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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인맥 없는 청년정치인…승자독식 선거제 앞에서 좌절

채종원,정주원 기자
채종원,정주원 기자
입력 : 
2022-01-19 17:29:51
수정 : 
2022-01-20 09: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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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등용 가로막는 장벽

지역구 다수 득표자만 당선
기성 정치인 크게 유리하고
당내 경선도 넘기 어려워

각당 공천 청년 할당하고
비례대표 비중 더 늘려야
◆ 2022 신년기획 청년정치를 말하다 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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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대 지방선거에서 서울 관악구 의회는 총 22석 중 청년 후보가 7명 당선됐다. 2021년 말 대선 정국에서 당시 조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사생활 논란으로, 노재승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극우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다. 이 두 장면은 한국 정당사에서 청년정치의 명암을 보여준다. 이 결과만 보면 영입형보다 육성형 정치가 더 높은 평가를 받겠지만 현실 정치에선 정반대 사례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한국에선 청년정치 활성화를 막고 있는 제도 및 정당문화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9일 기준 한국 국회의원 295명 중 2030세대는 11명(20대 1명)으로 3.7%를 차지한다. 30대 의원이 30%에 달하는 노르웨이, 덴마크는 물론 유사한 정치시스템을 운영하는 미국보다 적다. 그 원인으로 청년들은 돈·조직 부족으로 당내 경선 통과가 어려운 구조를 지적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청년후보에게 20~25% 가산점을 부여하지만 사실상 권리당원이 뽑는 당내 선거에서 이 제도는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한 30대 정치인은 "지역 토호인 핵심 당원들이 '나 몇 표 갖고 있다'면서 요구하는 거래를 수용할 물질적 여력이 되는 후보에게 표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주무열 서울 관악구 의원은 "청년은 컷오프시키지 말고 최소 본경선 참여를 보장해줘야 떨어지더라도 재도전할 토양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청년은 전략공천을 받더라도 특정 정당의 당선이 유력한 곳은 거의 없다. 누군가는 '썩은 동아줄'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험지로 보내진다. 그리고 화려했던 입당식과 달리 당의 지원도 거의 없어진다. 서울 도봉갑에 출마했던 김재섭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청년 대부분은 갑자기 인재 영입식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많은데 선거를 준비할 때 아무런 가이드라인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근본적으로는 1등만 당선되는 다수제·소선거구제가 문제로 거론된다. 한국은 비례대표제가 혼합된 형태이지만 그 비중 자체가 유럽 국가 등에 비해 낮다. 정치학자 대니얼 스토커멀이 102개국을 상대로 분석한 결과,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국가일수록 청년들의 진입이 더 활발했다.

한국에서는 비례대표 비중이 늘어나도 청년 몫은 커지지 않을 것이란 반론이 있다. 한 여당 중진은 "총 파이가 늘어날수록 당선권에 배려해야 하는 계층·집단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청년 비중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정당의 청년정치인 교육 및 충원연구시스템: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영국은 전당대회에서 평당원에게 연설기회를 줘 전국구 스타를 만드는 등 다수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정치문화가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각 정당에서 청년정치인을 육성할 역량이 부족하다. 정당별로 청년위원회, 대학생위원회 등이 존재하지만 이들이 당내에 미칠 수 있는 힘은 거의 없다. 독일 사민당은 당내에서 다양한 활동과 조직 대표를 맡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구나 정당명부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에 출마하는 식으로 청년정치인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엔 청년정치인의 역할을 청년 관련 주제로 국한하거나, 주요 고위 당직보다는 대변인, 수행 등 특정 영역을 이들의 몫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 총재를 겸임할 때 30대였던 김민석 의원을 최고 핵심이었던 총재 비서실장으로 발탁해 당청 간 핵심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겼다. 반면 최근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30대 의원들은 주요 후보들의 수행을 맡았다. 김 전 위원은 "노동개혁 문제를 제시하면 '청년 구직' 문제로 논의의 범위가 축소되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개선 방안으로는 수년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정당 가입 연령을 최근 만 16세로 낮췄지만 이를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영국 보수당은 연령 제한이 없고 노동당은 15세부터 가입이 가능하다. 장승진 국민대 교수는 "발탁된 청년이 운 좋게 공천을 받고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국회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중견 정치인으로 성장하려면 훈련이 필요하다"며 "준비 안 된 사람을 데려다놓을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정당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게 하고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정당의 문화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청년할당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 송갑석)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지역구 중 4곳을 청년들만 경쟁하는 청년특구로 지정해 첫 실험에 나선다.

한국정당학회·매일경제 공동기획 [채종원 기자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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