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유층의 교육열이 일본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중국 당국의 사교육 규제를 피해 중국 부유층 자녀들이 일본 국제학교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도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며 명문 국제학교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부유층 자녀들을 끌어들이려는 국제학교에 힘입어 일본에서 국제학교 건설 붐이 일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일본 국제학교를 다니는 학생 수는 올해 7만 명에서 내년 7만3000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1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일본 국제학교의 연간 등록금은 930만엔(약 8900만원)가량이다. 이곳은 명문 국제학교의 커리큘럼뿐만 아니라 스키장, 골프장 등 일반적인 학교에선 찾아볼 수 없는 특급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일본 해로우스쿨(영국 명문 학교)은 오는 8월 신입생 180명이 입학한다. 이들 중 상당 수가 중국인일 것이란 전망이다. 오는 9월엔 일본 중부 아이치에 225명 정원의 기숙학교인 NUCB 국제대학이 문을 연다. 또 일본 미쓰이부동산은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28년 도쿄역 옆에 국제학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2년 전엔 히로시마에 진세키 국제학교도 문을 열었다.

일본에 국제학교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것은 중국 당국의 사교육 규제를 피하려는 중국인들과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일본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이겠다며 사교육 단속에 나섰다. 사교육비 지출이 일부 계층에 국한된 '부의 과시'라고 중국 당국은 판단했다. 이에 교육열이 높은 중국 부모들이 자녀들을 일본 국제학교로 보내기 시작했다.

중국의 엄격한 코로나19 봉쇄 정책도 부유층들이 일본 등으로 자녀를 보내는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은 선진국들 중에서 가장 낮은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세금 감면 혜택, 비자 발급 간소화 정책 등 사립학교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를 내놨다.

두 자녀를 일본 해로우스쿨에 보낼 계획인 한 중국 사업가는 "학교의 훌륭한 평판에 끌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사업가는 후쿠오카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가족은 해로우스쿨 인근에 집을 장만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일본은 가깝고 문화적으로 비슷하며 안전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유학 보내고 싶어하는 중국의 부유층들에게 정말 매력적인 곳"이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