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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CEO·정치권서 러브콜…탈북민에 대한 선입견 깨졌다

김성훈,김정범 기자
김성훈,김정범 기자
입력 : 
2020-02-11 17:38:12
수정 : 
2020-02-12 10: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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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北엘리트 계층
`이민형 탈북` 증가 영향

여야 총선 앞두고 영입 경쟁
블록체인 창업·10만 유튜버
국책·민간연구기관서 맹활약
◆ 탈북민 신주류로 ◆

사진설명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정치권을 비롯한 한국 주류 사회 진입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4·15 총선에서는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자유한국당 후보로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목발 탈북'으로 잘 알려진 북한 인권운동가 지성호 나우(NAUH) 대표도 앞서 한국당 1호 영입 인재로 발탁됐다. 더불어민주당도 총선에 나설 '북한 출신' 젊은 인재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들어 북한 주민들의 탈북이 본격화한 이후 약 20년이 지나면서 탈북민 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한국 정착 이후 석·박사 학위를 따서 전문직을 잡거나 국책·민간 연구기관에 진출하는 젊은 탈북민도 있다.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에서 남북 경제협력과 북한 경제 분야를 다루고 있는 김영희 선임연구위원이 대표적인 예다. 원산경제대를 졸업한 김 연구위원은 2007년 산은에 들어간 이후 남편인 김병욱 북한개발연구소 소장과 함께 북측에서의 경험과 전공을 살려 북한 경제 분야를 파고들어 부부가 동시에 북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근 들어서는 탈북민 출신 북한 경제 전공자들이 한국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과 연구소에 취업해 북한 정치·경제 상황과 남북 경협 방향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북측에 고향을 둔 남다른 유대감을 바탕으로 학술 모임을 꾸려 함께 공부하며 생활에서도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북한에서 의·약사로 활동하다가 한국에서 다시 면허를 취득한 의료인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평양의학대에서 고려의학(한의학)을 공부하고 다시 경희대 대학원에서 한방응용의학과 신약개발을 공부한 뒤 한의사로 활동 중인 석영환 100년한의원 원장이 그중 한 명이다. 이혜경 약사는 '1호 남북한 약사'다. 그는 북한에서 함흥약학대를 졸업하고 남한에서도 또 한 번 약대(삼육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북한을 넘어 남한에 정착했다. 북한에서는 12년간 약사로 일했다. 약학고시에도 합격해 현재 경기도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문·방송에서 언론인으로 활약하는 탈북민 청년들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북한·남북 관계 관련 부서에 배치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정당, 국제 뉴스 분야에서도 탈북민 출신 기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공과대학을 다니던 한 탈북 청년은 친구들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개발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유튜버로 활약 중인 탈북민도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에서 '놀새나라' 채널을 운영 중인 20대 인기 유튜버 강나라 씨의 구독자는 약 10만명에 이른다. 북한 청진예고를 졸업하고 서울예대에서 연기를 전공한 그는 북한 화장법·음식 등 신선한 콘텐츠를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유튜브 채널 '제시키친'을 운영 중인 북한 혜산 출신 제시 킴 대표는 북한 음식 쿠킹클래스, 케이터링 서비스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박진희 96퍼센트 대표처럼 최근 한류 열풍을 타고 K뷰티를 앞세워 해외에서 승부를 거는 이들도 있다.

국내 정착 탈북민 수가 웬만한 군(郡) 단위 인구인 3만2000명을 넘어서면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체제 들어서는 배고픔과 자유 때문만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한 북측 중간 간부와 엘리트 계층의 이른바 '이민형' 탈북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물론 아직은 다수 탈북민이 차별과 싸우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탈북민을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도 높지 않다. 탈북민 창업가를 집중 지원하는 '더브릿지' 황진솔 대표는 "북측 출신 창업가들은 북측 사회와 자본주의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남북 경협의 가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집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탈북민 창업자들의 활동은 향후 남북 비즈니스 협력을 위한 '예행연습'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한다. 이 때문에 황 대표는 "단순히 도움을 주는 것보다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성훈 기자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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