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경제

60세 정년 지나도 일한다…생산인구 급감에 고용연장 본격 논의

전경운,김정환 기자
전경운,김정환 기자
입력 : 
2022-02-10 17:45:57
수정 : 
2022-02-10 23:28:36

글자크기 설정

정부, 생산인구 급감·성장률 0%대 추락 전망에…
정년 뒤 일하는 `계속고용제도` 도입 본격 논의
◆ 고용연장 시동 ◆

사진설명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 방식 등을 통해 60세 정년이 지난 직원을 기업에서 계속 일하도록 하는 '계속고용제도' 도입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생산연령인구 급감으로 경제 충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사실상의 '정년 연장으로 생산인구 감소 충격을 덜고 경제성장률이 0%대로 진입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겠다는 것이다. 10일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4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논의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인구정책 TF 논의의 핵심은 고령층 인력의 활용을 높여 더욱 가팔라진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는 기업에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 연장 의무를 부여하는 것으로, 고용 방식은 재고용·정년 연장·정년 폐지 등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법상 정년인 60세를 직접적으로 연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회적인 방식으로 60세 이상 고령층이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사실상 정년 연장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5년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대비 5년 만에 177만명 급감하고, 10년 뒤인 2030년에는 357만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인구구조 변화의 속도와 폭이 더욱 악화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일손 부족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8년 안에 0%대 성장률에 직면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고령자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목표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정부는 이달 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구회 결과를 토대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관련 논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논의 초기 단계이고, 고용·임금 체계 개편을 비롯해 고령층과 청년층 간 고용 충돌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결정은 차기 정부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고령층 노동력은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며 "일부 대기업이나 공공 부문 등 소수의 사람에게만 혜택이 가지 않도록 임금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사회적 논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고령층 투입카드 꺼낸 정부…기업이 재고용·정년연장·폐지 중 선택

4기 인구정책TF 과제

생산인구 5년간 177만명 감소
일손부족 성장률에 직접 타격
2030년 0.69%로 급감 전망

실질 은퇴연령 이미 71세
제도 도입 실효성엔 의문

병역인구도 30%나 줄어들어
상비병력 유지조차 어려워져
사진설명
정부가 고령자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통해 사실상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것은 생산연령인구 감소세가 가파른 데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여파로 인구구조에 큰 충격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성장 잠재력도 크게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자료를 보면 심각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50년간의 장기 추계상 우리나라의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3737만9000명에서 2025년 3561만명으로 176만9000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조사 시점에서 2년 전인 2019년 실시한 장래인구추계 대비 감소폭이 25만명 늘어난 것이다. 2070년에는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가 1736만8000명으로 53.5% 급감해 50년 만에 반토막이 날 것으로 예상됐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노동 공급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곧 경제 규모 축소로 이어진다.

매일경제가 한국경제연구원에 의뢰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신 경제전망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0~2020년 연평균 1.15%씩 늘었던 잠재 취업자 증가율은 2020~2030년 0.12%로 급감한다. 이에 따라 OECD 38개국 중 12위였던 한국의 취업자 증가율 순위도 22위로 추락한다. 잠재 취업자는 우리 경제가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 성장했을 때 발생하는 고용으로 일손 상황을 가늠하는 지표다.

일손 부족은 성장률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OECD에 따르면 2010~2020년 연평균 2.53%씩 성장하며 OECD 38개국 중 10위의 성장속도를 보였던 한국은 2030~2040년 0.69%(OECD 35위)로 성장률이 대폭 깎인다. 2050~2060년에는 연평균 성장률이 -0.03%(36위)로 더 악화한다.

연평균 잠재성장률(물가 상승을 일으키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은 2010~2020년 3.09%에서 2020~2030년 1.89%까지 줄어든 후 2050~2060년에는 -0.03%로 경제가 후퇴한다. 2001~2005년 잠재성장률이 5.1%였던 데 비하면 불과 20여 년 사이에 반 토막이 나는 셈이다.

이상호 한경연 경제조사팀장은 "고령화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며 한국이 주요국과 비교해 경제가 가라앉는 속도가 빨라졌다"며 "청년층 경제활동을 지원하면서 신성장 산업을 적극적으로 키우며 기업 투자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석 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은 "청년들이 더 빨리 사회에 진입해 결혼과 출산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와 주거를 제공하는 게 시급하다"고 전했다.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는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를 일찍 겪은 일본이 이미 도입해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실제 제도를 도입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제도 도입에 앞서 기업이 떠안아야 할 부담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논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향후 일정이나 계획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실질적 은퇴연령이 70세를 넘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령자 계속고용제도가 도입돼도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정년 연장과 관계없이 생계를 위해 은퇴 이후에도 일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며 "이 같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이 광범위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임금체계를 재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구구조 충격에 따라 성장 잠재력은 물론 국방 측면에서도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병역인구인 만20세 남성인구는 2020년 33만4000명에서 2025년 23만6000명으로 29.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병 복무기간 단축으로 병역 자원이 연간 3만명 이상 더 필요한데 병역인구마저 급감하면서 적정 상비병력 유지가 어려운 상황까지 가는 것이다.

[전경운 기자 / 김정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