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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 성향만 합격시키는 거 아냐?"…취업 시장까지 파고든 MBTI 열풍

박홍주,김정석 기자
입력 : 
2022-02-24 17:45:35
수정 : 
2022-02-25 09: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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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유행하는 심리검사
외향과 내향 등 4개 지표로
사람 성격유형 16가지 분류
무료검사로 신뢰도는 떨어져

"이런걸 채용면접때 왜 묻나"
취업준비생들 분통 터뜨려
구직 유리 성향 공유하기도
사진설명
"입사 면접이 아니라 미팅을 나온 것인지…." 대학 4학년생인 A씨는 지난달 대기업 계열사 면접에서 "MBTI 유형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순간 당황했다. 재미 삼아 MBTI 검사를 몇 번 해봤지만 채용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을지는 상상도 못했다. 면접관은 "MBTI가 합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는 앞서 취업에서 고배를 마신 터라 얼버무리고 말았다. A씨는 "면접에서 나온 질문인데 어떻게 합격에 영향이 없겠느냐"면서 "회사가 좋아할 만한 유형으로 거짓말을 해야 할지 갈등했다"고 전했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MBTI 심리검사를 기업들이 채용에서까지 활용하는 경우가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MBTI 검사는 사람의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나누는 검사로 1944년 미국에서 개발된 성격 검사다. 카를 융의 심리학 모델을 근거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대부분 검사가 무료 심리검사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무분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MBTI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기업이 다수 확인됐다. 지난 21일 입사 지원 접수를 마감한 Sh수협은 자기소개서에서 "자신의 MBTI 유형 및 장단점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본인과 적합한 직무 분야가 무엇인지 작성하라"는 문항에 대한 답변을 기재하도록 했다. 식품업체 아워홈 역시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서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MBTI 유형을 소개하라는 문항을 넣은 바 있다.

기업들이 잇달아 MBTI 검사 결과를 채용에 도입하자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어떤 유형이 취업에 유리한지 눈치 작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외향적 성격을 뜻하는 'E' 유형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INFP INTP 등 일부 유형은 지원 불가'라고 내건 구인 공고까지 나와 취업준비생들은 기업이 원하는 MBTI를 예상하고 그에 맞춰 면접을 준비하는 풍경도 벌어진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존 MBTI의 신뢰도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지원자들의 당락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개인의 성향으로 당락이 갈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최근 들어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자)를 중심으로 MBTI 검사가 유행하면서 대부분 자신의 유형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지만, 이 결과 자체가 올바른 것인지 알 수 없다. 과거 유행하던 혈액형 검사처럼 MBTI 검사 결과를 활용해 특정인의 특성을 낙인찍는 것은 '유사과학'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재형 한국MBTI연구소 연구부장은 "시중에서 흔히 사용하는 인터넷 무료 검사 도구에는 실제 MBTI 검사 문항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고 문항 선택 방식도 다르다"며 "일종의 심심풀이 심리 테스트일뿐"이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MBTI : '마이어스-브리그스 성격유형 지표'의 줄임말로 미국 작가 캐서린 브리그스와 이저벨 마이어스가 개발한 성격 검사다. 카를 융의 초기 분석심리학 모델을 이용해 1944년 개발됐다.

[박홍주 기자 /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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