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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사교육비 역대 최대 증가…"아이 맡길 곳 없어 학원에"

송고시간2020-03-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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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후 사교육비 상승세 지속…소득 대비 비중 높아져

초등생 사교육비 역대 최대 증가…"아이 맡길 곳 없어 학원에"
초등생 사교육비 역대 최대 증가…"아이 맡길 곳 없어 학원에"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초등학생 사교육비가 지난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늘면서 '공적 돌봄서비스 불신'이 '학원 뺑뺑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정부가 발표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초등생 사교육비 총액은 9조6천억원으로 직전년인 2018년 8조6천억원보다 11.8%(1조원) 증가해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초등생 사교육비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는 전년 대비 감소하다가 2016년 반등해 2019년까지 4년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중학생과 고등학생 사교육비 증가율이 각각 5.2%와 4.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등생 사교육비 증가율은 더 도드라진다.

2018년에도 초등생 사교육비 증가율(5.2%)이 중학생(3.5%)과 고등학생(3.9%)보다 높았지만, 작년만큼 차이 나지는 않았다.

교육부는 '흑룡띠'(2012년생) 입학으로 작년 초등생이 274만7천명으로 전년보다 1.3% 증가한 점을 초등생 사교육비가 증가한 요인으로 꼽았다.

또 초등 저학년부터 예체능을 배우러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많아진 점도 초등생 사교육비가 증가한 이유로 들었다.

이와 함께 '돌봄을 위한 사교육'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자녀에게 예체능 사교육을 시켰다는 초등생 학부모 중 '보육'이 사교육을 시킨 이유에 포함돼있다고 답한 이는 15.3%로 전년보다 0.8%포인트 올랐다.

자녀에게 교과 사교육을 시킨 학부모 가운데 같은 답을 한 이는 10.8%로 역시 전년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초등생 사교육비 역대 최대 증가…"아이 맡길 곳 없어 학원에" (CG)
초등생 사교육비 역대 최대 증가…"아이 맡길 곳 없어 학원에" (CG)

[연합뉴스TV 제공]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교육비 조사 결과가 '초등학교 앞에 태권도장 버스가 줄 선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말한다.

자녀 맡길 곳을 찾지 못한 맞벌이 학부모를 위해 학원이 부모의 퇴근 때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학원을 대신할 공적 돌봄서비스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돌봄교실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마을돌봄'으로 올해 42만5천명이 돌봄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보다 수혜자가 늘어나긴 했지만, 수요에 견줘서는 턱없이 적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2018년 발간한 '초등학생 돌봄실태 파악 및 수요분석 연구' 보고서를 보면 돌봄서비스를 꼭 이용해야 하는 '필수수요'는 57만2천여가구였고 '최대수요'는 146만3천가구에 달했다.

방과 후 학교 이용률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다.

초등학교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이용률은 지난해 58.7%로 전년 59.3%보다 0.6%포인트 떨어지며 2년 연속 하락했다.

이왕 아이를 맡긴다면 돌봄에 더해 공부까지 시켜줬으면 하는 것이 학부모 마음인데 공적 돌봄서비스는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학원이 돌봄의 역할을 하는 현상에는 '부모의 욕망'이 맞닿아있다"면서 "(돌봄과 함께) 능력을 갖출 수 있길 원하는 마음에서 학원에 몰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감소하던 사교육비가 2016년께부터 상승세로 돌아선 점도 문제다.

초중고생 사교육비 총액은 2009년 21조6천259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뒤 2015년 17조8천345억원까지 줄었다가 2016년 18조606억원으로 반등해 지난해 20조9천970억원까지 올랐다.

초등생 사교육비 역대 최대 증가…"아이 맡길 곳 없어 학원에" - 3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7년 22만2천원에서 2009년 24만2천원으로 상승했다가 감소해 2012년 23만6천원으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증가세로 돌아서 작년 32만1천원으로 7년째 상승했다.

교육부는 사교육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낮다고 강조한다.

2007년 사교육비 조사 때 조사대상 가구의 평균소득과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100으로 놓으면 작년 소득과 사교육비는 각각 149.5와 144.44로 나타났다.

소득이 49.5% 늘어나는 동안 사교육비는 44.4%만 증가했으니 사교육비가 많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는 게 교육부의 논리다.

그러나 소득 중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사교육비 소비성향'(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를 조사대상 가구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이 최근 상승세여서 교육부의 상황인식이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교육비 소비성향은 2009년 0.0705에서 2015년 0.0594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0.0685로 뛰었다.

2016년부터 사교육비가 반등한 점을 두곤 '정부 책임론'까지 제기된다.

2015년 개정교육과정이 발표돼 학부모 불안이 커진 상태에서 정부가 2017년 개정교육과정에 맞춘 대학입시제도 개편을 시도했으나 한 차례 실패해 혼란이 일었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매달리게 됐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인 고교체제개편을 신속하게 진행하지 못하는 등 이후 다른 교육개혁 과제 추진에도 우왕좌왕해 혼란과 사교육을 부채질했다.

교육부는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계속해왔다"면서 "대입제도 단순화·공정화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기초학력 안전망'을 강화하는 등의 정책으로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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