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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코로나 2년의 후폭풍…"회사로 출근 싫어요"

임영신,우수민 기자
임영신,우수민 기자
입력 : 
2022-04-06 17:57:49
수정 : 
2022-04-07 08: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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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사내 설문조사 보니

42% "주5일 재택근무 원해"
출근 원하는 회사는 당혹

네이버 4900억 신사옥 지었더니
직원들 "집에서 일 더 잘돼"

2년여간 재택근무에 완벽 적응
지옥철·답답한 사무실 거부
"IT업계 젊은 직원들 재택 선호"

구내식당 개선·카페 확장 등
기업들 직원 출근 위해 당근책

구글·애플 등 재택중단 나선 美
출근율 40% 그치며 인식 변화
출근·재택 병행이 새 표준 될듯
사진설명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에 돌입했던 기업들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기조에 맞춰 일상 회복을 준비하고 있지만 정작 직원들은 출근보다는 재택근무를 강하게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이 지난 2년간 재택근무에 '완벽 적응'하면서 사무실 출근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네이버가 최근 본사 직원 47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의 직원은 '주 5일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참여율이 76.1%에 달한 이번 조사에서 최적의 근무 방식으로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오가는 하이브리드(혼합식) 근무를 선택한 직원이 52.2%로 가장 많았고, 이어 주 5일 재택근무(41.7%)가 뒤를 이었다. 응답자 대비로 환산하면 주 2일 사무실 근무는 20.9%로 가장 높았고 주 1일(13.3%), 주 3일(7.6%) 순이었다. 주 1~2회 출근을 선택한 응답률을 합치면 34.2%다. 주 5일 전면 재택근무(41.7%)가 더 높은 셈이다. 즉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네이버 직원들이 가장 희망하는 새 근무제도 1순위는 사실상 주 5일 전면 재택근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설명
네이버는 MZ세대 최수연 대표 취임을 계기로 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새 근무제도 관련 전사 차원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에 대한 거부감이 이처럼 만만치 않자 네이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는 본사 그린팩토리 옆에 약 4900억원을 들여 제2사옥을 지었다. 2018년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모든 직원의 사무실 출근을 염두에 두고 3년 이상 공사를 거쳐 로봇 친화형 오피스로 완성했다. 네이버는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을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당근책'을 준비하고 있다. 점심뿐 아니라 석식을 제공하는 등 구내식당 메뉴를 강화하고 편의시설을 대폭 늘리고 있다. 최근 노사 임금협상에서 동호회 활동비(월 3만원)도 신설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네이버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근무제도 관련 '인터뷰' 형태로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르면 5월 새 근무제도를 확정하고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네이버처럼 코로나19 이후의 근무 형태를 고민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근무형태에 대한 회사 측과 직원들 간 시각차가 크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진들은 대면 소통과 협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직원들을 사무실로 다시 불러들이고 싶어 한다. 반면 직원들은 젊은 층일수록 재택근무에 익숙해져 굳이 사무실로 출근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실제로 정보기술(IT)업계는 하이브리드 근무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국내 IT 기업들은 코로나19 기간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최대 실적을 냈다"며 "재택근무가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보다 업무 효율성이 높다고 느끼는 직원들이 많은 만큼 월·수·금 재택, 화·목 사무실 또는 거점 오피스 출근처럼 하이브리드식 근무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카카오도 네이버처럼 6월까지 재택근무를 유지한 뒤 추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사옥보다 규모를 키운 판교 신사옥을 완성한 만큼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을 장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코로나19 종식과 상관없이 전 직원이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워크 프롬 애니웨어(Work From Anywhere)' 정책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거점 오피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출범한 NHN클라우드는 주 1회 사무실 출근과 주 4일 재택근무를 확정했다.

반면 재택근무를 중단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최근 포스코그룹은 이달부터 재택근무를 해제했다. 국내 대기업 그룹 중 '사무실 복귀'를 선언한 첫 사례다. 이에 이달부터 다수의 기업들이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고 현장 출근 비율을 점차 늘릴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도 제기된다.

해외 기업도 근무 형태를 재정비하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세계적 빅테크는 재택근무를 철회하기 시작했다.구글은 지난 4일부터 직원들이 주 3일은 사무실에 출근하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MS와 애플도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트위터는 직원들이 원하면 영구 재택근무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폐지했다. 미국 기업들이 잇달아 사무실을 열고 있지만 출근율은 40%에 머물러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결국 하이브리드식 근무가 새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년간 근무의 유연성과 가족과의 시간에 익숙해지면서 코로나19 사태 전 근무 형태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직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어서다. '지옥철' '만원 버스'와 같은 출퇴근 전쟁과 경직된 사무실 출근에 대한 거부감은 MZ세대 직원일수록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업툴과 메타버스 오피스 등 원격 근무 솔루션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특히 거점 사무실을 몇 군데 두고 본사로 출근하지 않아도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기업들도 많다.

IT 업계 관계자는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유연한 근무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업이 가장 잘 알고 있다"며 "완전한 사무실 출근체제로 전환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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