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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서 자립한 청년 절반 "자살 생각한적 있다"…23% 연락두절

송고시간2022-08-28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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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보육원 등 보호시설을 떠나 자립하는 청년 중 절반가량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지만, 4명 중 1명은 자립 지원 체계에서 연락이 닿지 않아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육원에서 자립하거나 자립을 준비 중인 청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잇따른 가운데 체계적인 사후 관리와 심리·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경찰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작년까지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A(19)양이 지난 24일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진 채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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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기자

4명중 1명 "빚 있어"…15%만 대학 진학, 미진학 3명중 2명은 "경제적 이유"

자살생각 경험자 33.4% '경제적 문제' 이유…절반 '대처 않거나 혼자 해소'

"심리·정서적 지원 확대 필요"…"자립 후 체계적으로 사후관리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보육원 등 보호시설을 떠나 자립하는 청년 중 절반가량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지만, 4명 중 1명은 자립 지원 체계에서 연락이 닿지 않아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생각을 경험한 사례 3명 중 1명은 그 이유로 경제적인 문제를 꼽았다. 자립 중인 청년 4명 중 1명은 채무가 있었으며 대학진학을 하지 않은 3명 중 2명은 경제적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보육원에서 자립하거나 자립을 준비 중인 청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잇따른 가운데 체계적인 사후 관리와 심리·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경찰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작년까지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A(19)양이 지난 24일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에는 보육원 출신 새내기 대학생 B군이 금전 문제를 고민하다 대학교 건물 옥상에 혼자 올라가 스스로 뛰어내려 숨지는 일이 있었다. B군은 보육원 보호기간을 연장하고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자살 생각한 자립준비 청년 절반 "대처 안하거나 술·담배로 혼자 해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기존 국내 연구 결과를 통해 자립준비청년(보호시설의 보호 종료 5년 이내 청년)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을 분석한 '자립준비청년 지원 강화를 위한 보호서비스 전달체계 개선 연구' 보고서(이상정 외)를 발표했다.

2020년 실시된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조사'(이하 보호종료아동 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 3천104명 중 50.0%인 1천552명이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런 비율은 19~29세 전체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된 2018년 자살실태조사의 16.3%와 비교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보호 종료 1년차 때 43.5%였다가 이후 3년차(56.4%)까지 높아졌고 이후 5년차(48.9%)까지는 다시 감소했다.

자립준비청년 중 자살 우려가 있는 청년들이 이렇게 많았지만, 4명 중 1명꼴로 정부와 지자체의 자립지원체계 관리망에서 벗어난 채 방치돼 있었다.

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의 '아동자립지원 통계 현황 보고서'(이하 아동자립지원 통계)를 보면 자립준비청년 중 연락두절 비율은 2020년 23.1%였다. 그나마 2018년 33.3%, 2019년 26.3%보다는 낮아졌다.

자립준비청년의 절반은 자살 생각이 든 것에 대해 특별한 대처를 하지 않거나 혼자서 속으로만 삭였다.

보호종료아동 조사에서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다고 답한 자립준비청년의 37.4%는 '특별히 대처하지 않는다'고 했고, 14.9%는 '혼자 음주·흡연 등으로 해소한다'고 답했다.

19.7%만 대처 방법으로 '친구와 상담'을 들었다. '시설·그룹홈 선생님, 위탁부모님과 대화'를 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는 각각 2.8%, 5.6%에 그쳤다.

보호종료 청소년 지원하는 '삼성 희망디딤돌 2기' 본격 시작
보호종료 청소년 지원하는 '삼성 희망디딤돌 2기' 본격 시작

(서울=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만 18세가 돼 사회로 진출하는 보호종료 청소년을 위한 자립 지원 프로그램인 '삼성 희망디딤돌' 2기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 운영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7년에 개관한 강원도 원주의 보호아동자립지원센터 전경. 2020.7.15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낮은 대학 진학률·높은 실업률…돈 문제가 '압박'

경제적인 빈곤이 자립준비청년들의 삶을 궁지로 모는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죽고싶다고 생각한 이유'에 대해 33.4%가 '경제적인 문제'를 꼽아 '가정생활 문제'(19.5%), '정신과적 문제'(11.2%), '성적·진로 문제'(6.5%)보다 높았다.

이 조사에서 자립준비청년 4명 중 1명에 해당하는 24.3%는 부채가 있다고 답했다. 평균 부채액은 605만1천원이었다. 응답률은 자립 1년차 때 15.3%로 가장 낮았지만 이후 점차 올라가 자립 5년차 때는 34.5%나 됐고, 평균 부채액도 1년차 571만8천원에서 5년차 769만9천원으로 증가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경우 미진학 사유에 대해 52.1%가 '빨리 취업해 돈을 벌고 싶어서'를, 15.7%가 '진학하고 싶었으나 경제 사정이 어려워서'를 각각 꼽았다. 67.8%가 경제적 사유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셈이다.

전체 청년을 대상으로 한 2017년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김기헌 외)에서 이런 비율은 15.5%p 낮은 52.3%였다.

아동자립지원 통계 결과를 보면 자립준비청년의 대학 진학률은 2020년 15.5%(연락두절 사례 제외)였다.

최근 스스로 세상을 등진 자립준비청년의 사례를 봐도 경제적 어려움이 보육시설을 떠났거나 떠나려는 청년들의 삶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을 알 수 있다.

B군의 경우 보호연장을 해 적을 보육시설에 두고 거주지만 대학 기숙사로 옮긴 탓에 보호종료시 받는 자립정착금 500만원 가량과 월 35만원의 자립수당을 받지 못했다.

B군은 식당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를 벌었고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호종료아동 조사에서 자립준비청년의 실업률은 16.3%로 15~29세 전체 청년 실업률(2019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인 8.9%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낮은 자아존중감·만족도…자립지원 전담인력 120명뿐

자립준비청년들은 다른 청년들에 비해 자아존중감이나 삶에 대한 만족도를 낮은 수준으로 느꼈다.

자아존중감은 0~10점 척도에서 2.9점에 그쳤다. 2019년 한국복지패널조사의 일반 가구원 자아존중감 3.22점보다 낮은 수준이다.

삶의 만족도는 5.3점이었는데, 이 역시 2017년 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서 19~29세가 응답한 6.5점보다 낮았다.

보고서는 "자립준비청년의 높은 연락두절 비율은 사각지대를 발생시킨다"며 "연락이 잘 안 되는 자립준비청년 중 상당수는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청년의 비율이 높고, 이런 생각에 건강하게 대처한 비율이 낮아 보호종료 청년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며 "심리정서적 지원을 확대해야 하며 보호종료 후 4~5년차가 된 아동들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립지원청년에 대한 심리적 지원이 시급하지만, 이를 담당하는 자립지원전담기관이나 전담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2017∼2021년 보호종료 청년은 총 1만2천256명인데, 정부가 올해 확보를 목표로 하는 자립지원전담인력의 수는 기껏 120명 수준이다. 정부는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확대됐지만 신청주의에 기초하기 때문에 연락이 두절되면 지원할 방법이 없고, 정보에 취약한 경우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체계적인 사후 관리와 심리정서적 지원을 포괄하는 자립준비청년 전담 사후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강화 방안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강화 방안

[보건복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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