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기초자치단체의 절반이 소멸위험에 놓여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멸 위험을 높이는 일자리와 관련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9일 계간지 ‘지역산업과 고용’ 봄호를 내고 지난 3월 기준으로 통계청의 주민등록 연앙인구(각 해 7월 1일 기준 인구) 자료와 월별 주민등록인구 총계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전국 시군구 228개 중 113곳(49.6%)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소멸위험지역은 20~39세 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눈 값인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인 곳을 말한다. 이 지수가 0.2 미만은 소멸고위험지역이다.
가장 최근 조사였던 2020년과 비교해 이번 조사에서 새로 소멸위험에 진입한 기초지자체는 11곳이었다. 신규 소멸위험 진입 지자체 중 경남 통영의 경우 소멸위험지수가 0.387로 ‘소멸위험진입’ 단계의 기준인 0.5보다 크게 밑돌았다. 경기 포천, 충북 충주, 전남 나주의 소멸위험지수도 각각 0.440, 0.451, 0.465였다. 경남 통영·전북 군산 등 지역은 제조업 쇠퇴 지역에서 소멸위험이 커지고, 경기 포천·동두천 등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도 소멸위험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지방소멸위험이 양적인 확산 단계를 넘어 질적인 심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소멸고위험지역에 해당하는 곳도 2020년에 비해 23곳이나 늘어 총 45곳이 됐다. 전체 시군구의 약 20%에 해당한다. 2015년 소멸고위험지역은 3곳이었으나, 2020년에는 22곳으로 늘었고 올해 3월에는 다시 23곳이 늘어 총 45곳이 된 것이다.
연구진은 지방소멸 위험의 원인을 ‘제조업 일자리의 구조적 변화’에서 찾았다. 제조업은 비수도권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구성하는 핵심 축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주력 제조업이었던 조선, 철강, 기계 등 분야가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일자리 질에 차이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상대적으로 젊은 고학력-고숙련 집단은 새로운 기술 변화에 적응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 대도시로 이동해 고숙련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다”며 “하지만 연령이 높고 학력이 낮은 다수 저숙련 계층은 생산의 위계가 낮은 하도급업체로 하향 이동하거나 플랫폼 노동으로 전환하면서 탈숙련화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결국 일자리와 관련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지역 소멸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연구에서 “수도권에 집중된 구상기능을 분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의 분산”이라며 “지역 중소기업과 대학의 혁신, 공공 및 민간 연구소의 확대 등을 통해 지역 인재가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