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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이대녀 싸울 때…20대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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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에만 반짝 관심
청년정치에 청년이 없다


최근 `이준석 현상` 뜨겁지만
정치권선 아랫사람 취급 여전
묻지마 영입하고 툭하면 해촉

한국정당학회 회원 설문조사
"공약에 청년의견 빠져" 69%
"인재영입 도움 안된다" 55%
◆ 2022 신년기획 청년정치를 말하다 ① ◆

사진설명
2021년 '올해의 인물'을 발표했던 각종 조사기관과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정치 분야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선정했다. 그는 국회의원 이력서 하나 없이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서 맹활약한 후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 나이에 제1야당 대표에 올랐다. 최근 윤석열 대선후보와의 갈등과 화해 반복 과정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캠프 내에서 "나도 30대 아들을 키워봐서 안다"는 말을 대놓고 듣는 등 '철부지' 취급을 받는 것 또한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청년을 받들고 모시는 듯해도 달면 삼키고 쓰면 금세 뱉는 정치권 행태도 논란거리다.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선임됐다가 사생활 논란으로 해촉된 조동연 서경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조 교수를 무대 위로 올려놓고 비난과 정치적 공세는 조 교수 개인에게 미뤘고 당은 뒤로 빠졌다. 청년 인재를 티슈처럼 쓰다 버리는 정치권 태도가 응집된 사례다.

이준석 신드롬과 함께 여야 정치권에서는 경쟁적으로 청년 정치인 영입·청년 공약 발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국내 정치 석학들은 이 같은 행태가 한국의 청년정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1월 3~14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정당학회 회원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주요 정당들의 청년 정치인 영입 경쟁이 청년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46%)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9%) 등 부정적 반응이 절반을 넘었다. '매우 도움이 된다'(9%) '조금 도움이 된다'(28%) 등 긍정적 응답은 40%를 넘기지 못했다. 이런 학계 인식에는 앞서 조 교수뿐 아니라 잇단 구설로 등판과 동시에 사퇴한 '비니좌' 노재승 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신지예 전 국민의힘 선대위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의 사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설문에 참여한 한 정당학회 회원은 "평소엔 청년 정치인 육성에 관심도 없다가 선거 때만 되면 초청가수 부르듯 하는 게 청년 아니냐"며 "표가 필요해 불렀는데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바로 내치는 건데 좋은 평가를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 국회의원 선거에서 20대 후보가 지역구에 당선된 마지막 사례는 1963년(전휴상 민주공화당 후보·29세)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30대 지역구 당선자 역시 희귀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30대 지역구 당선자는 총 75명으로 전체 당선자 수 대비 3.4%에 불과하다. 돌풍의 주역인 이 대표조차 노원구에서만 세 차례 낙선해 '0선 중진'이란 별칭을 얻을 정도로 청년 정치인에게 지역선거의 벽은 높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맥·자금 차이만으로도 기성세대와 경쟁하기 어려운데, 한국은 지역구 의석수도 257석에 불과해 청년 당선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양 진영 대선캠프에서 청년 인재 영입이 잇단 구설에 올랐지만 정당학회 회원의 86%가 '청년정치가 보다 확대돼야 한다'고 응답한 배경이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청년정치는 강화돼야 하지만, 단순히 청년 정책만 맡길 보여주기식 청년 영입 경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준석 대표를 보더라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깜짝 발탁된 이력보다 지난 10여 년의 노력이 오늘날 성공에 훨씬 큰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은 뒤늦게 선거제도 개편에 나서기도 했다. 피선거권 연령을 18세로 낮추고, 전국지방선거에서 청년선거구를 지정하는 등 파격적인 변화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높아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지난달 광주에서는 송형일 시의원이 "청년경쟁선거구 지정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 현역 의원 및 청년 이외의 정치 입지자들은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피선거권)을 박탈당하는 것"이라며 시당에 이의를 제기하고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한국정당학회·매일경제 공동기획 [채종원 기자 / 문재용 기자 / 김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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