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정부 정신건강 관리
작년 중·고등학생 4명중 1명
"일상생활 못할 정도로 우울"
심리검사 결과서 관심군 뜨면
정상 나올때까지 재검사 권유
"보호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전문가 상담·치료 받게해야"
작년 중·고등학생 4명중 1명
"일상생활 못할 정도로 우울"
심리검사 결과서 관심군 뜨면
정상 나올때까지 재검사 권유
"보호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전문가 상담·치료 받게해야"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학생정서·행동특성 검사를 학부모가 대신 하도록 하면서 역선택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조 모씨(38)는 "잘못하면 담임 선생님이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데, 문제가 있다고 써 내는 학부모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고생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박 모군(17)은 "진짜 힘든 점이 있더라도 친구나 가족에게 말할지언정 해결도 안 될 학교에 말하는 것은 꺼려진다"며 "괜히 '불쌍한 아이' 취급을 받거나 귀찮게 불려 다닐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정행검사에 대해 학생 보호자에게 설명하면 '우리 애가 정신이 이상하다는 것이냐'며 거부감을 드러내는 일이 많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청소년 우울증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청소년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꼽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와 물가 불안이 단순히 어른들 문제에 그치지 않고 청소년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청년의 상대적 박탈감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상대적 박탈감이 클수록 자신의 미래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사회적 고립감을 강화해 극단적 선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극단적 선택 위험성과 상관계수는 '사회적 고립감'이 0.309, '박탈감'이 0.291, '부정적 미래 전망'이 0.249 등으로 나타나 '직업 없음'(0.18), '가구소득 낮음'(0.172) 등보다 훨씬 높았다. 사회 구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변화 없이 형식적 검사와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노출한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극단적 선택은 정신건강 서비스만 제공해서는 해결할 수 없는 다층적인 접근을 필요로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성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만으로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한 만큼 청소년에 대한 '생명 인프라'를 촘촘히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상대적 박탈감을 덜 느끼도록 기회의 평등을 제고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희망으로 변화시키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청소년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청소년을 보호자와 분리해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호자가 관심이 없거나 아이의 불이익을 우려해 문제가 있어도 상담·치료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의 보호가 아이의 정신건강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면 보호자 동의 없이도 상담과 치료를 받도록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낙인 효과에 대한 당사자 또는 보호자의 과도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학생정서·행동특성 검사 관리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 교수는 "전문 상담 교사나 양호 교사, 사회복지사 등에게 관리를 맡기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홍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