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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다음주에 만나요"…맞벌이 8쌍중 1쌍 주말부부

문가영,박나은 기자
문가영,박나은 기자
입력 : 
2022-06-24 17:55:51
수정 : 
2022-06-24 20: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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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자료 분석

맞벌이 주말부부 70만가구
10년동안 50% 넘게 급증
"공공기관 지방 이전 많고
육아전담 女역할 바뀐 영향"
사진설명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주 모씨(41)는 최근 직장이 전북 전주로 이전하면서 주말부부 생활을 시작했다. 갑자기 지방 근무가 결정된 터라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별다른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주씨는 남편과 초등학생 자녀를 보기 위해 서울과 전주를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부서에 따라 최대 3분의 2 정도가 주말부부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주말부부가 10년 사이에 5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말부부를 포함한 비동거 맞벌이 가구는 69만7000가구를 기록했다. 전체 맞벌이 가구(582만3000가구) 대비 12.0%에 달한다. 맞벌이 부부 8쌍 중 1쌍이 주말부부인 셈이다. 이는 2011년 비동거 맞벌이 가구가 46만3000가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50% 이상 급증한 수준이다. 2011년 전체 맞벌이 가구 중 비동거 가구 비율은 8.8%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주말부부가 증가한 주요한 배경으로 성 역할, 직업관 등 변화를 꼽았다. 과거처럼 부부 가운데 한 명이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다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주말부부 생활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가사와 육아 부담을 여성만 전담하는 구조에서 점차 탈피하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남편이 생계를 책임지고 아내가 가사를 책임지는 구조다 보니 남편 근무지가 이전되면 가족 단위로 이사하는 일이 보편적이었다"며 "최근 성 역할 구분이 유연해지면서 일하는 여성이 늘어난 것이 주말부부 증가의 일차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역대 정부가 지방 공동화를 막기 위해 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을 지방으로 꾸준히 이전한 것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2014년 말 정부세종청사에 18개 중앙부처와 18개 소속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면서 중앙행정기관을 세종시로 이전했다. 이어서 시행된 혁신도시 조성 정책에 따라 2020년 6월 기준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 이전을 완료했다. 이 교수는 "공공기관 이전으로 한 명은 수도권, 다른 한 명은 혁신도시 지역에 있는 식으로 부부 생활권이 나뉘는 사례가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말부부의 직업군별 비중을 살펴보면 일반직 공무원이 포함된 서비스직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통계청 직업분류에 따르면 일반직 공무원은 서비스업 종사자에 속한다. 지난해 가구주가 서비스업 종사자인 주말부부는 10만9000가구로 전체에서 15.7%를 차지했다.

주말부부가 늘면서 가계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고 결혼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젊은 부부는 한쪽이 육아를 오롯이 담당하게 돼 출산율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날수록 주말부부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평생직장 개념을 좀 더 완화해 이직이 유연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재택근무를 활성화하는 방안 등이 주말부부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가영 기자 /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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