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2월 어느 아침 출근길,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서울지하철에 탑승했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주장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였다. 지난해 말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는 지난 6월 27일, 31차까지 진행되었다.

시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장연은 주로 아침 출근 시간대에 지하철에 탑승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열차가 지연되어 일부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한다. 전장연의 시위를 두고 반응은 엇갈린다. ‘지하철이 붐비는 출근 시간대에 자신들의 권익을 주장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냐’며 비난하는 시민도 있는 반면, ‘불편하기는 하지만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하겠냐’며 이해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6월 3일~6일 만 18세 이상 남녀 929명을 대상으로 장애인 이동권 및 시위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주요 내용

  • 우리 사회는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있으며(71%), 장애인을 직장 동료나 친한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응답도 7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 장애인에 대한 인권의식이 높은 편이다. 장애인이 이동을 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에도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 시위의 주요 주장에 대해 지지한다는 응답이 80% 이상이며, 장애인 이동권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공감한다는 응답 비율도 높게 나타나 많은 사람들이 시위 취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 시위 취지에 대해서는 80% 이상이 공감하고 있지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에 대한 공감 정도는 61%로 시위 취지에 대한 공감이 전장연 시위에 대한 공감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은 측면이 있다.
  • 응답자의 절반 가량은 ‘아무리 옳은 주장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으므로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고 있어, 전장연 시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 시위 관련 공감 정도 및 긍정적 평가는 장애인 친구나 가족이 있는 집단과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있는(관심 정도가 높은) 집단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장애인,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식

우리 사회,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있고 장애인 차별 심각하다는 인식도 높은 편

사람들은 장애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응답자의 71%가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아동 및 청소년 인권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82%)보다는 낮지만 여성인권(69%), 성소수자인권(28%)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보다는 높다. 또한 장애인에게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면, 도울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86%에 달했다. 장애인을 각각 직장 동료, 친한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응답도 70%에 가까웠다.

장애인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데에도 다수가 동의

장애인 차별과 이동권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일까? 전체 응답자의 53%가 ‘우리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장애인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해, 그렇지 않다는 응답(17%)보다 세 배 가량 높았다. 또한 ‘장애인이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어딘가로 이동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는 데에도 80%가 동의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5%)을 크게 앞섰다. 당위적인 인식이 반영된 결과일지도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 보장과 인권 개선에 관심이 많으며, 사회를 이루는 동등한 구성원으로 포용하려는 의향 또한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장연 시위의 배경인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에 대한 인식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전장연의 주요 요구사항 지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진행한 전장연이 장애인 이동권 개선을 위해 내건 주요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저상버스 확대 도입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88%가, 시·군·구 이동지원센터 설치 의무화 및 예산 지원에 대해서도 82%가 지지한다고 답했다. 또한, 장애인 콜택시 광역(관외) 이동 체계 마련, 시외·고속버스에 저상버스 확대 운영 등 장애인 시외 이동권 보장 체계 마련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85%가 지지한다고 답했다. 전장연의 주요 요구사항이 충분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지지하는 것을 넘어, 이러한 조치가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의견 또한 높았다. 저상버스 확대 도입이 장애인의 이동 편의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75%였으며, 시·군·구 이동지원센터 설치 의무화 및 예산 지원은 67%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장애인 시외 이동권 보장 체계 마련과 관련하여 장애인 콜택시의 광역 환승 체계 구축은 66%가, 시외·고속버스에 저상버스 확대 운영은 70%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전장연 시위에 공감한다는 비율은 61%로 상대적으로 낮아

‘장애인 이동권 확충이 필요하다’라는 대의, 그리고 이와 관련해 전장연이 요구하는 구체적인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10명 중 8명 이상이 공감하였다. 그런데 전장연의 시위에 대한 의견을 묻자 미묘한 인식의 차이가 나타났다. ‘올해 진행된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얼마나 공감하십니까, 혹은 그렇지 않으십니까?’ 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1%가 공감한다고 답했고, 39%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시위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다수이긴 하지만, 장애인 이동권 확충에 공감 및 지지한다는 응답(80% 이상)에 비해 전장연 시위 자체에 공감한다는 응답은 20%포인트 가량 낮은 것이다.

‘아무리 옳은 주장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으므로 이해할 수 없다’ 50%
시위를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 35%

이유는 무엇일까? 전장연 시위와 관련하여 상충되는 두 가지 진술을 제시하고 어느 쪽에 가까운지 물었다. ‘아무리 옳은 주장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으므로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에 가까울수록 1점에, ‘일부 시민이 불편을 겪더라도, 장애인 이동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는 의견에 가까울수록 5점에 가깝게 응답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이해할 수 없다’는 응답(1점, 2점 응답자)이 50%로, ‘불가피한 선택이다’는 응답(4점, 5점 응답자, 29%)보다 21%포인트 높았다. 응답 결과를 점수로 계산했을 때, 평균 점수는 2.7점(5점 만점, 3점이 중간)으로 나타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쪽에 보다 가깝게 여론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위를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35%)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23%)보다 높았다(‘변화 없었다’는 42%). 특히 전장연의 시위를 직접, 혹은 가까운 지인이 경험한 적이 있는 응답자 중에서는 절반 가량이 시위를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진행한 시위 방식,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준 행위에 대한 반감이 작지 않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다만, 시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도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전장연의 주요 요구사항에는 다수가 공감을 하였다. 즉, 시위 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일 뿐, 시위의 배경이나 시위에서 요구하는 내용에까지 비판적인 시각은 아닌 것이다.

장애인 지인이 있는 사람, 장애인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사람은
시위 관련 공감 정도 및 긍정적 평가가 높아

장애인에 대한 관계성과 관심 수준 또한 전장연 시위에 대한 공감 및 평가와 연관되어 있었다. 장애인 친구나 가족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68%가 전장연의 시위에 공감한다고 답해, 없다고 답한 사람의 공감 응답(56%)보다 높았다. 또한 장애인 친구나 가족이 있다고 답한 사람 중 28%가 이번 시위를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답했는데, 이 또한 장애인 친구나 가족이 없다고 답한 사람의 응답(39%)보다 10%포인트 가량 낮은 것이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관심도(장애인 인권 관심 정도 및 어려움에 처한 장애인 도움 의향 정도 종합)가 상대적으로 높은 응답자도 70%가 전장연의 시위에 공감한다고 답해, 장애인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자의 공감도(47%)보다 높았다.

장애인 친구나 가족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 사이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장애인 접촉 빈도에 따라 분류한 두 집단(주1회 미만/주1회 이상) 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일상생활 속에서 장애인을 마주치는 빈도가 높다고 해서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생긴다기보다는, 장애인과 직접 관계를 맺고 장애인이 처한 상황에 관심을 가질수록 이해의 폭과 공감도가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장연의 시위 방식에 대해서는 반감이 적지 않음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고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황인 만큼, 이미 형성된 공감대를 바탕으로 예산 확보와 법률 마련 등 제도적인 뒷받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일러두기

  • 본 리포트의 데이터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정수로 표기하였으므로, 보고서 상에 표기된 값의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복수응답 문항의 빈도는 그 합이 100%를 초과할 수 있습니다.
  • 응답 사례 수가 적은 경우 해석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조사개요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2년 5월 기준 약 77만명)
  •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 표본크기: 929명
  • 표본오차: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신뢰수준에서 각 조사별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
  •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방식: 2022년 3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 응답률: 조사요청 6,669명, 조사참여 1,179명, 조사완료 929명(요청대비 13.9%, 참여대비 78.8%)
  • 조사일시: 2022년 6월 3일 ~ 6월 6일
  • 조사기관: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
송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