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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술시장 큰손 `밀레니얼 컬렉터`

전지현 기자
입력 : 
2020-03-11 17:29:23
수정 : 
2020-03-11 19: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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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바젤·UBS `2020 세계 미술시장 보고서`

취미에 돈 안 아끼는 2030세대
고액자산가 컬렉터 49% 차지

고소득 IT·금융업 종사자 덕에
불황에도 지난해 77조원 거래
사진설명
지난해 6월 스위스 아트바젤 행사장을 오가는 관람객 중 20·30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사진 제공 = 아트바젤]
지난해 3월 아시아 최대 미술품 거래 장터인 '아트바젤홍콩' 국제갤러리 부스에서 20대 후반 컬렉터가 단색화 거장 박서보 작품 2점을 구입해 갔다. 주요 외국 아트페어에 참여하고 있는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국적을 불문하고 젊은 컬렉터가 부쩍 많아졌다"며 "이제 막 미술품 구입을 시작해 유망 작가 추천을 요청하는 20·30대 고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집과 자동차보다 취미에 돈을 아끼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23~38세)가 세계 미술 시장 큰손으로 부상했다.

최근 스위스 미술품 거래 박람회 기업 아트바젤과 금융그룹 UBS가 공동 발표한 '2020 세계 미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가 세계 고액 자산가 컬렉터 가운데 4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7개국 고액 자산가 컬렉터 1300명(평균 76작품 소장자)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밀레니얼 세대 다음으로는 X세대(39~54세) 33%, 베이비 부머 세대(55~74세) 12%, Z세대(22세 이하) 4%였다.

이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고액 자산가 컬렉터는 지난 2년 동안 1인당 평균 300만달러(약 37억원)를 미술품 구매에 썼다. 이는 부모 세대인 베이비 부머의 6배가 넘는 지출액이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지출이 많았으며, 여성 컬렉터 16%는 지난 2년간 평균 1000만달러(약 121억원) 이상을 소비한 것으로 집계됐다. 밀레니얼 컬렉터들은 경매사(73%), 갤러리(73%), 아트페어(70%) 등 기존 유통 경로 외에도 온라인 플랫폼(61%)과 인스타그램(55%) 등을 통해 작품을 거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미술 시장 세대교체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정보기술(IT)과 금융업에 종사하는 젊은 컬렉터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와 LA, 시애틀 등 미국 서부 지역 IT 업계 성공을 이끈 30대가 공격적으로 미술품에 투자하고 있다.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미국 30대 벤처기업가가 한국 작가 작품 6~7점을 사 갔다. IT 업계 뉴머니(New Money)가 최근 4~5년간 세계 아트페어를 쥐락펴락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이들은 카우스 등 대중적인 작가로 출발해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거장들의 작품 구입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국내 미술 시장에서도 점점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정용 가나아트센터 대표는 "IT 세대에 이어 금융업계 고액 연봉자들이 투자 목적으로 미술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 불황에도 밀레니얼 세대의 구매력 덕분에 미술 시장 추락은 면했다. 아트바젤·UBS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미술·골동품 판매액은 641억달러(약 77조1892억원)로 전년 676억달러(약 81조4000억원)보다 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17년 636억달러(약 75조8646억원) 수준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미술경제학자 클레어 맥앤드루는 "지난해 세계적 불황에도 선방했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관세 인상 등 국가 간 갈등이 지난해 미술 시장뿐만 아니라 향후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미술 시장 1위는 여전히 미국으로 지난해 매출 283억달러(약 34조원)를 거두며 세계 시장 점유율 44%를 차지했다. 2위는 영국으로 매출 127억달러(약 15조2933억원)에 시장점유율 20%, 3위는 중국으로 매출 117억달러(약 13조5000억원)에 시장점유율 18%를 기록했다. 이 3개국 점유율은 82%에 달하며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유통 경로별 매출은 갤러리와 아트딜러 368억달러(약 44조3256억원), 경매시장 242억달러(약 29조1489억원), 아트페어 166억달러(약 19조9947억원), 온라인 판매 59억달러(약 7조1065억원) 순이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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