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이 사상 처음 5%를 넘어섰다. 여전히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벽)’은 견고하지만 인식 변화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으로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10일 올 1분기 보고서를 바탕으로 조사한 ‘100대 기업 여성임원 현황’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중 여성임원 수는 399명으로 나타났다. 여성임원 수는 2013년 114명으로 처음 100명 시대를 열었고, 2018년(216명) 200명을 넘겼다. 전체 임원 수(7157명) 대비 비율은 5.6%로 여성임원 비율이 5%를 넘어선 건 올해가 처음이다. 여성 임원 비율은 2019년 3.5%→2020년 4.1%→2021년 4.8%로 증가했다.
100대 기업 여성임원 수는 2018년 2016명에서 지난해 322명으로 처음 300명을 넘어섰고, 올 1분기 399명으로 늘어 연내 400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100대 기업 중 여성임원을 1명이라도 보유한 기업 숫자는 100개사 중 70개사로 나타났다. 여성임원을 배출한 100대 기업 숫자는 2004년 10곳에 불과했지만, 2010년 21곳, 2014년 31곳, 2018년 55곳으로 꾸준히 늘었다.
여성임원 399명 중 318명(79.7%)은 1970년 이후 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출생연도별로 보면 1970년대 초반(1970~1973년생)이 145명(36.3%)으로 가장 많았고, 1980년 이후 출생자는 28명으로 지난해(18명)보다 10명 늘었다.
여성임원이 가장 많은 기업은 삼성전자(65명)로 지난해보다 10명 늘었다. CJ제일제당(30명), 현대자동차(18명), 롯데쇼핑(15명), 아모레퍼시픽(14명), 삼성SDS(13명), LG전자·KT·LG화학(각 1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임원 중 여성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CJ제일제당으로 26.1%였다.
여성 임원이 10명 이상 되는 기업 중에서는 CJ제일제당이 올해 전체 임원 115명 중 여성 비율이 26.1%로 가장 높았다. 아모레퍼시픽도 전체 임원 62명 중 22.6%가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네이버(16.8%), 롯데쇼핑(15.2%), 삼성SDS(14.6%), KT(10.1%) 4곳도 여성 임원 비중이 1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삼성전자는 5.9%로 6% 수준을 보였다.
이번에 조사된 100대 기업 여성 임원 399명 중 사내이사로 이사회 멤버로 활약 중인 여성 임원은 5명에 불과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비롯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정책 대표, 김소영 CJ제일제당 사내이사, 임상민 대상 전무 등이었다. 이중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사장급 이상 직급을 가진 여성임원은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유일했다.
부사장 직급을 가진 여성임원은 모두 27명으로 이 중 14명이 삼성전자에서 배출했다. 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은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여성임원 중 가장 긴 임원 경력(15년)을 갖고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임원은 사내이사와 미등기 임원, 오너 일가를 모두 포함했고 사외이사는 제외했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자산 2조원 넘는 대기업은 이사회에서 여성임원을 의무적으로 1명 이상 둬야 하는 관련법이 올 8월부터 시행됐고 ESG 열풍에 따라 다양성 강화 차원에서 여성임원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기업들이 나이나 성별, 경력에 상관없이 능력 위주로 임원을 발탁하는 문화가 강해져 여성 임원 증가세는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