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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보름뒤 문 다시 연다던 사장님 연락없어…난 사실상 해고"

박대의,강인선 기자
박대의,강인선 기자
입력 : 
2020-03-29 18:02:00
수정 : 
2020-03-30 09: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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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알바생의 눈물

카페·음식점 등 매출 급감
최저임금 오른 알바들 해고
"생계형 주부 자르기 힘들어
청년 알바생부터 구조조정"

영화·공연 일자리 78% 급감
놀이공원·의류매장 타격 커
◆ 사라지는 임시직 일자리 ◆

사진설명
지난해 12월부터 경기 성남에 위치한 키즈카페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이 모씨(24)는 지난 2월 초 방문하는 손님이 뚝 떨어지면서 휴직 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사장님이 지난 15일까지 재개점 일정을 알려주기로 했지만 연락이 없다"며 "사실상 해고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대학교를 다니는 이씨는 통학시간이 길어 방학 때 단기 아르바이트로 미리 돈을 마련한 뒤 학기 중에 소비해왔다. 코로나19로 평상시 방학 수입의 절반도 벌지 못한 이씨는 "인생 계획이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시기만큼 미뤄졌다는 기분이 든다"며 한탄했다. 코로나19로 외식·숙박·유원지 등 인건비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고용을 줄이면서 임시직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매일경제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에 의뢰해 지난 두 달 사이 임시직 감소 추이를 분석한 결과다. 임시직 종사자들은 청년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19발 임시직 감소가 청년 빈곤층을 급격히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최은진 씨(가명·24)도 지난 25일 고용주에게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그만둬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로 2월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자 최씨의 고용주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접 매장을 보는 시간을 늘리기로 결정해서다. 그간 주 5일, 7시간씩 근무하며 월 100만원 이상 월급을 받던 최씨는 주 3일, 7시간씩 근무하며 월 70만원을 벌거나 새로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최씨는 "취업 준비로 인터넷 강의, 자격증 시험비, 교재비 등 들어갈 돈이 많은데 72만원이면 월급이 너무 빠듯하다"며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도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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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기존에 원활하게 운영됐던 사업장들의 매출도 급감시켰다는 점에서 다른 불황과 다르다. 서울 중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이달 들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0% 감소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 월 매출 최대 600만원을 기록하던 점포였지만 이달 들어서는 100만원대 초반을 기록할 전망이다. A씨는 매출이 50% 가까이 감소한 지난달까지는 버티려고 해 봤으나 매출 감소폭이 더욱 커지자 주말에 일하던 20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잠시 매장에 나오지 말아달라고 통보했다. 평일에 일하는 생계형 주부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이들이 가져가는 월급이 감소하자 주부 아르바이트생들이 "최소 생계비를 맞추려면 근무시간을 늘려야 한다"며 "주말에도 일할 수 없겠냐"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고객이 줄어들어 점포에서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을 직접 지켜본 아르바이트생들이 오히려 A씨를 위로하는 역설적인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A씨는 "학생들이 '안 그래도 일이 너무 없어 가만히 있기가 죄송했다'며 '다시 사람을 뽑으면 꼭 불러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소비 부진, 산업 트렌드 변화로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업계를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았다. 충남 천안시에서 화장품 로드숍을 운영하는 전 모씨는 지난 1월 말부터 매출이 평상시의 40% 수준으로 감소해 매장 임시직원 2명을 내보냈다. 전씨는 "화장품 로드숍은 사드 이후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화장품 가맹본부들이 온라인몰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서서히 줄어들어왔다"며 "코로나19로 손님이 사실상 없다시피 해 소상공인 대출까지 받았지만 더 이상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급격한 매출 감소로 고용주도 급하게 해고를 결정하다 보니 근로기준법 등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코로나19 국면이 끝난 이후 고용주들이 범법자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무사·변호사로 구성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3월 첫째 주부터 코로나19 관련 고용 상담 통계를 작성하고 있는데 전체 신고 건수가 1.3배 증가한 와중에 해고·권고사직이 3.2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첫째 주에는 '연차 강요'가 상담 건수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무급휴직' '해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형태로 양상이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대의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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