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작년 10만건 넘어
10명 중 6명 경제적 고통 호소
노인이 대부분이었던 고독사
최근 40~50대 남성 큰폭 증가
복지부 발굴 위기가구 133만명
제2의 `수원 세모녀`도 곳곳에
물질적·정신적 도움 주는 복지
`생명 인프라` 관점의 대책 절실
10명 중 6명 경제적 고통 호소
노인이 대부분이었던 고독사
최근 40~50대 남성 큰폭 증가
복지부 발굴 위기가구 133만명
제2의 `수원 세모녀`도 곳곳에
물질적·정신적 도움 주는 복지
`생명 인프라` 관점의 대책 절실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더라도 가족과 연락이 끊긴 채 쓸쓸히 죽음을 맞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무연고 장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돌봐주는 자녀 없이 홀로 살다가 지병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고독사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무연고 사망자는 장례식 없이 바로 시신을 화장해 유골을 화장장 근처에 뿌리는 무빈소 직장(直葬)으로 쓸쓸히 세상을 등진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의 무연고 사망자 장례 건수는 총 858건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이던 2019년 417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는 2018년 382건에서 2019년 417건으로 큰 차이가 없었는데, 2020년부터 큰 폭으로 뛰어 665건에 달했다. 이후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되자 지난해에는 858건이나 됐다. 생활고와 고립감이 더해지며 장례 없이 쓸쓸한 죽음을 맞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복지부 집계 결과 고독사로 추정되는 인원은 2019년 2656명이었는데, 지난해 3603명으로 폭증했다. 고독사 사망자는 올해 상반기까지만으로도 2314명으로 집계되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실제로 무연고 장례는 생활고 때문에 적절한 치료 없이 사망하거나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최근 40·50대 남성이 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지에서 홀로 돌아가신 상태로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며 "막상 찾아가면 소주병만 발견되기도 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분도 많다"고 전했다.
문제는 아직 한국의 복지 시스템이 시혜적 개념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줬던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는 수원 세 모녀가 주민등록지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떠한 복지 서비스도 제공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운영하는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은 18개 기관에서 단전, 단수, 통신비 체납 등 34종 정보를 입수해 위기가구를 선별한다. 이렇게 발굴한 복지 서비스 대상자는 2019년 63만3075명이었는데, 지난해 133만9909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제하며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돼가고 있지만, 막상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은 빈곤 가구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월 5만원 이하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가구는 모두 67만3000세대에 달했고, 서울 시내에서 수도요금을 체납한 가구 또한 지난달 말까지 16만9919가구에 이르렀다. 한국전력은 올해 6월 기준 전국 45만8000가구가 주거용 전기요금을 체납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활고에 빠졌다고 인지하는 가구는 늘었는데 수원 세 모녀 사례와 같은 쓸쓸한 죽음은 막지 못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복지 시스템을 시혜적 관점에서 벗어나 보다 광범위한 '생명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단순하게 실업급여를 주거나 형식적인 취업훈련을 제공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심리상담, 재활치료 등 다양한 복지를 연계해야 한다"며 "독일 같은 경우 고용센터에서 단순히 고용 서비스만 제공하지 않고 매니저들이 사례별로 접근해 현실적으로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안정훈 기자 /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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