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문화예술 성지로 부상한 미술관

전지현 2020. 1. 1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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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서울시립미술관
관람객 40%가 밀레니얼세대
나만의 특별한 문화 경험 찾아
인증샷 SNS 올려 남과 차별화
전시 외에 디제잉 등 부대행사
입장료 무료도 관람 증가 원인
국립현대미술관 `MMCA 나잇`에서 가수 서사무엘이 노래하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는 20대 관람객들. [사진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디자인을 전공한 우화진 씨(24)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간다. 우리 사회를 반영한 현대미술 전시를 감상하면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서다. 근현대 한국미술 100년을 조명한 '광장' 전시를 관람한 그는 "트렁크를 끌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 젊은 여성들을 포착한 주황 작가의 사진 작품 '출발'에 공감했고, 이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데 의미를 둔다. 나 말고도 요즘 20대의 문화생활 폭이 넓어져 미술 전시장을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미술관이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문화예술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나만의 특별한 경험'을 찾는 20대가 늘어나면서 영화나 공연에 집중됐던 문화 향유가 전시장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과 차별화된 문화 관람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장 인증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젊은 층도 급증했다. 특히 만24세 미만 관람자에게 입장료(4000원)를 면제해주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자체 기획 전시 관람료가 없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20대의 발길을 당기고 있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정적인 전시 감상은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20대가 몰려오면서 미술관 풍경이 변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해 관람객 274만명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20대가 전체 관람객의 29%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30대(18%), 40대(18%), 초·중·고생(13%)이 이었다. 특히 요즘 젊은 층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삼청동에 인접한 서울관의 20대 관람객 비율은 40%로 압도적이다.

서울시립미술관도 20대가 전체 관람객 30~4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서소문본관에서 노화 현상을 예술로 풀어낸 전시 '에이징 월드' 전체 관람객 3만9040명 중 20대 비율이 40.1%로 집계됐다. 이곳에서 현대무용가 안은미 예술을 조명한 전시 '안은미래'도 전체 관람객 9만7633명 중 20대가 31.9%를 차지했다.

20대 성지로 부상한 국립현대미술관. [사진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20대 관람객은 전시 관람뿐만 아니라 친구나 연인 만남 장소로 미술관을 활용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난 정재훈 씨(21)와 문혜영 씨(22)는 "둘 다 건축을 전공해 미술 전시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데이트를 즐긴다"고 답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국립현대미술관과 한국갤럽이 공동으로 20대 남성을 대상으로 미술관 방문 이유를 설문조사한 결과, 전시 관람(87.1%), 친목 및 만남의 장소(22.5%), 카페와 도서관 등 편의시설 이용(16.2%), SNS 사진 촬영(9.5%), 문화행사 참여(9.5%) 순으로 나타났다. 20대 여성은 전시 관람(88.2%), 친목 및 만남의 장소(23.5%), 카페와 도서관 등 편의시설 이용(17.7%), 문화행사 참여(17.7%), SNS 사진 촬영(5.9%) 순으로 답했다.

친구나 연인 없이 혼자 미술관에서 전시를 공부하는 20대 '열공족'도 많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 중동미술 전시 '고향'에서 만난 연세대 철학과 재학생 김성민 씨(24)는 "미학에 관심 많아서 혼자 조용히 미술 전시를 감상하고 생각하는 것을 즐긴다"고 말했다.

새로운 문화예술을 찾는 밀레니얼의 욕구에 부합하기 위해 미술관도 다목적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요 고객층인 20대를 위한 디제잉, 콘서트, 발레,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 'MMCA 나잇' 행사 참여자 중 20대 비율이 60~70%를 차지하며, 3분 만에 참가자(선착순 500명)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도 콘서트와 영화 상영 등 다채로운 장르와 결합한 '뮤지엄나이트'를 확대하고 있다. 윤승연 국립현대미술관 홍보관은 "최근 2~3년 사이 문화예술 관람 트렌드를 주도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변화 양상에 주목하고,
미국 개념미술가 제니 홀저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젊은 관람객들. [사진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포함한 '경험' 공간으로 미술관을 확장시켜가고 있다. 이들이 주로 애용하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한 소통 강화, 디제잉·공연 등 금요일 야간 행사, 책방 작담, 열린강좌 등을 보다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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