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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기업보다 파충류숍"…밥벌이 대신 꿈 찾는 MZ세대

김정석,박나은 기자
김정석,박나은 기자
입력 : 
2022-03-13 18:23:14
수정 : 
2022-03-14 09: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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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창업 5년만에 60% 급증
전문직 응시인원은 매년 늘어
퇴사후 예체능 대학 재입학도
공무원 경쟁률은 계속 내리막

중산층 부모지원 업은 MZ세대
경제적 독립 대신 새 직업 도전
일각선 `캥거루족` 양산 비판
사진설명
전직 삼성전자 직원 박성하 씨(31)는 지금은 도마뱀, 이구아나, 카멜레온 등을 취급하는 파충류숍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장을 다녔지만 반복적인 일상에 싫증을 느끼고 2019년 그만뒀다. 박씨는 회사를 그만둔 뒤 파충류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사업을 구상했고 지금은 2호점을 낼 만큼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는 "좋은 회사에 다녔지만 현장에 나가서는 결국 제한적인 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내 일을 하는 것에 만족해 주변인들에게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퇴사하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정부기관 같은 안정적인 직장을 거부하고 창업, 전문자격증, 전업작가를 꿈꾸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다. 기성세대가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이 선망하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것을 성공적인 삶의 궤도라고 생각했다면, MZ세대(1980~2000년 출생자)는 회사에서 성공과 의미를 찾는 삶을 거부하고 스스로 즐길 수 있고 그러면서도 독립이 가능한 직업을 선호하고 있다. 다만 경제적 독립이 늦어져 늦은 나이까지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양산되고 있다는 분석 또한 제기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청년 창업이 최근 들어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13일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30대 미만 청년이 창업한 기업이 2016년 11만6815개에서 2021년 들어 18만3956개로 57.5%나 늘어났다. 안정적인 직장의 대명사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이 2014년 64.6대1에서 올해 29.1대1로 반 토막이 난 것과 비교하면 더욱 대조적이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내수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보이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할 것이라는 관측과 배치되는 결과다. 특히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MZ세대의 경우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일에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뛰어들 수 있다.

생계 부담이 적은 일부 청년 중에서는 당장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직업보다 안정적이면서도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전문직종 시험에 도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취업이 늦어지더라도 전문자격증만 따게 되면 인생 전체로 봤을 때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미취업자뿐 아니라 직장인들도 전문직 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국가직 공무원 A씨(30)는 "안정성 때문에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택했지만 적은 월급에 이직을 고민했다"며 "주변 지인들이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올해부터 공부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문자격증이 나오는 전문직종 시험 응시인원은 늘어나는 추세다. 공인회계사 1차 시험 접수인원은 2018년에 9916명이었던 것이 2022년에는 1만5413명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세무사 1차 시험도 2018년 1만438명에서 2021년 1만2494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감정평가사 1차 시험 접수 인원도 같은 기간 1711명에서 4019명으로 폭증했다.

웹툰이나 웹소설 시장이 커지고 디자인 분야 등에는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워커'가 부상하면서 다른 분야에 종사하다가 예술계로 진로를 바꾸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6세 이상 예체능계열 대학 신입생 수가 2019년 354명에서 2021년에는 905명으로 2배 이상 뛰었다. 디자이너 홍 모씨(29)도 이공계 전공자이지만 퇴사 후에 다시 대학에 입학해 디자인을 전공했다. 홍씨는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전업작가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 꿈을 찾아가는 '캥거루 MZ세대'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높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가 젊은이들의 도전을 보장하는 선진국과는 달리 한국은 청년들이 도전할 때조차 부모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 계층 이동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부모가 자녀를 부양하는 기간이 함께 늘어 빈곤의 굴레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석 기자 /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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