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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씨 기업심리학] 약점 보완 매달릴 시간에 장점을 극대화하라

입력 : 
2022-08-11 0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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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유희관, 느린 공 인정하고
자신의 장점인 수싸움으로 승부

인간의 약점 쉽게 안 고쳐져
강점을 연마하는 게 성공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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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프로야구에서 역투하고 있는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유희관 선수, 지금은 은퇴하고 야구 해설자로 활동 중인데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볼이 느린 투수(직구 평균 구속 128㎞)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구속으로 8년 연속 10승, 통산 101승을 거뒀다. 유희관은 약점인 느린 구속을 무리하게 올리는 대신 장점인 좋은 제구력을 더 살리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볼 넷이 별로 없고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타이밍을 뺏는 '공은 느리지만 머리 회전은 누구보다 빠른 선수'(김성근)라는 차별성을 구축했다. 만약 유희관이 강점이 아닌 약점 보완에 집중했다면 130㎞ 언저리의 구속으로 100승 이상을 거두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 현실에서는 강점 활용보다 약점 보완에 더 신경 쓰고 집중하는 경향이 많다. 2001년 갤럽 조사에서 '강점을 토대로 일하는 것과 약점을 고치는 것 중 성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어떤 것일까?'라는 질문에 미국은 강점 활용이 41%였고, 일본과 중국은 약점 보완이 압도적으로 높은 76%라고 응답했다. 같은 문화권인 우리도 약점 보완의 응답률이 비슷했거나 더 높게 나오지 않을까? 통계에 따르면 새해 결심의 80%에 달하는 항목이 매년 똑같다고 하는데, 대부분 약점을 고치려는 시도이다. 기업 코칭이나 교육 장면에서 자기 계발 계획을 세울 때 가장 첫 번째로 꼽는 대부분의 항목도 약점 보완이다. 이렇듯 강점보다는 약점에 집착하는 인식과 패턴이 주변에 널리 퍼져 있다.

그렇지만 심리학자 입장에서 보면 약점 개발의 시도는 무모한 도전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자신의 약점을 개발해 강점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연목구어의 상황과 유사하다. 인간의 변화 가능성을 믿는다 하더라도 예외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엄청난 에너지 낭비를 초래할 뿐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약점을 보완하거나 개발한다고 해서 그 약점이 강점으로 바뀌거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약점이 없는 평범한 수준에 도달할 뿐인 것이다. 핵심은 강점은 집중하여 계속 활용하고 약점은 관리하는 것이다. 약점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우리의 DNA가 반영된 약점은 우리 자신의 떼어낼 수 없는 일부이기 때문이다. 성공하고 싶다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것이 아니라 강점을 활용하고 더 갈고 다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약점이 강점이 되기 힘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습관을 만들려고 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성장 단계를 밟는다. 첫 번째는 무의식·무능력 단계이다. 운전을 예로 들면 운전 필요성도 못 느끼고 운전 경험도 없는 상태이다. 두 번째는 의식·무능력 단계이다. 운전 필요성은 생겨났지만, 운전 경험은 없는 상태이다. 세 번째가 의식·능력 단계이다. 운전 필요성도 충분하고 면허증을 취득한 초보 운전자로 볼 수 있겠다. 이 단계에서는 모든 것을 의식해야 한다. 그러니 운전하고 나면 온몸이 파김치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 가장 높은 단계는 무의식·능력이다.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운전하는 수준이다.

공부든 일이든 스포츠든 예술이든 모든 분야에서 가장 최고의 경지는 바로 이 무의식·능력의 수준에서 발휘된다. 이 무의식·능력은 바로 자신의 장점과 결합했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자신이 표준어를 써야 한다고 의식하고 얘기하는 순간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이 약점을 보완한 것으로는 무의식·능력 수준에서의 수행이 어렵다. 약점을 보완한 것은 본능적으로 의식이 개입하기 때문에 수행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과속방지턱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의식하는 순간 사고와 근육이 경직되고 부자연스러워지며, 약간의 간섭만 받아도 바로 퇴보된 수행을 보이게 된다. 우리가 특정 상황에서 당황하고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그 상황이 낯설고 급박한 것도 있지만, 우리의 약점에 노출된 장면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인간은 자신의 강점으로만 최대한의 수행을 발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약점에 대해 무엇을 할 것인가? 첫째, 본인이 무엇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어디가 약점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두어라." 영화 '대부'에 나오는 명대사다. 이 말에 빗대면 강점은 가까이, 약점은 더 가까이해야 한다. 이유는 자신의 약점을 모르고 있다가는 곤경에 빠지거나 큰 실패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자신의 약점을 약간만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평균 수준까지는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너무 치명적인 약점이 계속될 경우 내가 가진 강점까지도 평가절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약점 보완보다는 철저하게 강점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내가 가진 강점을 정말 더 뛰어나게 계속 연마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다. 본인의 가장 뛰어난 강점으로 약점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이야말로 본인이 만들 수 있는 차별성의 극대화가 되기 때문이다. 넷째, 그래도 약점 부분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면 그 문제는 내 노력이 아닌 남을 통해 보완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동안 나와 반대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왠지 불편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나랑 정말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성공하기 위한 핵심은 나와 정말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며 서로를 통해 배우고 보완받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타인을 통해 보완받으면 겸손이란 지혜를 얻게 된다. 그리고 차이점을 존중하고 감사하게 여기며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의 대인지각에도 영향을 준다.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스타일의 사람을 만날 때 자신의 강점으로 타인의 약점을 보고, 자신의 약점으로 타인의 강점을 본다. 이 결과 타인의 약점은 자신의 강점에 비해 과대 지각되고, 타인의 강점은 자신의 약점에 비해 과소평가된다. 이중 처벌이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지금 당신은 자신과 타인들의 강점을 보고 있는가? 약점을 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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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식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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