. ▷흥미로운 지적이다. 세대는 '보호받는 특성(protected characteristic)'이 아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불편한 마음을 덜 갖고 'Z세대는 게으르다' '밀레니얼들은 오만하다'고 말한다. 특정한 성별이나 인종에 대해서는 이런 말을 편하게 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세대 명칭(generation labels)을 없애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기는 세대별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세대 명칭은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기성세대와 일하는 것이 힘들어 직장을 그만두는 젊은 세대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퇴사하는 젊은 세대 직장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많은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세대 갈등에 대해 읽었다. 한국의 세대 갈등은 단순 '세대 차이'보다 더 큰 문제를 나타낸다. 바로 젊은 세대들의 불안한 미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기존 세대보다 다음 세대가 더 좋은 미래를 살았다.

하지만 이제 이런 모습은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볼 수 없다. 현 상황에서 사람들의 분한 마음은 점차 커지고 경제·정치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이것이 진짜 세대 문제(the real generational challenge)이며 젊은이들이 환멸을 느끼는 이유다.

솔직하게 해당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아직 많지 않다. 하지만 과거 힘들었던 시기, 예로 1970년대 오일쇼크로 비롯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되돌아보며 그 당시에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생각하고 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집중해야 한다.

―저서를 집필하기 전 기성세대 또는 젊은 세대에 대해 오해를 하진 않았나. ▷많은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큰 오해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갖고 있는 기후변화 관련 걱정 차이가 크다는 것이었다.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보다 기후변화 관련 걱정을 훨씬 덜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오해한 원인 중 하나는 미디어 메시지였다.

가령 타임지는 2019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며 그를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갈등의 지도자'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의 기후변화 걱정 차이는 매우 적다. 심지어 사회적 목적을 이유로 특정한 제품과 서비스 구매·사용을 거부할 확률은 젊은 세대보다 기성세대가 더 높다. 저서를 집필한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세대 간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 보비 더피 교수는… 영국의 저명한 사회조사 전문가로 2018년부터 현재까지 킹스칼리지런던(KCL)에 재직 중이다. 1994년 케임브리지대학교를 졸업한 후 영국 고용정책연구소(Employment Policy Institute), 영국 총리직속전략기획실(Prime Minister s Strategy Unit)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KCL 합류 전에는 시장조사기관 '입소스' 에서 입소스사회연구소(Ipsos Social Research Institute) 글로벌 디렉터로 일하며 사회와 기업 평판 관련 연구에 중점을 둔 190인 팀을 맡았다.

첫 저서 '팩트의 감각 (원제 The Perils of Perception: Why We're Wrong About Nearly Everything, 2019)' 에서 사람들의 잘못된 사회 인식을 꼬집었다. 이후 세대와 관련한 오해를 바로잡는 두 번째 저서 '세대 감각: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는 법'을 펴냈다.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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