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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도 애 안 낳아…'혼인 대비 출산비'도 역대 최저 수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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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역대 최저 수준인 한국의 ‘혼인 대비 출산 비율’이 앞으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 결혼 건수가 사상 최저로 추락한 상황에서,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거나 적게 낳는 추세가 심화한다는 얘기다. 아기 울음소리 듣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14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혼인 대비 출산 비율은 1.3을 기록한 뒤 2025년 1.23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결혼한 40세 미만 여성이 평균적으로 1.23명의 아이만 낳는다는 뜻이다.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하는 ‘합계출산율’과는 다른 개념이다. 2012년 1.65이던 이 비율은 2020년 1.27까지 하락한 뒤 이듬해 반등 조짐이 나타났지만, 이후 계속 내리막일 것으로 예상됐다.

계속 떨어지는 ‘혼인 대비 출산 비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계속 떨어지는 ‘혼인 대비 출산 비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는 결혼이 늦어지면서 아이를 낳는 연령이 높아졌고,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늦추는 경향이 짙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첫 아이를 출산한 엄마의 평균 연령은 32.6세로 전년보다 0.3세 올랐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4.6세, 10년 전과 비교하면 2.3세 상승했다.

결혼 후 2년 안에 낳는 출생아 수는 지난해 8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명 감소한 반면, 5년 이상이 지나 낳는 출생아 수(6만9000명)는 1000명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으로, 전년도(27만2300명)보다 4.3% 감소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81명을 기록했다.

이처럼 첫 아이 출산이 늦어지면 노산 위험 등으로 둘째ㆍ셋째 아이를 낳을 기회가 적어진다는 점에서 저출산 흐름으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 통계적으로는 35세 이상을 고령 산모로 치는데, 이들의 비중은 지난해 전년보다 1.2%포인트 올라간 35%로 역대 가장 높았다.

점점 늦어지는 여성의 첫 아이 출산 연령.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점점 늦어지는 여성의 첫 아이 출산 연령.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차승은 수원대 아동가족복지학과 교수는 “맞벌이 부부들은 안정적 직업ㆍ지위를 갖거나 내 집 마련을 할 때까지 출산을 미루거나, 아예 아이를 갖지 않으려 한다”며 “육아ㆍ교육 비용이 늘면서 자녀를 키우는 부담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해 결혼 건수는 전년보다 2만993건(9.8%) 줄어든 19만2509건으로 집계됐다. 결혼 건수가 20만건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3년(41만건)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결혼은 출생아 수의 선행지표인 만큼 앞으로의 출생아 수가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혼인 감소 추세가 2025년까지 계속되면 합계출산율이 0.52명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영향 특별추계인데,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는 저위 추계(2025년 0.61명)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인구 변동 요인을 중간 수준으로 가정한 중위 추계는 2025년 0.7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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