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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선배들 나가는 종로처럼…"청년 위한 전략공천지역 만들자"

박인혜,서동철 기자
박인혜,서동철 기자
입력 : 
2022-01-24 17:53:36
수정 : 
2022-01-24 20: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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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동학·국민의힘 김용태 與野 청년최고위원 대담

한번 낙선 땐 부도수표처럼 추락
정치학교 만들어 재도전 기회 주고
청년은 선거에 `나`를 던질 각오를

아직도 힘 있는 자에 줄서서 공천
선거 때에만 신진인재 찾는 풍토
청년정치 활성화돼야 깰 수 있어
◆ 2022 신년기획 청년정치를 말하다 ③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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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최고위원(왼쪽)과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청년정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주형 기자]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최고위원(39)과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31)은 대한민국 거대 양당의 최고위원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아직 국회 입성 경험은 없다. 이 최고위원이 스스로를 '낙선의 아이콘'이라고 칭할 정도로 현실 정치의 벽은 높았다. 김 최고위원은 이번 청년최고위원 선거 승리가 유일한 선출직 당선이다. 어렸을 때부터 정치의 꿈을 키웠고 정치인이 되기 위해 준비했지만 그 과정에서 수없이 좌절을 맛봐야 했다. 이들은 '청년정치'가 꽃피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정치인이 되기 위해 해야 할 정형화된 길이 없는 상황에서 젊은 친구들이 의지만으로 정치에 입문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하며 정치권이 먼저 정치에 대한 '눈'을 뜨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육성 프로그램도 제시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년 넘는 정치 구력의 그들에게 청년정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어린 나이에 정치를 시작한 계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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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학 청년최고위원=고3 때 두발 자유화 운동에 나선 적이 있다. 선생님들이 당시 우리와 대화 자체를 안 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학생들과 대화를 하자면서 룰을 정해보자고 하더라. 왜 이렇게 태도가 180도 바뀌었나 살펴봤더니 교육청에서 학생들과 논의하라는 공문이 내려왔고, 그 공문이 어디서 왔나 보니 정치인들에게서 내려온 결정이라고 하더라. 그때 처음 정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정치인들이 옳은 결정, 바른 결정을 내리면 사회가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 전역 후 집안 형편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의자를 나르는 아르바이트가 있는데 일당을 세게 준다'고 해서 간 곳이 열린우리당 창당대회장이었다. 그때 연설을 듣고 바로 입당원서를 썼고 정치에 입문했다. 비례대표에 2번 지원했으나 낙선했고, 2016년 지역구 의원 출마를 준비했지만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후에도 낙선이 꽤 있어서 '낙선의 아이콘' 같다.(웃음)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어렸을 때부터 권력 의지도 있고 공명심도 강했던 것 같다. 그걸 좋은 쪽으로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환경공학을 전공했고 기후변화 위기, 식량 위기 등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어젠다가 당장 눈앞에 떨어지지 않은 문제라는 점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더라. 그걸 해결하고 싶어서 정치에 입문했다.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나갔다가 떨어졌고, 21대 총선에선 송파을에 지원했지만 경선에서 컷오프 당했다. 이후 미래통합당의 '퓨처메이커' 제도를 통해 광명을에서 전략공천을 받았지만 떨어졌다.

―한국 사회에 청년정치가 필요한 이유는. ▷이 최고위원=지금 한국 정치는 그냥 바통 터치만 하는 느낌이다. 정치에 대한 신뢰 자체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정치라는 직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지가 과제다. 그래야 청년정치도 발전하고, 대한민국 정치도 발전한다. 상호 신뢰라는 가치를 사회적 자본으로 축적해 이 사회에 존재하는 갈등비용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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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김 최고위원=올해 지방선거를 계기로 권력이 권력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깨고 싶다. 그 시작은 공천이다. 총선 같은 경우 일부 전략공천이 필요할 수 있지만,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다. 주민들과 당원들이 가장 원하는 사람이 공천을 받아 당당히 상대 당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 청년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생각한다. 힘 있는 자에게 줄 서서 받는 공천을 없애고, 주민과 당원에게 선택을 받는 사람이 공천을 받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청년정치인이 원내 입성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이 최고위원=일단 유권자들이 청년이 우리 동네의 대표가 될 수 있을지, 국가 정책을 이끌어나갈 만한 시야를 가지고 있는지에 의구심을 품는 부분이 있다. 또 하나는 환경적 장벽이다. 돈, 조직 등 이런 것들에 있어서 청년들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김 최고위원=예를 들어 검사가 되고 싶다면 예전엔 사법시험을 보고, 요즘엔 로스쿨을 가서 임용되는 방법으로 가면 되는데 정치는 그런 정형화된 모델이 없다.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정치에 입문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공천을 받기도 쉽지 않다. 특히 지금까지 정당 공천은 권력이 권력을 재생산하는 구조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이 최고위원=사회적으로 합의된 틀이 있는 게 아니라서 불확실성에 나를 던져야 하는 게 정치다. 그건 선택하기 어려운 길이다.

―젊은 정치를 늘 외치면서 육성 프로그램은 왜 운영 안 하나. ▷이 최고위원=민주당도 노력은 하고 있지만 피상적인 수준이다. 청년정치 아카데미 같은 게 있지만, 유명인을 불러 강연을 듣고 수료증을 주는 정도다. 좀 더 체계적으로 정치학교 프로그램이 운영됐으면 좋겠다. 청년들이 선거에 나섰다가 떨어지면 기업의 부도수표처럼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낙선자들의 정치 경험은 또 다른 예비정치인에겐 큰 도움이 된다. 정치 교육 시장이 넓어져 낙선자들을 정치학교 선생님으로 쓰고 지식을 나누면 좋겠다.

▷김 최고위원=제대로 된 육성 프로그램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지난 총선 때 '퓨처메이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략공천도 했는데, 이런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다만 더 나아가 몇몇 지역을 선정해 청년들끼리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 청년끼리 경선하게 해 유권자의 선택을 받게 하면 좋겠다.

―선거 때만 청년들을 들러리로 세운다는 비판이 많다. ▷김 최고위원=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청년을 동원의 대상으로 보고 소모품처럼 쓴 것은 모두 사실이다. 화제 전환용, 홍보용으로 청년을 쓰려는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청년들도 자신을 스스로 약자라고 생각해 대우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지,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명확해야 하고,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당원을 설득하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어린 것이 무기는 아니다.

▷이 최고위원=항상 정당이 같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선거 때마다 외연 확장과 인물 수혈을 포기하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다. 불가피한 면도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되면 안 된다. 기존 당원 중에서 인물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본다. '잡아놓은 물고기'라며 신경 안 쓰고 밖으로만 돌면 안 된다. 등용문의 기회가 선거 때만 오는 게 아니라, 평상시에 상시 체제로 부여돼야 한다.

■ 한국정당학회·매일경제 공동기획 [박인혜 기자 /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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